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그날은 별빛이 여름철의 장마에 오는 비처럼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은채 내렸다.공기가 깨끗한 시골이라서라고 치부해버리고 넘기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별들.

난 이젠 점차 개발되어 자연의 풍경이 과거의 흔적이 될 뿐인 이 도시에서 마지막으로 보게 될수도 있는 은하수를 보고자,우리 집이 위치한 건물에 설치된 공용 옥상을 술과 함께 올라갔다.

그러자 보이는건 아름답디 아름다윤 저 긴 은하수를 항해하는 유성우.말이 절로 안나오는 원대하고도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만을 내뱉으며 난 술을 한모금 들이켰다.

갓 나온지라 얼음장같이 시원한 술은 따갑게도 내 식도를 지나가곤 이런 몽롱한 기분에 더욱 취할 수 있도록 원조하기 시작했다.마약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몽롱함에 샤워하듯 빠져든 난 조용히 누웠다.

공용 옥상이라서 꽤나 관리를 한 듯.오물 없이 깨끗한 탁상과 의자에 드러누우며 난 하늘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옥상과 연결된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왔다.피를 겨우겨우 막은 듯 붉게 물든 붕대와 밴드가 수많은 부위에 붙어져 있는 한 소녀였다.

온몸에는 푸른 멍.찢어진 듯 날카롭게 헤쳐진 머리카락.아무리 보아도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소녀는 길의 방향을 상실한 듯 허망하고도 공허한 눈으로 비참한 모습을 하였다.

난 그러한 소녀의 안처로운 모습을 바라보다가도 혹여나 자살하려는건 아닐까 싶어 오지랖을 저도 모르게 부려버렸다.물론 평소의 나였더라면 하지도 않았을 행위이지만 술에 취하여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갈대같이 휙휙 변하는 감정은 날 지금까지완 영 다른 방향으로 부추겼다.

"학생 뭐하게?"

약간씩 더럽혀지고 잘 보면 조금씩 찢어지기도한 교복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멍은 지금까지 그녀의 삶이 얼마나 구차했는지 대변하여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성대가 찢어진 듯 고통이 들어찬 목소리로 내게 말하였다.

"알아서 뭐하시게요.당신도 저를 괴롭히실건가요?"

벌써부터 부정적인 시각으로 날 바라보며 적대적으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허탈한 웃음을 난 저도 모르게 지어버렸다.왠지는 몰라도 그녀의 모습이 마치 옛 나와 겹쳐 보여서인지.아니면 그런 고통에도 살아있는 나와 소녀가 우스워서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이유로 웃음을 지은 날 바라보며 그녀는 비웃기라도 하냐는 듯 공허한 눈에 약간 돌기 시작한 생기로 욕하였다.

그 모습에 나는 술을 한모금 다시 들이 마시곤 말하였다.

"너 죽으면 나 살인사건 범죄자 된다."

그 말에 더욱 슬픔으로 들어찬 듯 주먹을 꽉 쥐며 눈에 띄게도 떠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말하였다.

"당신 같이 다른 사람이 자살한대도 술 마시면서 방관하는 이는 범죄자 맞잖아요.제 말이 틀렸나요?"

자신의 경험으로 찌든 그 고혈을 감정과 함께 내뱉던 소녀는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며 제 다리를 만졌다.일순간 들고 있던 술을 탁상에 내버려둔 난 소녀에게 걸어갔다.

그 모습에 소녀는 제 고통을 무릅쓰고 내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에 실린건 아주 미약한 힘.별로 아프진 않지만 아픈 그 주먹을 난 맞아주며 나아갔다.그럴수록 점점 공포를 느끼는 것인지.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에 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드.

그렇게 다가오지말라며 뒷걸음 치던 소녀는 갑자기 힘이 빠진 듯 옥상문이 있는 벽에 등을 댄 뒤 주저 앉아 버렸다.그와 동시에 다양하게 구멍이 난 스타킹에서 나오는 고른과 피를 난 목격하고 말았다.

'붕대 지금 없는데'

분명 타인임이 분명할 뿐더러 일면식 없돈 소녀에게 이상한 동질감을 느껴버린 난 어떻게든 치료하고자 맘을 먹어버리고 말았다.그래설까.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허락도 안 구한채 업은 뒤 조용히 내 방으로 향하였다.

이는 분명하게도 범법 행위이자 납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행위였지만 술로 인헤 격해진 감정은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었을까.마치 황소처럼 뒷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소녀를 내 방으로 데려온 난 알코올을 꺼냈다.

