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오른쪽 귀에서 시작해 눈두덩이를 가로지르고


오른쪽 눈을 한번 찌르고는 코를 타고 내려와


입술을 반으로 가른 후 그대로 목과 쇄골을 지나쳐


가슴팎을 건너가 옆구리로 빠져나오던 선.


그 선 오른쪽의 검은색으로 그을린 채 갈라진 틈 사이로 시뻘건 속살을 내비치던 피부.


의사는 내게 화상을 입어 익어 버린 그 살들에 붙일 새 피부를 당장이라도 구하지 않으면


평생동안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함은 물론 살이 괴사하여 목숨마저도 위태로울 것이라 경고했다.


덕분에 겁에 질려 눈동자가 흔들리던 왼쪽 눈과 칼에 베여 이제는 그 눈동자조차 남지 않은 오른쪽 눈이


내 불타버린 오른쪽 반신을 애써 동공 안에 집어넣을 때마다


나는 그 충격적인 사고의 산물을 평생 몸에 붙이고 살아야 한다는 충격과 공포를


그리고 나를 이런 꼴로 만든 그 괴한에게 내가 당한 것 이상으로 더 잔혹하게 갚아주고 싶다는 증오와 분노를 머리 속에 쑤셔박고 있었다.


나의 불타오른 분노에 내 몸 속을 돌던 피들이 용광로의 쇳물처럼 끓어올라 혈관을 짓누를 때마다


분노로 일그러진 내 얼굴은 그 분노보다 더한 고통으로 찍어 눌려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을 토해내었다.


그 괴한이 내 몸에 불을 붙이기 전, 식칼로 내 가슴팎을 찔러 심장을 할퀸 그 상처가


열분으로 날뛰는 피들 때문에 점점 찢어지고 벌어져 갔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내 머리속은 여전히 평생 남에게 죄는 짓지 않고 살아온 내게 이런 일을 저지를 만한 유일한 이에 대한 맹렬한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물증은 없어도 내 머리가 기억하는 내게 원수 진 유일한 이는 그녀밖에 없었다.


한때는 여신처럼 고귀해 보였으나 이제는 불쌍한 척하며 애정을 미친 듯이 갈구하던 그 모습이 불쾌하고 증오스러울 뿐인 그녀 말이다.






내게 유일하게 앙심을 품었을 법한 이이자 한때 내가 사랑하던 여자친구였던 그녀의 이름은 서유나였다.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남들이 내게 너 주제에 어떻게 그런 애랑 사귀었냐며 스트레스에 젖은 내 말들을 배부른 놈이 지껄이는 소리라며 무시할 정도로


확실히 그녀는 정말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섣불리 범접할 수 없는, 그 누구도 얻기 힘들 법한 그런 여성이었다.


샤울대에서 학점 4.2를 유지하면서 공부도 딱히 안했지만 항상 과탑을 유지하던 학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178은 될 법한 모델처럼 큰 키, 잘 빠진 매끄러운 몸매와 상의를 들출 정도로 풍만하게 커서 그 몸매를 더 아름답게 꽃피워주던 가슴.


흑단처럼 새까맣고 윤기가 흐르던 머리카락과 화장 하나 안 해도 다른 그 누구보다도 더 새뽀얗고 잡티 하나 없던 피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며, 현역 연예인이나 배우들조차 압살한다는 평가를 받고는 연예계 업자들의 쏟아지는 러브콜로 그걸 인증하던 외모.


거기에 우울하게 져 내리며 하루의 끝을 알리던 노을에 피곤함에 젖어 다크써클이 내린 새하얀 얼굴을 비추며, 입에 담배 하나를 꼬나문 채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뱉던 그 멜랑꼴리하고 퇴폐적인 모습까지.


대학에 있던 모든 남성들은 그녀라는 꽃에 홀린 꿀벌들처럼 그녀 주변을 맴돌았고, 다른 여동기들은 질투에 어려 그 모습에 독기 서린 시선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언제나, 새빨갛고 탐스러운 꽃잎을 날카로운 가시로 지키는 장미처럼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가 주변에 흩뿌려대던 그 매혹적인 기운에 고백하러 다가오는 이들에게 


냉정한 거절과 은근한 무시라는 날카로운 비수를 꽂아 자신의 접근할 수 없는 고혹적인 미모를 지키곤 했다.


그 날카로운 가시들에 찔려 가며 헤쳐 나가 처음으로 그녀라는 꽃을 따게 된 건 나였고


그 덕분에 나는 누구도 보지 못했던, 모두가 그 무엇보다도 궁금해 했을, 꽃잎 속에 꽁꽁 숨겨진 그녀의 진정한 내면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 진정한 모습이 가져다 준 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나 혼자 알았다는 왠지 모를 흥분과 기쁨이 아닌


그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녀가 숨긴 섬뜩한 괴물처럼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린 경악의 감정뿐이었다.


