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당신은 하쿠레이 레이무와 데이트를 나왔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당신은 하쿠레이 레이무가 이끄는 대로 걸어다녔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이곳 저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으리 저거 맛있어보이지 않소?"


"별로."


"나으리, 표정좀 펴쇼. 나같은 미인이랑 데이트를 하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오?"


"니가 불만이다. 이쪽이나 보고 말해."


"아! 저기에서 점심을 떼우는게 어떻겠소? 갑시다 나으리!"


당신은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갈퀴모양으로 만들어 머리를 빗고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당신의 팔을 붙잡고 식당으로 끌고 갔다.


당신은 식사를 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식사를 했다.


"나으리, 즐겁지 않소?"


"별로, 사람 많은곳은 질색이라."


"그, 그렇다면 미안허이.. 그럼 이번엔 저쪽으로 가는건 어떨까 나으리?"


"마음대로 하던가."


당신은 하쿠레이 레이무를 따라다니고 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분수대에 걸터앉았다.


"나으리, 오늘따라 왜그러쇼? 평소의 나으리답지 않구려. 좀 더 까칠하달까?"


하쿠레이 레이무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당신은 하쿠레이 레이무를 바라보고 있다.


"평소의 나? 평소의 나는 너한테 뭐 어떻게 해주길래 그딴소리를 해?"


"그, 그게. 평소의 나으리는 툴툴거리면서도 나름 잘 챙겨주고.. 좀 더 상냥하지 않소?"


당신은 하쿠레이 레이무를 바라보고 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당황한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손을 만지작거린다.


"너, 내가 눈치 못챘다고 생각하는거냐?"


"무슨말을 하는거요 나으리. 내가 뭔가 잘못했소..?"


"아까부터 이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기만 하고, 내 말은 귓등으로 흘리기나 하잖아. 뭐가 문제냐?"


"그, 그런게 아니라 나으리랑 놀러나오니 신나서 그만.."


"나랑 놀러나와? 나를 끌고다니는게 아니라? 그리고 신난거랑 불안해하는거랑 구분도 못할정도로 내가 좆으로 보이냐? 니 말이랑 행동의 괴리감때문에 쳐먹은 밥이 체할 것 같으니까 꺼져라. 집에 갈란다."


"나.. 나으리.. 그게 아니라..."


"닥쳐. 한번 더 변명하면 집에서도 쫓아낸다."


당신은 하쿠레이 레이무에게 화를 내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당황한 듯 당신의 팔을 붙잡았다.


"나으리 미안하오.. 그러니까.."


"내 말이 말같지 않지? 아니면 집에서 나가려던 참에 나한테 엿좀 먹이려고? 좋지. 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그, 그러려던게.."


"그러려던게 아니면? 돈이냐? 역시 돈이지? 줄테니까 꺼져라. 그리고, 그런식으로 쳐다보지 마."


당신은 하쿠레이 레이무의 얼굴에 돈다발을 집어던졌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꼼짝도 않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당신의 현재 소지금 : 333,400


"그정도면 니 새로운 '나으리'랑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을거다. 따라오지마."


"으..아으...."


당신은 자리에서 떠나려고 했다.


"아..아아아아아악!!!!!!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 싫어... 싫어!!!!!!!!!!!!"


하쿠레이 레이무는 공포각인 LV.1을 얻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뭐, 뭐든지 할테니까.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 제발, 제발 버리지 말아줘요 나으리이이이이!!!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쿠레이 레이무는 공포각인 LV.2을 얻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공포각인 LV.3을 얻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미친 듯 울부짖으며 당신에게 매달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과 하쿠레이 레이무에게 집중된다.


당신은 당황해 하쿠레이 레이무의 입을 틀어막고 자리를 떠난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무어라 중얼거리며 저항하지 않는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반발각인 LV.1을 얻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반발각인 LV.2을 얻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순종이 LV.5가 되었다.


당신은 집에 도착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당신에게 붙잡혀있다.


"나으..."


"'.....놔줘. 진정했으니까."


"그래."


"..경멸스럽지?"


"별로."


".....역시 당신은 상냥하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당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잠시 뜸을 들이곤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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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조금 더 옛날. 하쿠레이 신사에 참배객들이 드나들던 시절.


참배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친구들과 모여 술을 기울이는 소소한 행복이 영원할거라 여겼다.


그날, 그런일이 있기 전까진.


그때의 나는 누구에게나 상냥했다. 다른사람보다 강했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자만이었다.


성인 남성 2명쯤은 가볍게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고작 그정도 수준이라는 뜻.


어느 새벽 3명의 남성이 내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 나를 강간하기 시작했다.


아파. 살려줘. 뭐든지 할테니 그만.


그 어떠한 말도 그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저 끝없이 나락으로 빠져들어, 나의 몸이 나의 것이 아니게되는 감각속에서. 나는 나를 혐오하게 되었다.


매일 하던 신사의 청소도 하지 않았다.


곧잘 벌이던 술잔치도 모두 그만두었다.


참배객의 발길은 끊겼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왔다.


나의 반응이 무뎌져 이윽고 의식을 잃는 순간까지 나를 범하다 돌아가곤 했다.


지옥같은 나날이 반복되던 어느 날 나는 죽어버리자고 생각했다.


그 날이었다.


처마에 밧줄을 매달며 눈물을 흘리던 나에게 경박한 말투로 말을 걸어온 남자가 나타난것은.


