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가족이란 게 있을 거 아냐? 적어도 인간이라면, 이러지 마 제발….”


눈 앞에 소녀 한 명이 벌벌 떨고 있다.


“….”


“다가오지 말라고!”


이건 어쩔 수 없다.


“내 몸에 손대지… 마흐윽. 하지 말라고….”


“….”


“개 쓰레기….”


마치 벌레를 보는 듯한 경멸의 표정이 나의 몸을 꿰뚫는 듯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강한 저항을 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나를 욕하기만 할 뿐, 나의 손을 뿌리치거나 같은 행동은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제안했다.


“…야, 얀순아. 역시 나 이거 진짜 못하겠어….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붉게 물든 표정은 순식간에 확 바뀌었다. 그녀의 눈빛은 벌레 이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마음만 먹으면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


“야. 뭐라고?”


후줄근해진 운동복을 다시 맞추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분위기에, 나는 온몸이 얼어 붙고 말았다.


“다시 말해봐. 뭘 못하겠다고?”


“아니, 그, 그게….”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


마치 그것을 형상 시키는 듯 하다.


사자를 눈앞에 둔 얼룩말의 심정이 이러할까?


…역시 안되겠다.


얼룩말은, 재빠른 다리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


절대 잡혀서는 안된다.


우선 이 방을 나가야 한다. 잘 못 했다가는 두 명이 들어와서 세 명이 되어 나갈 수도 있다. 내 특기였던 달리기를 살려서 빠르게 침실을 뛰쳐나갔다.


현관에 도착한 후 신발을 신을 틈도 없이 그저 맨발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드디어 탈출할 수 있는 건가?


“…아?”


분명 빠져나왔었는데?


아래를 바라보자 맨발인 두 다리로 공중에서 발버둥 치는 게 보인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리자, 나의 목덜미를 잡고도 아무런 힘이 들지 않아 보이는 얀순이가 눈에 들어온다. 소름이 머리 끝까지 돋으면서 나를 탈출시키지 못하도록 얼게 만든다.


“왜지?”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쌍욕도, 나를 모욕하는 말도 아닌 그저….


“왜 나를…! 거부하는 거야?”


쾅!


“으으!”


집 안 바닥에 내팽개쳐진 나를 내려다 본다.


“대체 왜? 어디 가서 얼굴로 꿀린 적은 없었고, 몸매는…. 같은 육상부인 네가 잘 알잖아? 집에 돈도 없는 것도 아냐. 그냥 내가 알아서 다 해준 다니까? 그냥 넌 지금 몸만 대주고, 나중에 가서 지장만 찍으면 돼. 나머지는 걱정할 것 없어.”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운동복을 차근차근 벗으면서 다가오는 그녀에게,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걸까.


“아, 안 돼. 오지 마! 다가오지 마!”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앉은 채로 뒤로 슬며시 물러나보지만. 그마저도 다리가 잡혀서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느 새 그녀는 상의를 완전히 탈의했고, 살짝 탄 살과 아직 타지 않은 속옷 근처가 돋보인다.


꿀꺽―


침이 자동으로 넘어가자 그녀가 눈치채고는 살짝 웃는다.


묶고 있던 머리카락을 풀고는 머리를 흔들며 도발적으로 머리를 정리한다.


이건 그냥 생리 현상….


“제발 이러지 마….”


“….”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결국, 얼룩말은 사자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