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2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런, 약속시간까지 3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비몽사몽이었던 나의 정신을 단박에 깨어나게 했다. 튕겨져나오듯 침대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는다.



 그녀가 곧 내 집 앞에 올 시간이기 때문이다.






 "...8분이나 늦었다고. 너, 미안한 마음은 있는거지?"



 "미안미안, 내가 원래 좀 잠이 많은 성격이라 말이지."



 "소꿉친구를 홀로 문 밖에 세워놓고?"



학교로 가는길은 어김없이 그녀와 나의 이런 실랑이가 이어진다. 이지현.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 지냈던 오랜 소꿉친구이다. 



외모,몸매,성적,성격. 모든것이 평균에서 노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모든 면에서 최상위였다.



그녀와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심지어 지금의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니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은 서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고 종종 나에게 물어보고는 하지만...



너무 오래전부터 같이 다니던 사이여서 그런건지, 딱히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스스로 그녀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흔히들 남녀 사이엔 그저 친구 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 사실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녀 또한 나와 비슷한 감정인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편한 관계가 될 수 있었겠지.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한 나와 그녀가 서로 옆자리에 앉는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오고, 출석을 부른 뒤 이런저런 소식들을 말해준 후, 지현이를 보더니 말한다.



 "...그럼, 오늘 자리바꾸는 시간이지? 반장 나와서 준비할까?"



어? 오늘이 자리바꾸는 날이었나? 



고개를 돌려 달력을 본다. 6월 1일, 딱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오늘이 자리 바꾸는 날인지도 몰랐나 보다.



지현이는 교탁으로 나와 제비뽑기 상자를 꺼내곤, 제일 먼저 자신의 자리를 뽑기 시작한다. 내심 모두가 그녀가 어느 자리에 앉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듯 했다.



그녀의 자리는 13번이 나왔다. 



그러자 모두들 자신이 13번의 옆자리인 14번에 앉기를 바라는 듯 했지만 하나 둘 자신의 자리가 그녀의 옆자리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는 실망한듯 터벅터벅 자리로 돌아간다.



 '뭘 저리 진지하게 하는지, 어차피 1달뿐인데.'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애들의 시선을 무시하곤 대충 하나를 집어들고 열어본다. 14번. 이번에도 그녀의 옆자리이다.



내가 뽑은 제비가 14번인것을 알자마자 아이들중 몇몇은 탄식을, 또다른 아이들은 부럽다는 눈빛을 보낸다.



그도 그럴것이, 항상 제비를 뽑았다하면 그녀 옆자리는 내 차지였기에, 그들 입장에서는 그녀 옆에 앉는 것을 바라곤 했지만 항상 그자리를 내가 가져가니 불만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애들의 부러움의, 시기의 눈빛을 가볍게 무시하곤 그녀 옆자리에 앉는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미소지으며 이번에도 잘 지내보자고 살갑게 인사를 한다.





수업은 참 지루하다. 항상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그녀완 달리 50분을 수면으로 때운 나는 잠시 사물함에서 무언가 꺼낼 게 있어 사물함을 연다.



어? 안에 작은 쪽지가 들어있다. 호기심에 그것을 꺼내 열어본다.



'to. xxx


오늘 점심시간에 학교 옥상으로 나와주세요.'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남자답지 않은 글씨체를 보아하니 여자가 쓴 거 같았다. 



게다가 내 이름도 써져 있으니, 잘못 보낸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누군가 장난으로 쓴 것 같지는 않았다.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전설의 러브레터인가라고 잠시 생각하지만, 나같은 놈에게 어떤 여자가 러브레터를 보내겠는가.



그럼 대체 누가 이걸 보낸거지?



...잠시만, 설마?




수업종이 울리고 옆자리에 지현이가 앉자 나는 그녀에게 혹시 나에게 편지 같은거 썼냐고 물었다.



"아니? 갑자기 왠 편지타령이야?"



그녀에게 사물함에 들어있던 쪽지를 줬다. 그녀는 그것을 열어보곤 안에 있는 내용을 읽는다.



뭔가 그녀의 표정이 굳은 거 같은데, 기분탓이겠지.



 "...아무리봐도 장난같은데."



쪽지를 다 읽은 그녀가 그것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묻는다.



 "설마 가 볼거야?"



말하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모르게 차가웠다.



 "어차피 점심시간에 할 것도 없는데,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내 말에 그녀는 나를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린다.