그녀의 그 초월적이다 싶기까지 한 아름다운 외모와, 감히 범접할 수 없게 하는 그 여왕같은 태도와는 전혀 다른


끔찍한 애정결핍에 시달려 나의 사랑을 갈망하며, 가녀리고 새하얀 팔로 나를 옭아매던 그 집착과 광기에 어린 모습 말이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뻔했다.


어렸을 때 누구보다 사랑하던 아버지가 죽었고, 아버지에게 탐욕스레 집착하던 어머니에게 정신적인 학대를 당한 이야기.


너무나도 아름답던 외모에 진심 어린 사랑 없이 욕망에만 가득 차 징그럽게 달라붙던 또래 남자애들에 대한 과거.


그리고 그 모습을 추할 지경으로 질투하던 또래 여자애들에게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괴롭힘당한 과거.


어렸을 때 아버지라는 이름의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하고 자상하고 우월한 남성에게 보호받지 못한 게 애정결핍이 되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랑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함께 해 줄 아버지같은 상냥한 성격의 이성을 강렬히 원했다는 과거.


그녀의 슬픔에 가득 찬 과거는 내게 그녀의 그 애정을 광기 어린 지경으로 갈구하는 성격을 어느 정도 납득시켜 줄 수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그녀가 내게 저지른 그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광기 어린 행동들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하였다.


가끔 내가 동기들과의 술자리로 잠깐 동거하던 자취방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갈 때마다 그녀는 수백 통의 문자와 카톡으로 왜 안오냐는 질문만 수천 번씩 보냈고


귀찮아서 무시한 채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냈다 하면 남들에겐 꽁꽁 숨기던 그녀의 커터칼로 난도질된 손목의 사진이


이제 막 새로운 상처 하나가 더 그어저 붉은 선혈을 뿜어내어 손목을 적시는 그 사진이 보내지며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간 하나씩 더 늘어날 거라는 정신나간 협박들이 직후에 같이 전송되었다.


그 모습에 놀란 내가 욕설을 내뱉으며 자취방의 문을 벌컥 열어젖히면


어두컴컴한 방 속 산발이 된 머리카락 속에서도 자신의 미모를 빛내던 그녀는 황홀감과 안도감에 젖은 듯한 표정으로 나의 등을 와락 껴안은 채 내 쇄골과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 댔다.


선혈이 흘러내리던 그 손목으로 날 껴안아 내 등과 상의를 소름끼치도록 축축하게 적시면서


내 허벅지 위에 아이처럼 올라타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없다는 불안감을 잊고 쾌락을 주입하려 스스로의 몸을 달랜 바람에 


끈적하게 젖은 자신의 음부를 내 허벅지에 문지르면서 말이다.


그녀가 나의 몸 위에 올라탄 채 발가벗어 더욱 아름다운 그 육체를 은은한 달빛에 비추면서


자신의 비부를 나의 성기에 꽃아 찌걱거리는 음탕한 소리를 울려 퍼뜨리며 자궁 속에 불컥거리며 뛰쳐나오는 내 씨앗들을 받아들일 때도


서로의 타액과 정액, 애액이 만든 은색 실들을 서로의 몸을 꿰메듯이 붙여 나갈 때도


나와 달리 그녀는 섹스가 가져다 주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 한도의 그 극도의 쾌락에 취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새하얗고 정결한 그 이빨로 내 몸을 아득 깨물어 낸 이빨 자국과 날카롭고 긴 손톱으로 내 등을 할퀴어 껍질들이 벗겨진 상처를 보며


내 몸에 자신이 남긴 자국이, 나와 자신이 이토록 강렬하고 맹렬한 관계임을 상징하는 자국이 새로 생겼다는 기쁨에 더 극심한 자극을 느끼며


오직 내가 그녀의 소유물임을 상징하는 문신 같은 그 상처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섹스보다도 더 큰 쾌락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그 집착 어린 광기가 가져다 준 남들은 모르는 기행들을


나는 처음에는 애정결핍에 미쳐 내가 주던 사랑에 중독되어 버린 그녀를 가엾이 여기며 그저 따뜻하게 그녀의 기행들을 보듬어 줄 뿐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그녀는 남들과 사랑을 나누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채 배운 그 잘못되고 정신나간 방식의 사랑을 진정한 사랑의 표현법이라고 맹목적으로 믿었고


그 결과 점점 사랑과 애정에 더 맹렬히 중독되어 간 그녀는 자신의 애정표현에 날이면 날마다 광기를 더해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만들어 갈 뿐이었다.


그 폭주하던 광기가 절정에 이른 2주 전의 그 날이, 한때 내가 그 누구보다 사랑하던 그녀를 미친 년이라고 매도하며


아득한 공포에 질린 채 미친듯이 자취방을 뛰쳐나와 이별을 고한 그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함께 방에서 tv를 보다 밥을 하러 주방으로 나간 그녀는


그날따라 내게 밥 될 때까지 방에서 놀고 있으라 한 채 웃으며 방문을 꼭 닫던 것을 잊었는지 실수로 문을 살짝 열어두었고


그 문 너머의 조그만 틈으로 주방에서 벌어지던 그녀의 폭주하던 광기의 끝을 결국 내가 보고 말게 했다.


