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혹시라도 '그놈'에 대한 내성이 조금이라도 없는 할배께옵서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미 챈질 좀 해본 사람이라면 '그놈'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그 사태를 직접 겪은 일원으로서 우리가 어째서 그토록 '그놈'을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간접적으로나마 돕기 위해, 얄팍한 지식으로나마 설명을 해주기 위해 작성해봤다.


*작아보이는 사진들은 클릭하면 커진다.


*그놈이 나온 사진의 눈은 다 모자이크 처리했다. 







발단-전개



사실 2월에 나온 클뜯 정보도 있었고 아에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게이도 있었다. 이미 일섭에서 아로나를 주축으로 진행하는 버튜버 아로나 채널이 있었기 때문에 아로나의 목소리만 한국말로 대체되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주를 이뤘다.


물론 아에 다른 버튜버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었다. 일섭 1주년을 기념하여 콜라보를 통해 버튜버가 Target for love를 부른 영상이 공식 유튜브에도 올라왔기 때문이다. 아마 이때부터 얘네가 본격적으로 버튜버에 눈독 들이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때도 버튜버에 관한 의견은 반대가 더 많았고 찬성쪽도 버튜버를 통해 게임 홍보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준다면 서로 윈윈이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 누구도 얘네가 아에 새로운 버튜버를 만들어 오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위기



3월 18일 오후 12시가 되자마자 공식 트위터는 물론 포럼, 심지어 인게임에도 동시 공지가 올라왔다.


이 단순한 공지 하나가 불러온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아직 인게임적으로도 완벽하지 않은 '미완성 게임'이었던 블루아카이브에 개발비 충당하라고 준 돈인데 이딴 거나 쳐만들고 있네가 당시 주된 여론이었다.


심지어 이때가 한창 여름 이벤트 기간이었는데, 여름 이벤트 때 연속 한정 이중 픽업임에도 뿌리는 사료량이 턱없이 적어 이미 민심이 아작난 상태였다.


그래도 용하 나름대로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애썼구나, 하는 안쓰런 마음에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영상을 보자마자 한줌 남아 있던 측은함조차 사라졌다.



당시 한섭에 접속하면 꼼짝없이 이 화면을 봐야만 했다.


안 그래도 게임 터질 때마다 말딸이랑 비교당하며 똥겜소리 듣는게 일상이었는데 버튜버조차 따라한다고 만든 결과물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움짤 비교영상 올릴랬는데 혐오스러워서 짤랐다.





게다가 이미 일섭에서 성공 사례로 나온 아로나 채널이 있음에도 굳이 한국만 따로 분리해서 버튜버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정말 허리띠 졸라매서 완벽한 작품을 가져왔으면 모를까, 좌우대칭도 맞지 않는 실패작을 일섭 대체라며 가지고 들어왔으니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때까지 머리가 박살난 채 적금보다 많은 돈을 몰루에 저축하던 나조차 바로 넥슨 고객센터에 찾아가 환불 상담부터 하고 있었으니, 다른 센세는 어떤 심정이었을지 굳이 말 안 해도 알리라 생각한다.



 


당시 게임은 공지에 이런 사소한 추신조차도 오타 내는게 일상일 정도로 엉망인 상태였고, 기약 없는 미실장 학생들을 인질로 잡은 채 이중픽업만 밥먹듯이 내놓으며 유저들의 골수까지 빨아먹던 때였다.


안 그래도 흉흉한 민심에 불 끄기는 커녕 TNT를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옆집에선 무료10뽑 이벤트를 하고 있었으니 불만이 아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당시 인게임에서 이 이벤트 탭으로 다른 웹사이트가 들어가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걸로 야한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둠을 플레이하는 둥 여러 인증행렬이 줄을 이었다.


가장 웃긴 게 바로 이 괴상한 이벤트의 목적인데,



얘는 뭐 게임이나 버튜버랑 콜라보 해서 만든 캐릭터가 아닌 넥슨이 지 쓸라고 하청업체에 의뢰한 '자체 제작 버튜버'란 점이다.


웹 이벤트성으로 한두번 보고 끝낼 게 아니라 앞으로 쭉 본단 소리였다.


거기다 얘가 블루아카이브만 할 게 아니라 블루아카이브를 발판으로 활동을 시작할 버튜버란 것도 문제였다.


안 그래도 이벤트랍시고 저 ㅈ같은 얼굴 매일 쳐다보기도 싫은데

아예 블루아카이브가 이놈을 홍보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절정



이 글을 기점으로 커뮤니티 전반에 불이 아닌 화산이 터지기 시작했다. 지금봐도 사태가 좆된 게 단박에 다가오는 명문이다.