...방금 지현이가 날 째려본것 같은데, 기분탓이겠지.






점심을 후다닥 해치우곤 나는 재빨리 학교 옥상으로 뛰어올라간다.



원래 학생 출입 금지지역인 학교 옥상엔 자주 가진 않지만, 그래도 이시간엔 학생들이 옥상으로 못 올라가게 감시하고 있는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었다.



옥상엔 한 소녀가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우리학교 교복을 입고 있어서 그렇지 만약 안 그랬다면 중학생 쯤으로 오해했을 정도로 어려보였다.



그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다 날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아, 드디어 오셨네요."



조곤조곤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조차 그녀의 이미지에 어울렸다. 



 "...죄송한데, 절 아세요?"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작년에 같은 동아리었잖아요."



그녀의 말에 작년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그러고 보니 작년 동아리에 그녀와 비슷한 사람을 본 것 같았다. 항상 반 구석에 조용히 책만 읽고 있던 그녀. 



한세린. 내 기억이 맞다면 나와는 1년 후배 사이이다.



딱히 동아리에서 말도 그닥 많이 섞지 않은 사이였고, 단지 나하고 지현이가 주도적으로(사실 난 지현이를 따라다닌 것 밖에 없지만) 동아리를 이끌었을 때, 아무런 군소리도 없이 그저 조용히 제 할일 하던 아이라고 기억한다.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뭐야?"



 "어, 저기...그게...."



세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잠시 숙인다. 말할 것이 부끄러운지 몇번 작게 웅얼거리더니, 소리치듯 말했다.



 "...선배, 좋아해요. 저, 저와 사귀어 주세요!"



어?



잠시만, 이거... 고백인거지? 


 

 "잠깐잠깐잠깐, 너... 지금 나, 나에게 그, 고백한거야?"



당황스러워 말 조차도 제대로 안나왔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왜?"



그녀는 내 질문에 자신의 옆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빨개진 그녀의 귀를 보아 그녀가 지금 굉장히 쑥쓰러운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딱, 딱히 이유는 모르지만... 선배 스타일이 제 스타일 이기도 하고, 뭔가 선배가 항상 제 눈에 보이고... 그리고... 그리고..."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말한다. 



그것을 듣고있는 나는, 그녀의 눈에 비친 내가 그렇게까지 괜찮아보였는지, 그리고 그런 나를 놈을 좋아하는 그녀도 참 특이한 성격을 가진 아이인 것 같았다.



그녀의 외모는 비록 어려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쁘지도, 솔직히 말해 예뻣기에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았는데, 왜 하필이면 대화도 많이 섞지 않은 나에게 고백을 했는지도 의문이었다.



 "...선배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에요?"



잠시 생각에 잠긴 동안 그녀가 나에게 말한다.



그녀의 말에 그녀를 처다보니, 세린은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 게다가 표정을 보아하니 거절하면 울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뭔가 죄책감 비슷한게 든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사실 그녀의 외모도 지현이 만큼은 아니였지만 꽤 괜찮은 편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어느정도 비슷했기도 했다.



그리고 내 자신도 슬슬 나의학교생활에 연애 같은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도 있다.



물론, 내 옆에는 지현이가 있기에, 뭐가 불만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지현이는 어디까지나 소꿉친구로만 생각했기에 그녀에게 느끼는 연애감정은 사실상 0이었다.



혹시 내가 세린이랑 사귀면 이를 지현이가 질투해 삼각관계를 이룰 수 있지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너무 망상이려나.



아무튼, 난 그녀의 고백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바로 고백을 받아들이기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하는 수 없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나오는 단골 멘트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한데... 그래도,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을래?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말해줄 테니까."



그녀는 내 말을 듣곤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지금 당장 좋아한다고 말할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내일 있을 서프라이즈를 위해 참기로 했다.



꼭 다시 와야한다고 미소지으며 말하는 그녀에게 인사한 후 옥상 문으로 다가간다.



...어라, 원래 이 문이 열려 있었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김없이 소꿉친구인 지현이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테지만...



지현이는 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말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그저 걸어갈 뿐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쪽지에 대해 말한 이유로 부터, '말 걸면 화낼거야' 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지현이가 어색해, 그저 그녀와 같이 걷기만 했다. 



평소엔 가깝게 느껴지던 하교길이 길게 느껴지는 건 어떤 이유일까.






어느새 내 집앞에 도착해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지현이가 날 불렀다.



 "어땠어?"



 "어? 뭐, 뭐가?"