며칠 전에 새로 생겨 이제 막 딱지가 굳어 가던 손목의 상처를, 날카로운 식칼로 다시 가볍게 긋고


그곳에서 떨어지던 불쾌할 정도로 새빨간 선혈을 황홀한 듯이 얼굴을 홍조로 발갛게 칠한 채 바라보며


손목을 쥐어짜 가며 그 붉은 선혈의 방울들을 우리가 오늘 밤에 먹을 쌀들을 불리고 있던 물에 떨어트리는 그 모습 말이다.


순간 요즘 며칠 새 밥에서 나던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는 느껴지지 않던 그 미묘한 비린내의 근원을 알아낸 나는


그 광기에 온몸에 소름이 끼쳐 방에서 헛구역질을 하였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아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란 채 달려와 겁에 질린 채 손길을 내밀자


한때는 그렇게 사랑스럽게 어루만졌던 그 섬섬옥수 같던 손을 혐오스런 괴물의 발을 보듯이 하며 강하게 뿌리쳤다.


그 후로는 그리 많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 나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그녀의 광기 어린 행동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와 공포심을 모조리 분노로써 쏟아내었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의존하게 된 내가 멀어질 것을 예감한 그녀가 겁에 질려 울고불고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내게 떠나지 말라며 매달려도


이제 너한텐 그 어떤 사랑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며, 그저 사랑에 미쳐 버린 기괴한 괴물을 보는 느낌밖에 안든다는 폭언을 쏟아붓고는 


치를 떨면서 영원히 서로를 볼 일 없을 거라며 이별을 고하며 나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핸드폰이 렉먹을 정도로 미친듯이 연락을 보내 오던 그녀가 점점 잠잠해지더니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겨


설마 자살이라도 한 건가 하고 등골이 서늘해졌던 그 날에


역으로 연락을 하여도 받지 않던 그녀의 집에 찾아가던 나는


뒤에서 나를 후려치던 그 강력한 충격에 기절하고 말았고


정신을 겨우 차린 내가 본 건 시커먼 마스크를 뒤집어 쓴 그 괴한이 눈동자도 흰자도 그 경계가 없이 회색으로 물든 눈을 내비치며


내 가슴과 복부, 오른쪽 눈을 칼로 후벼 파고는 몸의 오른쪽 반에 기름을 부어 불을 붙인 후 도망치던 그 모습 뿐이었다.






경찰은 즉시 수사를 벌였고 내게 원한을 살 만한 유일한 이였던 그녀는 수사 대상 1순위로 올랐지만


그녀의 가족이나 몇 안되는 친구들마저도 나와 그녀가 헤어진 이후로 그녀와 어떠한 연락도 닿지 않은 데다


범행도 굉장히 치밀해 그녀가 저질렀다는 그 어떠한 물증도 남지 않아 수사는 늦추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내 불타 버린 우측 반신은 이제 점점 괴사해가기 시작했고, 하필이면 그 시점에 그 면적을 전부 덮을 만한 이식용 피부가 구비되지 않아 나는 꼼짝없이 괴사해가는 그 반신 때문에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어 갔다.


어느새 나를 절망적이고 공포스런 이 상황에 던져 넣어 복수를 한 그녀를 나처럼 몸을 태워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내가 그녀에 대한 분노에 미쳐 가고 있던 그 때에


간호사가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기쁨 너머에 찜찜함을 숨긴 듯한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방금 병원 측에 충분한 양의 새로운 피부를 누군가가 기증해 이제 바로 수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죽음의 공포에 질려 그녀를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로 저주해 가던 나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내게 그 피부를 기증한 그 고마운 의인의 이름을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간호사는 그녀가 방금까지 지은 그 미소를 조금 거둬 걱정스럽고 찜찜한 듯한 표정으로 채우면서 내게 말했다.


그 기부자는 익명의 이름으로 자신의 피부와 눈, 심장 일부, 장기 일부를 보내 왔다고 말이다.


세상 어딘가에 있는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보낸 것으로 처리되어, 그 기증한 이의 이름조차 알 수도 없이


자신들은 그저 그 기증자에게서 내게 필요한 장기들과 피부들만을, 딱 그것들만을 받았다고...













여기까지가 도입부여서 2000자 안으로 끝낼라고 했는데 쓰다 보니 계속 소설 길이가 증식되서 일케됨

원래 쓰려던 후반부보다도 더 길어진 느낌

좀 그로테스크해도 공포얀데레 단편이니 봐주셈...

후편은 일단 라면먹고 후딱 쓸건데 피곤해서 자면 내일 올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