나를 '나으리'라 부르며 길을 물으려다 나를 쳐다보곤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일이냐 물어왔다.


나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 남자에게 모든것을 털어놓았다.


그 남자는 별다른 말 없이 나의 말을 전부 들어주었다.


말없이 나를 꾹 껴안고 다독여주었다.


정말 별거 아닌 위로였지만, 그때의 나에게 그의 행위는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그 남자는 이곳 저곳을 떠도는 보부상이었고, 얼마간 신사에 머물며 나의 수발을 들어주었다.


악몽에 시달려 공포에 떨면 언제든 달려와 나를 다독여 주었다.


나는 그 상냥함이 무척 좋았다.


예전에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며 해주는 위로가 좋았다.


나의 나약한 자기부정을 부정해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좋았다.


악몽을 꾸게 되지 않을 무렵 그는 나에게 같이 떠나자는 말을 해주었고, 나는 승낙했다.


그렇게 신사를 떠나려고 했다.


그리고 나를 찾아온 그들을 마주쳤다.


내가 무언가 잘못한걸까.


어째서 나에게 이런일이 벌어지는걸까.


그의 눈앞에서 나는 강간당했다.


내가 한번씩 가버릴때마다 칼로 그를 찌르겠다며 협박했다.


필사적으로 견뎠다.


이전에도 이후로도 없을만큼 정신력을 긁어모아 버텼다.


그랬는데.


그들은 재미없다며. 질렸다고 말하며.


그의 목에 칼을 그어버렸다.


힘이 풀렸다.


그와 동시에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쾌락에 나는 더이상 생각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눈을 떴을 땐 이미 피비린내로 가득찬 방 안에 버려져있었다.


내 가슴과 엉덩이, 등, 배에는 칼로 그어진 낙서가 가득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 한 소리가 들렸다.


그 뒤로 그의 말투를 흉내내며, 여자답지 않게, 나에게 욕정하지 못하게, 좀 더 추하게 변하고자 노력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변해서인지 나에게 질려서인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좋았다.


나는 이 말투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상냥했던 성격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을만큼 거칠어졌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지지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단련도 했지만 그닥 강해지진 않았다.


더러워진 신사를 치울리는 만무했고, 참배하러 왔다가 나에게 욕을 얻어먹은 몇몇 사람들의 분풀이로 신사 이곳저곳은 망가져갔다.


평소처럼 빈둥거리던 나날.


'나으리'가 찾아왔다.


나는 무심코 그의 말투를 따라 그를 '나으리'라고 불렀다.


돌아오는건 예의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거친 말투.


그렇지만 나를 향한 시선에는 어떠한 감정도 깃들지 않았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듯한.


외로움,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에 지쳐버린 눈동자.


나는 왜인지 그의 웃는 얼굴이 보고싶었다.


그가 이곳을 떠나기 전 마지막 순간 어렴풋이 웃는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무척이나 '누군가'의 웃음과 닮아있어서.


나도 모르게 어설픈 핑계를 대며 따라가고싶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나으리'는 내 어리광을 전부 받아주었다.


말은 험해도 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기어오르고 말았다.


내 어리광이 전부 통한다는 쾌락에 눈이 멀어 그의 기분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화를 내는 그의 눈동자에 비친건 배신감.


분명 그도 외로웠을 터다. 그럼에도 나의 어리광을 전부 받아주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를..


당신을 상처받게 했다는 자괴감이.


당신에게 버려진다는 공포심이 내 몸을 짓눌렀다.


울고불고 빌었다.


주변사람들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시선보다 당신에게 버려진다는 공포가 더욱 크게 나를 짓눌렀다.


그렇게 당신이 당황하며 나를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나도모르게 너무나 큰 쾌락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품어지는 감각.


누군가에게 받는 동정.


당신은 왜 더 진작 나를 안아주지 않았나요.


좀 더 나의 어리광을 받아줄 수 있지 않았나요.


나는.


추악하게 변해버렸다.


알아도 고칠 수 없어.


왜냐하면 이런 기분을 알아버렸는걸.


나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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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당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쿠레이 레이무의 말을 들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반발각인 LV.3을 얻었다.


하쿠레이 레이무의 기분이 [연모]가 되었다.


하쿠레이 레이무는 [광기]를 얻었다.


하쿠레이 레이무가 당신의 품에 안겨왔다.


당신은 저항하지 않았다.


"생각했던것보다 따뜻해.."


"거부하지 않았다는건 당신도 제가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죠?"


"그렇죠?"


당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 그런눈으로 쳐다보지 말아줘."


"나를 사랑하잖아? 그렇지?"


"응???"


하쿠레이 레이무는 당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저항하지 않았다.


"말해!!! 나를,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바아아알!!!!!!!"


당신은 잠시 하쿠레이 레이무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사라.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아아아아아!!!!!!하아 아 아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쿠레이 레이무에 손에 힘이 들어간다. 당신은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사랑해줬어!!!!!!!!!!!!!!!!!!!!!"


당신은 하쿠레이 레이무에게 살해당했다.


.

.

.


다시 시작한다.


----이하 잡소리----


심사에 숙고를 거친 결과물이 위에 보이는 활자덩어리들이다.

악플은 달지 말아주라.

억지로 순애에서 비튼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쓰려고 했다.


+이거 연재가 끝난게 아니니까 혹시 댓글로 보고싶은 캐릭터 있으면 얘기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