먀려오면서 조용히 체념한 듯 가만히 업혀있다가 도착했을 때는 고개를 푹 숙이던 그녀는 갑작스런 고통에 비명울 질렀다.하지만 그렇다고 마음 약해져서 그만두면 상처가 더 곪음을 아는 난 계속해서 소독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깨끗한 솜으로 그 상처를 덧댄 뒤 붕대로 단단히 묶었다.그 간결하게 끝난 지금 난 소녀를 바라보았고 무슨 상황이 일어나는지 이해 못한 듯 어리둥정한 표정으로 그녀는 날 바라봤다.

'머리카락 빗어야하나'

잔뜩 헤쳐진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고민하기 시작한 난 그녀의 머리를 빗기기로 했다.

그런 마음과 함께 빗을 들고 천천히 다가가던 날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던 소녀는 이번엔 가만히 있었다.이 상황이 무언가 이상하고 괴리적임을 느끼던 난 이젠 어찌됐든 저 변변찮은 꼴만 해결하잔 생각과 함께 움직였다.

그렇게 빗질을 하던 도중 무언가 단단한 뿔 같은 것이 턱턱 걸렸고 그 정체를 확인하고자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진 날 소녀가 탁 쳐내려 했다.하지만 그로써 무언가 오기가 생긴 난 멈추지 않고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이는 아주 작은 뿔.

"너 사람이 맞니..가 아니라 맞겠지"

소녀에 대한 정체를 물어보려던 난 그것이 매우 실례되는 질문임을 깨달았기에 멈추었다.그리곤 다시 화제를 돌리고자 빗질을 다시금 하며 천천히 굳세게 닫힌 마음을 열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다음날.취기에서 벗어난 난 내가 어제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깨달았고,자살만이 답이 아닐까 싶어 조용히 창을 열고 고민하던 중 감정이 미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는 뭐길래.날 도와준거에요?"

난 생각할 것도 없다 여겼기에 대답하였다.

"너와 똑같은 상처를 가졌던 사람."

"그러면.아저씨."

"왜"

그 아이는 무언가 주저하듯 떨며 수없이 부셔졌기에 테이프로 겨우겨우 봉합한 듯한 흉한 마음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나와 함께 지내주세요."

"그래"

그날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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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아저씨라고 부르란 말을 내가 몇번 했을까."

"아저씨란 말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한 학생이 어른이 되고.한 미숙한 어른이 성숙해진 1년.

우린 그동안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그것은 직접적인 경험이기도 하였고 때론 간접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봄에는 피어나는 꽃들과 이젠 녹아가는 학생의 마음을 우린 바라보며 말하였다.여름에는 저 찌는 날씨에서 녹듯 아직 불완전한 마음을 도자기처럼 구웠다.가을엔 떨어지는 낙엽같이 형체만을 가진 마음을 저 형형색색의 산처럼 색체하였다.

그리고 겨울.그 계절 속에서도 끝자락.

소녀는 아직 친구를 만들지 못했지만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에게서 벗어났다.자신을 억압하려는 부모에게서 자유와 의지를 가진 채 저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그리 날아간 소녀는 저 먼 거리를 넘어서 마치 아이처럼 내 품에 안겨왔다.그렇게 날아온 아직 성인이 아닌 소녀.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컸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미숙한 아이.

난 그런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무미한 회사 일에서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원하는걸 하였다.서로 동일한 취미를 가지고 며칠을 토론한 적도 있었고 때론 각자의 소망을 이루어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겨울의 끝자락 우리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그리고 지금 우린 처음 만났을 때를 회고하며 옥상으로 올라갔다.호적상 그 누구의 아이도 아니게 된 소녀와 0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며 혼자서 살아가던 우리의 새해를 축복해보고자,과거와는 대비되는 정 반대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자 올라갔다..

난 술을 뜯으려 했다.

냉장고에서 갓 나왔던지라 아직 차가운 맥주는 이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건재한 현 겨울에서 먹자기엔 미친 행위라고 여길 법 했다.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개발 끝에 희미해진 별들을 마지막으로 보는건 오늘 밖에 없다 여긴 난 소녀를 꼬셔 같이 올라왔다.

소녀는 처음엔 반대하였지만 결국 내 기에 지친 듯 알았다면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겼고 옷을 두껍게 싸맨채 올라와선 말하였다.

"0시 되기 이전에는 안 마시는거에요."

"1분 남았다!"

사람들의 소리가 도시를 찢을 정도로 우렁차게도 퍼지며 이 곳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즐거운 혹은 슬픔.막연함 어쩌면 두려움.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한데 뒤섞여 피어나는 그 목소리들에 나는 조용히 술을 딸 준비를 했다.

