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그냥 통통하고 커여운 하피짤 암거나 가져옴






세상에서 단 하나 남은 도도새 하피를 기르게 된 소년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


드넓은 바다를 누비며 금은보화와 진귀한 물건들을 구해 큰 부자가 될 꿈에 젖어, 어린 나이에 배에 타 전 세계를 떠돌며 여행하게 된 소년


사람을 유혹해 착정하고 잡아먹는 식인 인어들, 산보다도 높게 솟아올라 내리치는 파도와 풍랑을 뚫고 험난한 여정을 하고 돌아왔지


하지만 소년을 무시한 뱃사람들은 그에게 항해한 대가로 고작 은화 몇 닙과 중간에 들른 어떤 섬에서 가져온 특이한 빛깔의 새알 하나만 줌


소년은 그에겐 예쁜 쓰레기나 다름없는 새알을 홧김에 던져서 부셔버리려 했지만 순간 새알에서 들려온 꾸륵거리는 소리에 안에 새끼가 있음을 알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새알을 가져오게 됨


어차피 가져온 거 부화하게 한 후 안에서 나온 새는 팔아버려야겠다 했지만 놀랍게도 알을 깨고 나온 건 멸종한 줄로만 알려진 도도새 하피였어


어린애만한 크기에 통통하고 커여운 몸, 아기처럼 애교 많은 성격을 지닌 날지 못하던 도도새 하피들


인도양의 외딴 섬에서 일광욕하면서 뒹굴거리며 느긋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어느 날 인간이 나타났고, 처음 보는 신기한 생명체에게 뺙뺙거리며 함박웃음을 지은 채 쫄래쫄래 다가온 하피들은 윤리의식 따윈 날려먹은 좆간 선원들에게 끔찍하게 맞아 죽거나 죄다 산채로 잡혀가게 됨


유럽 학계에 존재가 알려진 후 귀여운 외모와 순한 성격으로 그들은 애완동물이자 성노리개로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탐욕스런 유럽 귀족들에 의해 하피들은 모조리 고향을 떠나 만리타향에서 귀족들의 징그러운 욕구를 맞춰 주다 죄다 성노리개로 생을 마감하곤 했음


그렇게 백 년이 넘게 지나 병과 외래종들로 완전히 멸종했다 여겨진 그 도도새 하피가 소년의 앞에서 부화한거야


깨자마자 하피는 눈앞의 소년을 마마라 부르며 소년에게 아장아장 걸어가 안겨서 헤헤헤거리며 웃고, 이런 하피를 본 소년은 얘를 잘 키워서 비싼 값에 팔아먹기로 함


하지만 키우면 키울수록 하피에 대한 소년의 죄책감과 애틋한 동정심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지


잘 팔리게 뒤룩뒤룩 살찌우려는 음흉한 목적으로 먹이를 많이 주자 그 쪼만한 날개를 파닥파닥거리며 행복에 겨워 냠냠 먹고는, 고맙다는 듯이 눈물을 글썽이며 삑삑 소리를 내고


팔기 전에 정 안붙이려고 떼어놓고 자려 하자 입으로 팔을 문 채 떨어지기 싫다며 앙앙 울면서 안기려 드는가 하면


가끔씩 거울 속 자신과 마마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자기 동족은 왜 없을까 고민하듯 풀이 죽어 쓸쓸하게 앉아 있는 그 모습은 어렸을 때 부모에게 버려진 소년이 동병상련을 느끼게 했지


결국 하피에게 너무 많이 정이 가 버려 자기한테 헤실헤실 웃으며 안기려는 하피를 밀쳐내던 소년은 어느 새 하피를 품 속에 끌어안은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함께 자고 있었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 어느 새 장성한 도도새 하피의 아름답고 귀여운 모습이 된 그녀