월정액이 구독권으로 바뀌고 흑우팩이 슈퍼챗으로 바뀐 데다가 당시 플레단을 이루아 열혈팬클럽이라 불렀으니 이걸 듣고도 머리가 봉합되지 않은 센세가 없었다.




사실상 버튜버 기획이 통과됐을 수도 있었던 유일한 경우의 수


그래도 넥슨에서 만든 버튜버라 넥슨게임즈는 윗선에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진행했을 거란 동정 여론이 있었다. 가장 씹덕의 니즈를 잘 이해하는 총괄 디렉터 김용하의 신뢰는 이때까진 건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새해 편지와 인터뷰를 통해 예견된 사태



심지어 이새끼들 유튜브 재생목록도 새로 파놨었다


모든 기대가 산산히 부서졌다.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게 된 순간이었다. 용하가 직접 쓴 이 글만 봐도 얼마나 이 프로젝트에 진심인지 느껴졌기 때문에 당시 많은 유저가 마음을 접은 채 게임을 삭제하고, 계정을 삭제했다. 밤샘 당직으로 지쳤던 센세조차 잠이 확 달아나 갤은 물론 챈에도 반나절만에 념글이 몇 페이지나 나왔을 정도로 당시 분위기는 뜨겁다 못해 살아 숨쉬는 불지옥이었다.





당시 많은 유저가 어떻게든 이 기획을 엎으려고 모든 경우의 수를 사용해 착한 분탕질을 멈추지 않았다. 용하에게 직접 인신공격을 하거나 '그놈' 목소리만 듣고 인적 사항을 파헤치려 하고 버튜버 제작회사에, 심지어 라이브 방송 당일 테러를 예고하는 둥, 정말 여러 종류의 분탕이 판을 치고 다녔다. 당시 어마어마했던 불길에 용하는 물론이고 만화를 휴재한 공식 작가에게까지 번졌는데...


때문에 당시 정말 많은 유저가 일섭으로 이민갔고 동시에 [일섭]탭을 삭제하고 [KR]탭을 만들어야 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으며, '좋은 문화는 형님 먼저'라며 일섭과 콜라보를 제안한 패륜아도 있었다. 망갤되면 찾아온다는 맨유조차 '그놈' 얼굴을 보곤 헐레벌떡 빤스런치기 바빴을 정도.




그나마 인게임에 가끔 나오는 크로노스 학생 컨셉이었으면, 차라리 원래 있던 학생인 미쿠였다면 조금이나마 이해는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헤일로도 없고 세계관과 쥐뿔도 관련 없으면서 영향력도 제로인 놈이 미카 실장하라고 지른 돈으로 "방송 귀찮은데~"하면서 낼름 숟가락 쳐올리고 있으니 지금 생각해도 분노로 치가 떨린다.



시발...







결말



다시봐도 명문이니 한 번 더 읽어보자


2022년 3월 18일 12시부터 시작한 이 싸움의 끝은 같은 날 19시 59분, 김용하의 도게자와 함께 끝이 났다.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빠른 프로젝트 철회에 모든 유저는 축배를 들고 긴 싸움 끝에 쟁취한 승리의 미주를 한껏 즐겼다.


그리고 이후 게임 운영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클라이언트에 파일이 있음에도 인게임에선 일어로 나오는 번역 문제, 공지는 물론 게임 내에서도 빈번하게 보이던 오타와 띄어쓰기 문제, 학생 스킬 설명 부족과 사소한 버그 등 여러 문제 사항들이 업데이트와 함께 차근차근 해소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이 사건 이후지만...


지금에야 잘 안 보이지만 당시엔 임무를 밀 때 특정 학생의 스킬과 함께 웨이브의 몹들이 스킵되면서 게임 진행이 안 되는 엿같은 종류의 버그도 많았다.


물론 유입된 뉴비들 입장에서야 아직 불편한 기능들이 많겠지만 오픈할배들 입장에선 정말 다른 게임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같은 입장에서도 할배들의 불만이 유독 적은 걸 볼 수 있다.




프로젝트에 들어간 돈이 한두푼이 아닐 텐데도 직접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한 신용하의 판단력 덕분에 떠난 민심은 물론 다른 게임 유저들조차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 모습을 보고 몰루에 뼈를 묻기로한 센세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게임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임은 틀림없다. 하마터면 최악의 선례를 남길 뻔한 블루아카이브가 이렇게나마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건 용하신의 빛과 같은 갓운영 덕분일 것이다. 다들 오늘 하루만큼은 용하가 있는 판교를 향해 감사의 절을 올려보는게 어떨까?









엿같은 글 봐주느라 고마웠다, 눈정화 하고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