갑작스러운 지현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지현이는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오늘 옥상에서, 어땠냐고."



평소같지 않은 싸늘한 지현이의 표정은, 마치 거짓말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에서 1년 전 같은 동아리였던 후배를 만났어. 세린이라고..."



 "세린?"



그녀는 세린이를 알고 있을까? 표정을 보니 아마 알고 있는 듯 했다. 



 "세린이가 나한테 편지를 쓰고, 나한테 고백했더라고."



고백,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싸했던 그녀의 표정이 더더욱 싸해진다. 



 "...고백, 이라고?"



 "어, 응..."



 "그래서?"



 "그래서 뭐?"



 "고백, 설마 받아들였어?"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응시한다. 만약에 내가 여기서 yes라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지만 난 그런 모험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아, 아니. 일단 시간을 달라고 이야기 했지, 내일 점심시간 때 답을 준다고 했는데..."



내 딴에는 어느정도 좋은 대답이었던 것 같지만, 싸늘하다 못해 얼어버릴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은 여전했다.



그녀는 내 말을 듣곤 잠시 고민하는 듯 생각하더니... 이제 무엇인가를 다짐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알겠어. 그럼 잘가."



 "저기, 지현아, 잠시만..."



내 말에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단지 나를 보지 않은 채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을 뿐.



 "어차피...내일은 오지 않을 테니까."



그녀의 집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바라보며, 내가 뭔가 말을 잘못했는지를 생각한다.



'하긴, 아무리 소꿉친구라도 그녀에게 그런 것까진 말해주는 건 좀 심했으려나.'



아무리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이라도 해도, 그녀에게 그런 것을 물어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내일 다시 만나면 지현이에게 사과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방에 들어가 가방을 던저놓고 침대에 눕는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세린이와 1일일텐데, 어떻게 하면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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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7시 22분. 이런, 약속시간까지 3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비몽사몽이었던 나의 정신을 단박에 깨어나게 했다. 튕겨져나오듯 침대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는다.



 그녀가 곧 내 집 앞에 올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뭔가 이상한 날이 될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학교 갈 때 항상 내 집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내가 집에서 나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도 내 집 앞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와 같이 등교하는 그녀는 이지현.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 지냈던 오랜 소꿉친구이다. 



외모,몸매,성적,성격. 모든것이 평균에서 노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모든 면에서 최상위권을 달렸다. 



그녀와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심지어 지금의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니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은 서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고 종종 나에게 물어보고는 하지만...



너무 오래전부터 같이 다니던 사이여서 그런건지, 딱히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스스로 그녀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흔히들 남녀 사이엔 그저 친구 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 사실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녀 또한 나와 비슷한 감정인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편한 관계가 될 수 있었겠지.









아슬아슬하게 지각은 면한 나와 그녀가 서로 자리에 앉는다. 그녀의 자리는 교탁 바로 앞자리인 반면, 나는 교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창가쪽 자리었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오고, 출석을 부른 뒤 이런저런 소식들을 말해준 후, 지현이를 보더니 말한다.



 "...그럼, 오늘 자리바꾸는 시간이지? 반장 나와서 준비할까?"



어? 오늘이 자리바꾸는 날이었나? 



고개를 돌려 달력을 본다. 6월 1일, 딱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오늘이 자리 바꾸는 날인지도 몰랐나 보다.



지현이는 교탁으로 나와 제비뽑기 상자를 꺼내곤, 제일 먼저 자신의 자리를 뽑기 시작한다. 모두들 그녀가 어느 자리에 앉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의 자리는 8번이 나왔다. 



그러자 모두들 자신이 8번의 옆자리인 7번에 앉기를 바라는 듯 했지만 자신의 자리가 그녀의 옆자리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는 실망한듯 터벅터벅 자리로 돌아간다.



 '뭘 저리 진지하게 하는지, 어차피 1달뿐인데.'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애들의 시선을 무시하곤 대충 하나를 집어들고 열어본다. 28번, 이번에도 가장 끝자리이다.



내가 뽑은 제비가 28번인것을 알자 지현이를 제외한 아이들은 바로 나에게서 관심을 돌렸다. 뭔가 묘한 표정을 짓는 지현이를 무시하며 자리에 앉는다.



그녀의 옆자리인 7번은 내 다음사람이 가져갔다. 그 아이는 비록 대놓고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을 보니 마치 날아갈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들 모든것이 완벽한 그녀 옆자리이기에, 그들 입장에서는 그녀 옆에 앉는 것을 바라곤 했지만 어쩔 수 있나, 뽑기 운이 좋아야지.



