베스트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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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발. 야, 내꺼까지 해놔라? "

" .... "

" 대답 안해? "

" 하아.. 알았어, 알았다고.. "

" 그래, 착하다 우리 개새끼~ "


한 여자아이가 담배를 뻐끔 뻐끔 펴대며 남자아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누가봐도 일진 같은 여자아이가 선량한 남자아이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신고를 하는게 정상이다만..

남자아이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아이 말에 수긍했다.



*



딩동~ 딩동, 딩동, 딩동-


" 네네, 나가요.. "


늦은 저녁시간에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


"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

" .. 별로 신경 안쓰고 있었으니까, 들어와. 밖에서 계속 그러고 있을거야? "


몸을 갸날프게 떨며 내게 잘못했다고 고장난 카세트 플레이어마냥 똑같은 말만 말하는 이 아이..

한예리.


갈색의 약간 웨이브 진 머리칼에 수려한 외모, 괜찮은 몸매. 운동도 잘하고 성적도 좋아서 누가봐도 공부 잘하는 우등생에 팔방미인이지만..


주변에서 거는 기대가 너무 많았던 탓인지, 부모님이 신경쓰지 않아서 인건지..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풀다 일진이 되어버린 그녀다.


그래서 다들 무서워하는 그녀지만 내게는 이렇게 쩔쩔매는 그녀다.

여튼,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 어휴.. 옷 꼬라지.. 이게 치마냐? "

" 헤헤.. 그치만 석준이 너도 좋잖아.. 힐끗힐끗 보는 거 모를 줄 알았어? "

" 큭.. ㄷ, 됐고! 저녁 안먹었지? "

" 응! "

" 조금만 기다려. 챙겨줄테니까. "

" 헤헤.. "


내게는 이렇게 쩔쩔매고 귀여운 미소도 보여주는 애가 내게 숙제를 시키는 일진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할까.


" 석준아! 담배펴도 돼? "

" 내 방에선 안돼! "

" 히잉.. "

" 뭐가 히잉이야..?! 그렇게 애교 부려도 안돼! "

" 치이.. "


나는 그런 예리를 뒤로 하고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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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 Side.



내 어리광을 받아주는 석준이.. 석준이는 유일하게 내가 마음을 놓고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계속 전교 1등을 해왔지만, 하면 할 수록 불안감에 휩싸였다.

1등은 항상 잘해야 한다는 기대감, 1등 이라는 자리가 언제 빼앗기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질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일진이 되어있었다.

일진이 된 이후에도 항상 전교 1등을 해왔기에, 담배를 피든 술을 마시든 걸레처럼 옷을 입고 다녀도 어느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사장의 딸이였으니까.


그렇게 남을 괴롭히고 수치심을 주며 기쁨과 쾌락을 얻어가며 새로운 장난감을 찾고 있을 때, 석준이가 나타났다.


" 야, 니가 그 공부 잘한다는 일진이냐? "

" 그런데? "

" 그럼 공부만 잘하면 됐지, 왜 애를 반쯤 죽여 놔?! "

" 공부스트레스가 쌓여서 말야, 스트레스를 풀만한 곳이 없어서? "

" 이 미친년이.. "

" 흐응.. 반항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말인데.. 너, 내 새로운 장난감이 되어줘야겠어. "

" 뭐..? "


석준이에게 다가가 니킥을 날렸지만, 그는 약간의 신음소리만 낼뿐 맞고도 미동조차 없었다. 나는 당황한 채 벙쪄서 어쩔줄 몰라했고, 석준이는 내 목덜미를 치더니 난 그 상태로 기절했다.

나중에 깨어나서 들은 건, 남자였다면 반쯤 죽여놓았을거라고. 여자니까 이쯤에서 끝냈다는 걸 들었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를 세운 영웅마냥 나타난 처음 본 그가 좋아졌다.

너무 좋았다. 나를 멈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다음날 수업이 끝나고 찾아가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자, 처음엔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석준이는 알겠다고 말했고 지금과 같은 사이가 되었다.

다만, 학교에서 붙어있으려면.. 다른 질 나쁜 아이들의 눈치가 보이니까. 석준이에게 일부러 쎈척을 종종한다.



" 뭐가 히잉이야..?! 그렇게 애교 부려도 안돼! "


석준이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갔다.


' 치이.. 그래두 좋아~ '


나가자마자 나는 침대로 뛰어들어 석준이의 냄새를 맡았다.


" 스읍.. 하아아아.. 석준이 냄새.. "


내가 냄새를 맡는 변태란걸 알면.. 정 떨어지겠지만, 하루 24시간 365일 1년내내 너랑 같이 있고 싶은걸 어떡해..


" 아, 맞다. 헤헤.. 가방에 도청기랑.. 음, 카메라는 어디다가 달지.. "


방을 두리번 거리며 카메라를 설치할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눈에 보인 그림이 담긴 큰 액자.


" 움! 여기가 딱 좋겠다~ 어디.. 조그맣게 구멍를 뚫고, 액자 뒤에.. 이렇게 붙이면.. 됐다! 헤헤.. 이제 석준이를 볼 수 있어.. 흐흐흐.. "


카메라를 설치한 액자를 원래대로 걸어놓고나니 나 스스로가 뿌듯해졌다.

그리곤 다시 침대에 누워 석준이의 체취를 다시 맡아댔다.


