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높네..."


솔피의 집에 도달한 내 앞에 보이는 것은 까마득히 높아 보이는 벽이었다. 몇 번 솔피의 집에 놀러갔을때도 느꼈지만 바로 아래에서 보니 더욱 높아 보였다.


나는 부모님 몰래 창고에서 꺼내온 사다리를 벽에 대고 벽을 올라갔다.


담벼락 끝에 도달하자, 담벼락위에 올라탄 나는 사다리를 들어 반대쪽으로 옮기려고 했다. 


"끄으으으..."


아까 들때는 들만 했는데 사다리는 생각보다 위로 올라오지 않았고 결국 손을 삐끗해 사다리를 놓치고 말았다.


카카캉!


알류미늄으로 된 사다리가 바닥에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고요했던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집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나며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망했다..."


이 광경을 들키면 결코 그냥 넘어갈수 있을리가 없었다. 누가봐도 담을 타고 넘어 집안에 무단침입하려다 적발된 도둑이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이판사판이지...'


침을 꿀꺽 삼키며 각오를 다진 나는 그대로 담벼락에서 미끄러져 밑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바닥에는 이물질 없이 평평하고 푹신했고 떨어져 한바퀴 구른후, 서둘러 착지지점과 조금 떨어진 풀숲으로 기어가 몸을 숨겼다.


잠시뒤 검은정장은 입은 헬하운드 경비 한명이 투덜대며 내가 떨어졌던 위치로 몰려들었다. 처음에 잘 들리지 않았던 소리를 경비가 가까워 지면서 선명하게 들렸다.

"맨날 나한테만 귀찮은거 시키고... 귀신이면 어쩌지..."


내가 낙하했던 위치에 경비의 시선이 집중된 사이, 나는 서둘러 솔피의 방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띵!


떨어질때의 충격으로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무음에서 소리모드로 바뀌었는지 갑자기 정각을 알리는 소리가 난것이다.


'아오 하필 진짜...'


소리를 들은 헬하운드는 손전등을 내가 있는 위치로 향하고 천천히 다가왔다.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열심히 생각해봤지만 지금 가져온 가방 안에는 솔피에게 가져다줄 숙제와 정리노트만이 잔뜩 들어있었었다.


그런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헬하운드는 천천히 나에게 나가오며 경계태세를 풀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된 거 차리라...'


어느새 풀숲 바로 앞까지 온 헬하운드가 풀숲을 거두려는 순간 나는 소리를 지르며 헬하운드에게로 뛰쳐나갔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귀신이야아아아!!!"


갑자기 튀어나온 물체에 깜짝놀란 헬하운드는 나를 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서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는 달달 떨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헬하운드를 지나 창문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서도 몇 번 잡힐뻔 했지만 아까 헬하운드가 비명으로 관심을 끌어준 덕분에 무사히 솔피의 방에 도착할수 있었다.


솔피의 방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려다 멈칫했다. 그리고 문틈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솔피야...나야...문좀 열어줘..."


"..."


"...솔피야...나야..."


"..."


몇 번 불러도 대답이 없자 나는 솔피가 자는줄 알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이내 밖의 수색을 마치고 경비들이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다급해진 나는

"솔피야~나 문 좀 열어줘~!"


하지만 안쪽에서는 묵묵무답 이었다. 그러다 코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당황한 나는 솔피의 방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 문 뒤에 숨었다.


문 뒤로 몇 명의 인기척이 지나가고 안심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스위치를 찾아 방의 불을 켰다. 그런데 맨 처음 보인것은 침대에 속옷 차림으로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 솔피였다.


그동안 솔피가 교복을 풀어헤치고 다녀서 어느정도는 예상했지만 거의 알몸상태인 솔피의 몸은 환상적이었다. 


새하얀 피부에 D컵은 족히 되어보이는 탄력있는 탱탱한 가슴이 검은 속옷에 감싸여 있었고 그 아래로 허리 라인을 따라 군살없이 탄탄해 보이는 복근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얇은 허리와는 상반되는 넓은 골반이 완벽한 S자 몸매를 형성하고 있었다.


솔피와 나는 잠시동안 아무 말 없이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어? 왜 솔피가 알몸이지? 왜 옷을 안입었지? 근데 가슴이 어...아니 어...음...'

'어? 애가 왜 여기있지? 내가 절대 안만난다고 했는데 게다가 왜 숨는거지?그보다 어떻게 들어온거야? 그보다 내가 옷을 입고 있었던가? 나는 잘때 암것고 안입고 자ㄴ..."

"꺄아아아악!"


이내 상황파악을 마친 솔피가 부끄러운듯 붉게 상기된 얼굴로 온 집이 떠나갈듯 비명을 질렀다. 솔피의 비명과 함께 온 집안이 분주해지며 솔피의 방으로 향했다. 몇 번의 쿵쿵 소리가 울리고 솔피의 문앞에 


수많은 인기척이 모였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허둥대던 나는 침대 옆 창문으로 도망치기 위해 창침대로 향했고 침대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나를 보고 솔피는 작은 목소리로

"ㅇ,여기로 오지마!"