7번을 뽑은 아이는 다른 애들의 부러움의, 시기의 눈빛을 가볍게 무시하곤 그녀 옆자리에 앉는다. 



그녀는 자신 옆자리에 있던 아이에게 관심 없다는 듯 손짓 몇번 하더니 바로 고개를 돌린다.





수업은 참 지루하다. 항상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그녀완 달리 50분을 수면으로 때운 나는 잠시 사물함에서 무언가 꺼낼 게 있어 사물함을 연다.



어? 안에 작은 쪽지가 들어있다. 호기심에 그것을 꺼내 열어본다.



'to. xxx


오늘 점심시간에 학교 옥상으로 나와주세요.'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남자답지 않은 글씨체를 보아하니 여자가 쓴 거 같았다. 



게다가 내 이름도 써져 있으니, 잘못 보낸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누군가 장난으로 쓴 것 같지는 않았다.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전설의 러브레터인가라고 잠시 생각하지만, 나같은 놈에게 어떤 여자가 러브레터를 보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호기심이 생겼다. 어차피 점심시간에 할 건 없는데, 뭐 장난이라도 한번 속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정말로 러브레터일지도?



...방금 누군가가 날 노려보는 듯 했는데... 기분탓이겠지.






점심을 후다닥 해치우곤 나는 재빨리 학교 옥상으로 뛰어올라간다.



원래 학생 출입 금지지역인 학교 옥상엔 자주 가진 않지만, 그래도 이시간엔 학생들이 옥상으로 못 올라가게 감시하고 있는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었다.



계단을 다오르고 옥상문을 열려는 순간.





"너 인마 옥상은 학생 출입 금지인거 알아몰라!"



고개를 돌려보니 선생님이 내 목덜미를 잡고 있었다. 어? 왜 선생님이 여기에 있지? 원래 없어야 정상인데? 마치 내가 여기 올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그러나 어쩌겠나. '제가 사랑의 러브레터를 받았고, 그녀가 지금 학교 옥상에서 저를 기다린다고 하였습니다.'라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잖은가, 오히려 미친놈 취급만 받겠지. 



결국 죄송합니다만 말하자 선생님은 혀를 차며 나를 풀어주었다.



"넌 임마 소꿉친구로 그런 좋은 아이를 두곤, 넌 그꼴이 뭐냐 쯧쯧."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요?"



"그애가 말해주더라, 오늘 니가 옥상으로 간다는 이야기 말이야."



어? 지현이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 설마하는 마음에 주머니를 뒤저보았지만 내가 넣어둔 그대로 쪽지가 있었다. 



분명히 쪽지를 읽을 때는 지현이가 없었는데...



결국 난 쫓겨나듯 옥상에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에휴... 지현이가 장난친 거였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며 한숨을 쉬던 그때,



"아얏!"



누군가와 부딪혀 바닥으로 넘어진다. 누구랑 부딪혔는지 주위를 둘러보니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한 여자가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우리학교 교복을 입고 있어서 그렇지 만약 안 그랬다면 중학생 쯤으로 오해했을 정도로 어려보였다.



"괜, 괜찮아요?"



넘어진 그녀는 고개를 올려 내 얼굴을 보곤,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어...어...."



 "저기... 정말 괜찮으세요?"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뭐라 말했다.



 "네? 잘 안들리는데요."

 


 "호,혹시...그... 사물함에 있는....쪽지..."



쪽지?



아, 설마 그건가?



그녀의 말에 나는 사물함에서 발견한 쪽지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준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그녀가 이 쪽지를 쓴 장본인인 듯 했다.



 "제 이름은 세린이에요. 그리고 제가 그 쪽지를 쓴 거구요."


 

 "네??! 아니, 그건 그렇고 혹시, 저랑 전에 만난 적이ㅡ"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작년에 같은 동아리였잖아요."



그녀의 말에 작년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그러고 보니 작년 동아리에 그녀와 비슷한 사람을 본 것 같았다. 항상 반 구석에 조용히 책만 읽고 있던 그녀. 



한세린. 내 기억이 맞다면 나와는 1년 후배 사이이다.



딱히 동아리에서 말도 그닥 많이 섞지 않은 사이였고, 단지 나하고 지현이가 주도적으로(사실 난 지현이를 따라다닌 것 밖에 없지만) 동아리를 이끌었을 때, 아무런 군소리도 없이 그저 조용히 제 할일 하던 아이라고 기억한다.