하지만 어느새 이미 다 따져있는 캔 맥주들.그를 본 난책망하는 감정을 눈빛으로 소녀에게 쏘아냈지만 모르는 일이라는 듯 목을 가다듬으며 고개돌리는 얀순.그에 더욱 어이가 없어잔 난 약간은 허망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마지막일 이번 해를 추억하며 말문을 열었다.

"10!"


"술잔 들어."


"9!"


"네"


"8!"


"귀 아파"


"7!"


"시끄럽긴 하네요."


"6!"


"새해 소원은 뭐 빌거야?"


"5!"


"사랑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할거에요."


"4!"


"우리 얀순이.드디어 사랑하는 사람 생겼구나!"


"3!"


"꽤 예전부터 있었는데요."


"2!"


"누군데?"


"1!"


"누구냐면.."


"0!"


"당신이에요."


"뭐?"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에 그녀가 하는 말을 제대로 못 들었던 내가 질문을 하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제 새빨개진 볼을 감추는 얀순.추워서인지 붉어보이는 뺨을 어루 만져주던 난 말하였다.

"추우면 집에 갈까?"

그 말에 갑자기 일어서더니 내 옆에 와선 근처에 앉은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술만 마시고 가요."

그냥 말하면 될 터임에도 일어서서 가까이 오더니 속삭이는 그녀의 행동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며 난 술잔을 들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라서 그럴까.무언가 더욱 몽롱해지는 취기에 난 힘이 빠짐을 느끼며 계속해서 맥주를 들이부었고,그를 지켜보며 술에 손을 대지도 않는 그녀에게 난 말하려 했다.

"나 혼ㅈ-"

하지만 갑자기 힘이 빠짐과 함께 쓰러지는 내 정신은 그녀에게 하려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였고,그런 내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보인건 위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얀순 뿐이었다.


.
.
.



'집이네.'

난 생각했다.

그리고 두 손을 묶고 있는 수갑과 다리를 제압한 철구 달린 줄 모두 바라보며 생각했다.

'좆됐네'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기분 좋은 그녀가 내는 콧노래가 천천히 들려왔고 전 후 상황이 천천히 파악된 난 생각했다.

'회사에선 잘리지는 않겠네'

어제인 목요일로 시작하여 다음주 금요일까지 모두 휴일인 기적과 다름 없는 이번 년도에 난 감사함을 느끼며 생각했다.어떻게 해야 이 제압구를 풀고 이성적으로 대화해서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내게 점점 가까이 오는 듯 커지는 발소리와 콧 노래는 이상하게도 귀여울 뿐이었고,무언가를 잘 못 먹었음을 확신한 난 화난 표정을 지어보기 위하여 노력했다.

그리고 그렇게 혐상궃은 표정을 짓게 된 날 본 그녀가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며,성공적이라는 예측을 한 것이 부끄럽게도 얀순은 본래 표정으로 돌아오곤 말했다.

"오빠는 예전부터 연기 너무 못해."

"제발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2살 차이는 나이 차이도 아니래."

"난 직장인이고 넌 대학생이 될 몸이야."

"차이 없는데."

지금에 와선 나도 내가 억지임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이를 어긴다면 마지막 선마저 넘는 것 같았기에 난 매번 그리 말했다.하지만 그러한 부탁을 오히려 귀엽다는 듯 쉬이 넘긴 그녀는 천천히 내 근처로 걸어왔다.

예전과 다르게도 잘 정돈된 긴 흑발.뚜렷한 목표를 지닌 흑안.멍은 볼 수 없는 깨끗한 피부.

문득 자신의 노력을 체감한 난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웃음을 내버렸고 황소처럼 다가오던 그녀는 갑자기 멈추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몇십배는 빨라진 속도로 뛰어들더니 나와 몸을 부딪쳤다.그렇게 서로가 부딪혀 비명을 지르던 지금에서 그녀는 조용히 나를 안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사랑해요."

"나도 우리 얀순이 사랑한단다.그러니 이것 좀."

"그런 사랑말고요."

"그럼 뭘 바라는거니"

그 말에 저가 입고 있던 와이셔츠를 천천히 푸는 그녀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난 벗어나고자 뒷걸음칠 쳤지만,온 사지가 묶인 나로써는 그리 먼 거리를 걸어가지 못했다.

"이성으로 절 바라봐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내게 달려들었고 그날 나는 서로의 사랑을 몸에 각인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