만일 이 광경을 보이면 틀림없이 


'아가씨가 소리지름->왠 외간 남자가 아가씨 방에 있음->아가씨가 속옷차림임->침대 옆에 있음->쓰레기 범죄자새끼->사형 


이라는 프로토콜이 진행될 게 분명했다.


내가 침대에 올라가 창문을 넘으려 하자 솔피는 내 목 뒷덜미를 잡고 끌어내려 엄청난 속도로 내 가방을 벗겨 옷장쪽으로 던지고는 자신의 자신의 몸 위에 포개고는 이불을 덮어 나를 숨겼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방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우르르르 들어오는 발소리 또한 들렸다.

"아가씨 무슨일 이십니까!"


"ㅇ,아 별거 아니야 무서운 꿈을 꿔서..."


"그렇습니까? 저,다름이 아니라..."


경비대장인것 같이 들리는 목소리와 솔피의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지만 나는 그런걸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보드라운 솔피의 피부가 내 온몸에 느껴졌고, 씻은지 얼마 안되었는지 항상 솔피에게 나던 향기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무엇보다 큰 일 인건 솔피의 양 가슴 사이에 파묻혀있는 내 얼굴이었다.


솔피가 급히 나를 숨기면서 위치는 생각을 못한 탓에 양가슴에 파묻혀 버린탓에, 필사적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부풀어 오르는 바지를 억제했지만, 무리였고 거친숨이 조금씩 입밖으로 새어나와 솔피의 가슴을 간지럽혔다.


"...이런데도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으니까. 흣 가봐..."


"하지만..."


"괜찮대두읏."


"예, 아가씨."


방문이 닫히자 솔피는 이불을 들어올린 다음 서둘러 나를 떼어 놓았다.


"ㅈ,저기 솔피야 그게..."


"알겠으니까 눈감아."


"응."


솔피의 말에 나는 벽을 보고 돌아서서 눈을 감았다.


스륵 스르륵


끼익 


스으윽 슥 스슥


조용한 방안에서는 옷과 부드러운 살갗이 맞닿는 소리만이 울려 내 귀에 들어왔다. 몇 번이고 뒤돌아 보고싶은 충동이 끓었지만 옆으로 돌아가려는 눈알을 필사적으로 중앙으로 돌렸다.


"이제 돌려도 괜찮아."


"응..."


나는 솔피의 말에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솔피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박스티에 돌핀팬츠를 입은 솔피가 앉아있었다.


나름 평범하게 입었지만 박스티 하나로 솔피의 고혹적인 몸매를 가리기에는 무리였고, 돌핀팬츠 아래로 늘씬하게 뻗어있는 각선미는 오히려 나의 마음을 자극하여, 한동안 말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없이 솔피만 빤히 쳐다보자 보다못한 솔피가 조금 부끄러워 하며 입을 열었다.

"너무 빤히 보지마..."


"ㅇ,아 응 미안"


"그래서 여긴 왜 온거야."


"이거 전해주려고."


나는 아까 솔피가 멀리 던진 가방을 가져와 숙제와 필기노트를 꺼내서 솔피에게 건냈다.


"이건 숙제고, 이건 국어 필기, 이건...수학, 그리고 이건 사회."


내가 가방에 있는걸 전부 건내자 솔피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되물었다.


"너 정문으로 들어온거 아니지?"


뜨끔


"후...그럼 사다리도 너야?"


"응 어쩌다보니..."


"그럼 마당의 풀 숲 귀신도?"


"그건 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내 말을 듣고 조용히 있던 솔피의 얼굴이 기쁨과 고민이 교차하더니 잠시후 입을 열었다.


"우리...아직 친구지?"


"아니."


나의 대답에 솔피는 고개를 떨구고는 파르르 떨며 훌쩍였다.


"그...렇겠지...? 나...약속 어겼...으니까...당연한 거겠지?"


솔피의 얼굴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볼을 타고 이불에 뚝뚝 떨어지며 물방울 자국을 만들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있는 솔피를 꼬옥 껴안아주며 말했다.


" 연인 사이야."


내 말에 잠깐 울음을 멈췄던 솔피는 말 뜻을 이해하고 나를 꽈악 껴안으며 소리 죽여 울기 시작했다.


"후아앙... 나 무서웠어. 훌쩍... 나 미움 받은거 아닌가 하고 훌쩍...이제 더 이상 너랑 못 놀지도 모르고 훌쩍...학교에서 아는 척도 안해줄까봐 흐아아앙"


"괜찮아, 나는 항상 우리 솔피편 이니까."


나는 나에게 꼬옥 달라붙어 우는 솔피의 머리와 꼬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솔피를 달래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