소년은 희귀생물인 그녀가 탐욕스런 귀족들의 표적이 될 걸 두려워해 그녀를 포대기로 싸서 숨긴 채 항상 품에 안고 다녔지만


우연히 소년이 살던 런던의 더러운 뒷골목을 지나던 한 신사가, 그의 옆을 지나가던 소년 품 속 하피가 실수로 흘린 도도새 하피 특유의 휘황찬란한 깃털을 알아보고 말았지


한 세기도 더 전에 멸종한 줄로만 알려진 도도새 하피가 런던 뒷골목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영국의 모든 귀족들에게 퍼졌고


세상의 그 어떤 보물보다도 진귀한 그 생명체를 생포해 오라는 귀족들의 명을 받은 수백의 사냥꾼들은 하피와 그 하피를 데리고 있다는 소년을 찾아 런던의 온 뒷골목을 이 잡듯이 뒤짐


결국 그들에게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는 걸 알게 된 소년은 이별 각오를 하고, 하피는 헤어지기 싫다며 소년에게 달라붙어 세상이 떠나가라 엉엉 울겠지


그런 하피를 껴안아 같이 울던 소년은 그 탐욕스럽게 물욕과 색욕에 가득 찬 귀족들보단 그 시대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이었던 학자들에게 그녀를 주면 그녀가 안전할 거라고 믿고


사랑하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해 준 후 학자들에게 그녀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며 세상에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다음


떠나가는 소년을 붙잡으려고 바둥바둥거리며 울부짖는 그녀를 뒤로 한 채 귀족들의 추적의 미끼로 자진해서 들어갔어


귀족들의 탐욕과 소년의 침묵이 부른 끔찍한 고문이 행해진지도 얼마나 지났을까, 한 박물관에서 최후의 도도새 하피가 공개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공쳤다는 걸 알게 된 귀족들은 빡쳐서 소년을 두들겨 패곤 더러운 거리에 던져버렸지


더러운 오물이 묻고 얻어터져 난 상처로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소년은 이제 사랑하는 하피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박물관으로 향했어




하지만 가엾게도 순진한 소년은 몰랐지


그 순수하다 알려진 학자들의 숭고한 지식욕이, 때로는 그 더럽다는 물욕과 색욕보다도 더 추하고, 더 끔찍하고, 더 탐욕스러울수도 있다는 걸 말이야




박물관이 공개한 건 그가 기억하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닌, 학자들에게 연구된 후 박제되어 이제는 하나의 전시물이 되어버린 그녀의 모습이었어


그 해맑게 빛나던 연파랑색 눈이 있던 곳은 이젠 흐리멍텅한 빛깔의 천조각들로 채워졌고, 그 통통하고 말랑말랑하던 몸은 이젠 푸석거리는 솜들로 차 있었으며, 방실방실 행복하게 미소짓던 얼굴은 차가운 시체처럼 멍하니 얼어붙어 공허한 무표정만을 짓고 있었지


그가 양심이 남은 선량한 지식인들이라 믿었던 그 학자들은 욕망의 이름만 달랐지 귀족들보다도 더 비열하고 탐욕스럽게 욕망에 찬 이들이었던 거야 


첫 만남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결국 그렇게도 아끼고 사랑하게 된 그녀가, 딸처럼 사랑스레 죽을 때까지 지켜주려던 그녀가, 이젠 그와의 추억을 스스로 박살내듯 징그러운 전시물이 되어 버린 걸 본 소년은


하늘에 있는 신에게 지옥에도 못 담을 끔찍한 욕을 퍼부어 대며 그 찢어죽일 과학자들을, 탐욕스런 귀족들을 욕하면서 그녀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울부짖었어


하지만 그의 분노에 찬 비명도, 떠나간 사랑스런 그녀를 기리던 그 애처로운 절규도, 지나가던 사람들에겐 그저 비루한 광인이 길바닥에서 내지르는 광기 어린 울부짖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







이런 서글픈 도도새 하피와 소년의 애틋한 이야기가 보고 싶다

새벽감성땜에 새드엔딩됨...


좀 고어하긴 한 거 같아서 일단 고어한 묘사는 최대한 줄여봄 경고 없어서 충격받았다면 정말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