쪽지의 주인을 찾고, 그것이 지현이의 장난이 아님을 알고 안도하는 한편, 여전히 쓰러진 채로 있는 그녀와 나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기에,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어, 저기...그게...."



나에게 이 쪽지를 보낸 이유가 뭔지를 묻자, 세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잠시 숙이더니, 



 "...선배, 좋아해요. 저, 저와 사귀어 주세요!"



어?



...잠시만 이거, 고백인거지? 


 

 "잠깐잠깐잠깐, 너... 지금 나, 나에게 그, 고백한거야?"



당황스러워 말 조차도 제대로 안나왔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왜?"



그녀는 내 질문에 자신의 옆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빨개진 그녀의 귀를 보아 그녀가 지금 굉장히 쑥쓰러운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딱, 딱히 이유는 모르지만... 선배 스타일이 제 스타일 이기도 하고, 뭔가 선배가 항상 제 눈에 보이고... 그리고... 그리고..."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말한다. 



  그것을 듣고있는 나는, 그녀의 눈에 비친 내가 그렇게까지 괜찮아보였는지, 그리고 그런 나를 놈을 좋아하는 그녀도 참 특이한 성격을 가진 아이인 것 같았다.



그녀의 외모는 비록 어려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쁘지도, 솔직히 말해 예뻣기에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았는데, 왜 하필이면 대화도 많이 섞지 않은 나에게 고백을 했는지도 의문이었다.



 "...선배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에요?"



잠시 생각에 잠긴 동안 그녀가 나에게 말한다.



그녀의 말에 그녀를 처다보니, 세린은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 게다가 표정을 보아하니 거절하면 울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뭔가 죄책감 비슷한게 든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사실 그녀의 외모도 지현이 만큼은 아니였지만 꽤 괜찮은 편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어느정도 비슷했기도 했다.



그리고 내 자신도 슬슬 나의 학교생활에 연애 같은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도 있다.



물론, 내 옆에는 지현이가 있기에, 뭐가 불만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지현이는 어디까지나 소꿉친구로만 생각했기에 그녀에게 느끼는 연애감정은 사실상 0이었다.



혹시 내가 세린이랑 사귀면 이를 지현이가 질투해 삼각관계를 이룰 수 있지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너무 망상이려나.



아무튼, 난 그녀의 고백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바로 고백을 받아들이기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하는 수 없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나오는 단골 멘트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한데... 그래도,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을래?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말해줄 테니까."



비록 그녀에게 시간을 달라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 이야기는 단지 지금 세린이의 고백을 받아들이기에는 좀 그래서 내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한 말이었다.



세린이도 그것을 알았는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세린이를 바라보며, 나도 이제 봄날이 오긴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김없이 소꿉친구인 지현이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도중, 문득 전에 지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그러고 보니까 지현아. 한가지 궁금한 사실이 있는데 말이야."



"뭐가?"



"너 혹시 너 예지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거야?"



내 말에 그녀는 잠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갑자기 무슨소리야?"



"아니, 혹시 오늘 선생님한테 내가 옥상으로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어?"



내 말에 지현이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내게 물었고, 선생님이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뭐라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입모양을 보아하니 좋은 말은 아닌 거 같았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말할 게 있는데."



"뭔데?"



"나 오늘 고백받았어."



내 말을 듣자 갑자기 지현이가 걸음을 멈췄다.



평소와 다른 싸늘한 지현이의 표정은 어떤 면에선 굉장히 위압적이었다.



지현이는 잠시 아무 날 없이 날 쳐다보더니, 무언갈 말했다.


 "...설마...야?"



 "뭐?"



 "...설마 너에게 ... 냐고."



 "뭐라고?"



 "세린이가 너한테 고백했냐고!!!"



갑작스럽게 지현이가 소리를 지르자 놀란 나는 뒷걸음질 친다. 그녀의 빨간 눈이 평소보다 더 붉게 보이는건 기분탓일까?



 "야, 야. 지현아. 갑자기 왜그래?"



 "그리고 넌 내일 세린이에게 고백할 생각이지, 그렇지?!! 그치?!!"



그녀가 내뱉는 말은 그대로 내 머리를 때렸다. 어떻게 그녀가 그 사실을 전부 다 알고 있는거지?



 "...안되겠어."



 "지,지현아?"



