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얀순이는 엄청나게 솔직하다.


거짓말을 못한다던가 계획을 짜거나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거 거짓말이지?'나 '나한테 뭐 하려는거야?'라고 되물으면 곧대로 다 대답해준다.

그래놓고 내가 그걸 모른다는 듯이 행동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탓일까, 언제나 서글서글에서 헤실헤실로 표현할 수 있는 미소 띤 얼굴을 하고다녔다.

그렇지만 분명히 감정과 생각도 있고, 화를 낼 줄도 안다.


언제나 웃는 얼굴에, 묻는 대로 솔직하게 대답해준다,

호구의 상이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분명 학창시절부터 주변 사람들한테 쪽쪽 빨리면서 살았겠지만 얀순이는 그러지 않았다.

얀순이는 속내를 감추지 못 할 뿐이지,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은 멀쩡히 다 알고 있다.


그 특유의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을 이용해먹으려던 일진 하나를 털어먹는 그 모습은... 어휴.



얀순이와는 중학교때 부터 알던 사이였다.


난 얀순이가 솔직해서 좋았다. 

그래서 얀순이에게도 솔직하게 대했더니 얀순이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주 함께 지내게 되었다.

집 가는 길도 같아서 같이 다녔다.


고등학교 가서는 그랬던게 부끄러워져서 피해다녔더니 얀순이가 나한테 계속 장난을 걸었다.

장난치는 여자한테서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오래된 방법을 썼다.


"야, 야! 왜 이래, 너 나 좋아하냐?"

이렇게 말하면 부끄러워 하면서 물러나지 않을까...


"응, 존나좋아."

"어...?"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내가 벽으로 물러나자, 얀순이는 날 밀어붙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얀순이보다 키가 작았기 때문에, 얀순이가 밀어붙이자 난 목을 꺾어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너는?"


"뭐?"


"너는"

얀순이가 얼굴을 가까이 붙여왔다.


"나를"

얀순이의 앞머리가 눈을 찔렀다.


"좋아해?"

얀순이와 이마가 맞닿았다.


난 얼굴을 뒤로 물리다가 허리를 내리고, 얀순이는 계속 밀어붙였다.

그렇게 내 등은 벽에서 내려가 바닥에 붙었고, 얀순이는 날 덮치는 모양으로 엎드리게 되었다.


"헷."

얀순이가 피식 웃으면서 일어났다.

일어난 얀순이가 날 내려다보는 모습은 석양때문에 그림자가 져서 무척 섬뜩했다.

"나 피해 다니면 죽여버릴거야."

얀순이가 그런 말을 하니 더욱 무서웠다. 진짜로 살해당할 것 같았으니까.


"그... 그래"


"됐다. 우리 화해한거지?"


"아, 내가 너를 피해다녀서 서운했구나?"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응. 맞아. 화해한 기념으로 집에서 게임 하고 갈래? 스위치 갖고 왔지?"


"있지. 햐, 그랬구나. 피해다녀서 미안해."


"아직 화 덜풀렸거든. 집에서 어떻게 털릴지 기대하렴."


"예이. 기대하겠습니다."

거의 몇달만에 집에 놀러가는 거라서 기대했다. 포켓몬? 대난투? 뭐든 털어줄 자신이 있었다. 기대됐다.


그렇게 얀순이 집에 가서 나는 침대 위로 넘어트려졌고, 처절하게 털렸다. 기대 이상이었다.


침대 위에 앉아있는 얀순이 가슴에 엎드려 기댄채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얀순이가 내 머리를 꼬면서 말했다.

"이제 대답 할 수 있지? 너 나 좋아해?"


"네, 네에..."

그렇게 1일이 되었다.



대학교 가서도 계속 사귀고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


내가 사는 원룸의 문고리를 당기자 그대로 열렸다.


나는 어두운 집 안을 들여다 보다가

"얀순아 있니이?" 

라고 끝을 늘려서 말하자


"응, 있어~"

라고 내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어제 우리집에 숨어있을거지? 하고 물어보길 잘했다.


방에 들어가니 얀순이가 컵을 든 채로 서있었다.

"그거 뭐야?"


"수면제야."


"... 안먹으면?"


"먹일거야."

어떻게 먹인다는 말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든 먹인다는 뜻이다.

예전에도 경험해봤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얀순이는 집착이 심해졌다.

언제는 울면서 

"중고딩때 처럼 솔직한 사람이 이젠 없어..."

라면서 펑펑 울면서 그대로 잠든 날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 같이 대해주는 사람이 더 각별하게 느껴지나 보다.


어느 순간 부터 얀순이는 말해주는 정보를 조금 줄이게 됬다. 가장 중요한걸 일부러 말 안한다던가 등.

하지만 내가 잘 생각해서 물어보면 다 대답은 해준다.

반대로 생각을 못하면 그대로 당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 손으로 치르는 편이 낫다. 하지만...

"씻고 오면 안돼? 나 집에 방금 들어왔는데..."


"안돼. 씻고 싶은거면 씻겨줄테니까 바로 먹으렴."


얀순이는 꾸욱 기다리고 있다.

결국 내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난 얀순이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밖에 없기에.


가뜩이나 피곤했기 때문에 얀순이한테서 물컵을 받아서 한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나는 침대 위에 정자세로 누웠다.


얀순이 손을 잡고 말했다.

"내일 봐."


"못 볼껄."

아 맞다.


먹이고 나서 뭘할건지 안물어봤네.


내일 같이 놀러가기로 햇느ㄷ





정보를 감추는 얀순이랑

생각 존나 해서 겨우 빠져나오나 싶지만 중요한걸 안물어봐서 결국 당하는 얀붕이까지 쓰고 싶었지만 폰 배터리가 없음


삼체 읽고 삼체인들 특성 보고 생각나서 씀

삼체 꼭 읽자 존나 재밌다

아니면 레드셔츠라도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