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학교 성적도 개판이고 애들 괴롭힘도 짜증나서

그냥 죽을까 고민하는 걸로 매일을 보내는 얀붕이에게


어느 날 악당 모집 지원서가 날아왔다.


'와 시발 돈도 주고 초능력도 주고 복수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혜자네?'



마법소녀들의 표적이 되지만 않는다면

복수도 하고 돈도 벌고


복수 끝나면 신분 감추고 받은 초능력으로 꿀이나 빨아야지 했다.


다행히 초능력의 재능은 있어서

악당 과학자에게 초능력 증폭 약을 받아서 먹었다.


생긴 초능력은, '고통을 주는 것' 이었다.


어딜 다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마법소녀들에겐 고통도 일상일 거다.


잡은 인질들에게 공포를 줘서 협상을 끌어내거나

신참 마법소녀에게나 통할 쓰레기 능력이고

뭐 돈벌이에 도움이 될 능력도 아니라서


똥 밟은 셈 치고, 그냥 돈이나 벌자 했다.



첫 임무는 은행을 터는 것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반 친구의 아버지 은행이라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경비원들에게 초능력으로 고통을 순간 강하게 줘서 대응할 시간을 2~3초 빼앗고

다른 동료가 무기를 빼앗고 묶어놓는 동안


상급자는 은행장을 총으로 쏴버리고

가방에 돈을 챙겼다.


그리고, 마법소녀가 나타났다.



나타난 마법소녀는 '전투기계' 라는 이명이 붙은 마법소녀였다.


매지컬 돌격소총으로 제일 먼저 상급자를 쏴버리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 중얼거리며, 동료의 무기를 빼앗고 매지컬 수갑으로 동료를 구속시켰다.



얀붕이는 급히 능력을 발휘해

마법소녀에게 고통을 순간 안기고

동료를 끌어안고 탈출했다.


돈가방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고.



다음 날, 신문에는 작게 기사가 떴다.


'마법소녀 '전투기계' 얀순이, 최초 표정 변화!'


이제껏 아무런 감정도, 감각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마법소녀가

처음으로 표정을 찡그렸다는 내용이었다.



얀붕이는 승급했다.

동료를 끌어안고 돈가방을 챙겼으며, 살아돌아왔다. 그 '전투기계'로부터.


그 것 하나만으로도, 얀붕이는 중간 관리직이 되었다.



처음엔 기뻤다.

자신을 괴롭히던 애새끼들 직장을 부수고

집을 부수고, 몸을 한 두 군데 부러트릴 수 있어서.


죄책감은 딱히 없었다. 조직에서 배려해줘서, 자신을 괴롭힌 애들만 상해를 입혔으니까.

공공 기관과 은행 같은 곳의 재물 손괴와 강도질은, 사람 다치게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마약 유통과 금품 갈취만 했지, 성범죄나 폭행 같은 건 안 했으니까.




그런데

악당 조직의 이름으로 돈을 뜯고 테러를 벌이면서

멈춰야 될 순간에 멈추지 못 하게 되어버렸다.


자신은 이 조직에 이미 발이 묶였다.

돈 좀 챙기고 나가려고 했는데, 이미 중간관리직에, 벌인 일도 있으니 빠져나가지도 못 한다.



그렇다면

사망을 위장하자.



습격 장소는 지하철이었다.


시체 한 둘 챙겨와서, 내 시체로 위장시키고 빠져나간다.


공식적인 '습격 목표'는 대중교통 마비였다.

지하철이 망가지면 다들 버스, 택시, 자가용을 탈 것이고

그러면 다른 곳에서 사건을 일으켜도 도로 혼란 때 시간을 더 벌 수 있지 않겠냐고 상층부를 설득했다.




제일 앞의 운전석 차량을 터트리고

기관사를 인질로 잡았다.


사람을 쓸데 없이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다치게 해서라도, 여기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CCTV를 통해, '우리 조직의 테러 맛은 어떠냐!'라는 글귀를 부하에게 중계시키고

지하철 승객을 모조리 인질로 잡고 시선을 돌려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마법소녀가 들이닥쳤다.