" 아, 졸려.. 석준이가 해주는 저녁 먹어야하는데에.. "


눈이 사르르 감긴다. 석준이가 깨워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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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준 Side.



" 야, 한예리. 밥 먹ㅇ.. 자는거야? 야, 야. 한예리. 잘거면 밥먹고 자. "

" 우으.. 5분마안.. "


예리가 먹을 저녁식사를 차리고 방에 올라오니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그래도 깨워서 금방 일어나는 거 보니, 잠든지 얼마 안된 듯 했다.


" 예리야. 밥 먹고 자. "

" 웅.. "


예리를 데리고 주방으로 와 식탁에 앉혔다. 예리는 헤실헤실 웃으며 잘먹겠다고 말했다.


" 헤헤.. 석준이가 해주는 저녁.. "

" 넌 매번 밥 얻어먹으러 오는 거 같다? "

" 히이~ 그치만.. 집에선 밥 혼자 먹으니까, 대화 할 상대도 없는 걸.. "

" 에휴.. "


나는 깊게 한 숨을 쉬고 예리가 밥을 먹는 걸 말 없이 지켜봤다. 이렇게 보면 한없이 귀엽고 착한 애인데..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 지는거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창밖을 봤다.


" 석준아~ "

" 왜? "

" 나 오늘 자고 가도 돼..? 내일은 주말이잖아! "

" .. 그래, 자고 가. "

" 진짜?! "

" 어, 진짜. "


완전 어린애 같네.

예리는 밥을 먹다말고 방방 뛰며 좋아했다. 저러다 체하는건 아닌지 몰라..


" 그럼 옆에서 자도 돼? "

" 아니, 방에서 자. 난 거실 소파에서 잘거야. "

" 히이.. 그러지 말고 같이 자.. "

" .. 침대에서 자, 나는 바닥에서 잘테니까. "

" 싫어! 나랑 같이 침대에서 자! "


내가 그 이상은 안된다고 하자, 예리는 울상을 지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니 애는 밥먹다 말고 진짜 뭐하는 거야..

한숨을 내쉬며 하는 수 없이 같이 자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게 정말이냐고 되물었고, 나는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딸 하나 키우는 기분이 이런걸지도 모르겠다. 엄청 피곤하네..


" 저녁 먹고, 씻어. 설거지 하고 있을테니까. 잠깐, 너 갈아입을 옷은 있냐..? "

" 없어! 속옷두 없어! "

" 갈아입을 옷은 주겠는데, 속옷은 어떻게 못해주겠거든? "

" 헤에, 이쁜 걸로 사올게~ "

" 허.. "



*



예리가 속옷을 사러나간 동안 설거지를 했고, 예리는 돌아와서 샤워를 했다.

수건을 걸친 채 머릴 말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생에 맞지 않은 몸매 때문에 조금은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빈방으로 들어가 속옷을 입고 나온 그녀. 나이에 맞지 않게 레이스가 달려있고 아슬아슬하게 조금 비치는 검은색의 속옷이였다.

" 헤에, 어때? "

" 너 일부러 그런 속옷 산거지? "

" 아니야! 직원분이 가슴도 꽤 크구, 골반도 넓어서 이런거 입고 남친 유혹하면 쉽게 넘어온다고 해서 산거야! "

" 결국 사고 싶어서 산거잖아! 그리고 내가 네 남친이냐!? "

" 피이.. 그치만, 난 정말 너 밖에 없는걸.. "


한숨이 나왔지만 계속해서 시선이 향했다. 혈기왕성한 때인데, 어떻게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가 있겠어..

나는 애써 외면하며 미리 꺼내놓은 반바지와 흰 티를 예리에게 건냈다.


" 자, 여기 반바지랑 티. "


흰 티가 예리에게 좀 클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바지를 안입어도 될 정도의 길이가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만 이상야릇한 시선이 예리에게서 느껴졌다.


" 헤헤, 지금 잘거지? "

" 어.. 응.. 졸리기도 하고. "

" 그럼 얼른 눕자! "


예리는 내 손을 끌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집주인은 난데..


" 얼른 누워! 이 예쁜 누나랑 잘 기회는 흔치 않ㅇ.. 아얏! "

" 진짜 오냐오냐 해주니까.. "

" 아파아아! 아프다고오! "

" 그러게 누가 그런 말 하래? 그리고 바지 안입어?! "

" 티가 너무 긴걸.. 그리고 이러는게 석준이 너도 좋잖아! "


틀린말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정조관념 좀 챙겼음 하는 마음이였다.


" 너 감기 걸려도 난 몰라. "

" 헤헤, 석준이 옆에 꼭 붙어있음 안걸릴거야!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해주니까! "


어이가 없어서 예리를 등지고 눈을 감았다. 뒤에서 히이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연인 사이도 아닌데 껴안긴 그러했었다.




*




등을 돌린채 안는 거 따윈 없다고 말했다만..



" 에, 엣취..! 푸엣취! "


재채기 소리에 마음이 조금 약해지는듯, 나는 몸을 돌려 예리를 품안에 안았다.


" 어휴.. 진짜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라니까. "

" 우움.. 헤에.. "


예리는 따뜻해서 좋은건지 조금 더 내 품안으로 파고 들었고. 그런 예리를 내려다보니, 세상 모르고 자는 모습이 귀여웠다.

예리의 머릴 쓰다듬어주곤 내 품안으로 더 끌고와서 나도 잠에 빠졌다.


그렇게 애정결핍으로 가득한 일진녀와 지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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