그것도 하필 '전투기계' 였다.



오줌을 지릴 뻔 했지만 얀붕이는 정신을 차렸다.

제일 먼저 부하들을 출구로 가라고 내보냈다.


그리고 마법소녀는 출구에 설치해둔 매지컬 폭탄을 터트렸다.


부하들의 대부분이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다시 매지컬 돌격소총의 총탄 세례식이 벌어졌다.


몸의 그 어떤 곳도 다치지 않은 것은

얀붕이 하나였다.



통증을 내보낸다.

표정을 살짝 찡그리고, 다시 미소짓는 전투기계에게


다시 통증을 또 내보낸다.

몸이 멈칫거리면서도, 마법소녀는 뚜벅뚜벅 걸어왔다.


다시 내보내고

통증을 내보내고 또 내보내고

또 내보내고 내보내도


그 순간만 멈칫거릴 뿐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씨익 미소를 지으며

전투기계가 말을 걸어왔다.


"나, 고통 처음 느껴봐. 너 때문에."



그 순간 숨겨두었던 연막탄을 터트리고

한번 더 얀붕이는 통증을 내보낸 후


발에 불이 나게 뛰었다.



잘 때 악몽을 꾸었다.

소름끼치게 미소지으며 얀붕이를 내려보는 얀순이 마법소녀의 미소가 뇌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한 번 지하철 테러에 완전히 맛이 가버린 얀붕이에게

상층부는 휴가를 주었다.



그리고

모든 조직은

마법소녀 얀순이가 모조리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보안이 그리 철저하지 않아서였을까.

각 지부가 완전히 박살나고

악당 부하들은 다 잡혀들어가고 상층부는 매지컬 모닝스타에 머리통이 박살났다.



전투기계의 다음 습격 장소로 예상되는 위치로

얀붕이는 다시 불려나왔다. 휴가를 취소당하고.


"자네라면, 그 미친 년을 멈춘 자네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본인도 한번 더 보면 진짜 오줌을 지릴 거 같은데

보스는 벌벌 떨며 얀붕이에게 지휘권을 맡겼다.



그 뒤는 너무 뻔했다.

악당들의 총탄은 마법소녀의 매지컬 방탄복을 뚫지 못했다.

마법소녀의 매지컬 박격포에 바리케이트는 다 뚫렸고

초능력 역시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얀붕이의 초능력만 빼고.



모두가 쓰러져 신음할 때

혼자 공포에 발이 묶여 벌벌 떠는 얀붕이 앞에


마법소녀 얀순이가 다가왔다.


"한 번만 더, 내게 고통을 줘. 너무 짜릿한 경험이었어. 오직 너만이 내게 고통을 줄 수 있어.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쓰러진 모두의 앞에서

사랑고백 비슷한 것을 하는 마법소녀에게


이제 얀붕이는 졸도해버렸다.




깨어나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반쯤 무너진 건물 잔해와

'다음에 또 봐♥' 라고 적힌 쪽지 하나 뿐.



그래도 조직의 중간관리직인데 복수 비슷한 건 해야지 하는 마음 반과

저 미친 여자에게 얽히기보다는 감옥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 반으로


경찰청을 습격했다.


오직 고통만을 줘서 모두를 제압하고

무기를 빼앗고 묶으려는 순간


"만나서 반가워."


또 그 얀순이가 다가왔다.


"있지, 나 너에게 엄청 잘못했어."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며 얀순이는 말했다.


"네 조직도 다 박살내버렸고, 네 친구들도 모조리 감옥에 보냈고, 네 상급자도 다 죽여버렸어."


무시무시한 말을 쉽게 내뱉으며

공포에 질려서 입만 뻐끔거리는 얀붕이에게


'전투기계'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니까, 빨리 벌을 줘. 날 더 아프게 해줘.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악의 조직 하나는 이렇게, '전투기계'에 의해 정리되었다.

다만, 마지막 간부 얀붕이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고

얀붕이가 습격한 경찰서의 인원들은,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입을 굳게 다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