 "오늘은 너 혼자가, 너랑 같이 있을 기분 아니야."



그렇게 말하곤 지현이는 날 버리고 혼자 뛰어간다. 뒤쫓아갈까 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그럼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오랜만에 혼자걷는 하교길이었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는 건 어째서일까.



그녀가 왜 나에게 화를 냈을까.



아무래도 그녀에게 그 이야기를 해서 그런건가. 



하긴 아무런 감정 없다는 사이이긴 해도 고백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다시 만나면 지현이에게 사과해야지.



...그나저나, 정말로, 세린이가 나에게 고백했다는 사실을 지현이는 어떻게 알았을까?





===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7시 22분. 이미 시계는 내가 학교에 늦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짜증스러운 마음에 시계를 세게 내려놓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혼자걷는 등교길. 다른 아이라면 최대한 달릴테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딱히 학교생활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마저 귀찮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중학교때까지는 나랑 함께 등교하던 소꿉친구가 있었다. 이름이… 이지현 이었나.



외모,몸매,성적,성격. 모든것이 평균이하에서 노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모든 면에서 최상위권을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현이와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진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지현이는 학교장 추천으로 최상위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고, 나는 그녀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녀는 꼭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그 학교는 내가 아는 대로라면 전 학생이 기숙사 생활인데다 외출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집마저 나와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버려 그녀와 나는 고등학생이 된 이래로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자연스레 그녀는 내 기억에서 잊혀졌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현이에겐 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지현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교실로 들어온 나는 기다렸다는 듯 선생님에게 폭풍꾸중을 들었다. 



 "안 그래도 오늘은 자리 바꾸는 날이라서 빨리 오라고 했는데, 왜 이리 말을 듣지 않는 거니?"



 어, 오늘이 자리바꾸는 날이었나? 달력을 보니 6월 1일이었다. 딱히 날짜에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오늘이 몇월 며칠인지도 몰랐나보다.



 그러고 보니 애들의 자리가 전과 달라져 있었다. 



 선생님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남은 자리에 앉으라고 말한다. 마침 교실 구석이 남은 자리가 하나 있었고, 그리고 그 옆자리에는



 세린이가 앉아있었다.



 세린이는 자리에 앉은 나에게 잘 지내보자고 말했다. 나는 가볍게 세린이에게 몇번 손짓하곤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가 나를 깨우는 듯해 고개를 들어보니 세린이가 내 등을 손으로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왜 그녀가 날 깨운거지, 내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주 수업시간에 잠을 푹자니 기분 좋지 응? 학교가 니 안방이냐?"



이런, 쉬는 시간에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것이 그만 푹 자버린 것 같았다.



 "니 옆자리에 있는 세린이를 봐라, 좀 짝꿍을 본받을 생각은 없는거니?"



 선생님은 잠이라도 깰 겸 교과서를 읽으라 했고, 자느라 교과서도 꺼내지 않고 있던 나에게 세린이가 교과서를 빌려주었다.



 세린이의 교과서는 우등생이 항상 그렇듯 필기로 가득했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한줄한줄 교과서를 읽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집단은 자신의 목적과 반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 비록 그 방식이 비정상적일지라도, 그 집단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며, 결과적으론 그 행위를 통해 그 집단이 원하는 하나의 목표로 흘러간다..."





 오늘도 다름없이 잠으로써 학교생활을 보낸 나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세린이가 갑자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갑작스러워 잠시 말을 하진 못했지만, 이내 알겠다고 하고 세린이와 같이 교실 문을 나간다.



 



 하교길에 심심해서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그녀의 집과 내 집의 방향이 같다는 이야기를 듣자 내심 장난이라도 쳐 볼까 하는 마음에 세린이에게 말했다.



 "그럼, 내일부터 우리 같이 학교 다닐까?"



 내가 아는 세린이라면 지금 무슨 이야기 하는 거라며 부끄러워 할 것이고, 그걸 노리고 친 장난이였지만...



 "응...알겠어."



 "...어?"



 예상외로 세린이는 너무나 간단히 내 제안을 받아들었다. 그것도 기다렸다는 듯이. 



 "진심이야?"



 세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사실 한가지 더 말할 사실이 있는데...말해도 돼?"



 "뭔데?"



 "...좋아해."



 ...어? 내가 잘못들은 건가? 



 "...뭐?"



 "좋아, 한다고, 너를"



 나는 세린이를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눈빛을 보아 거짓말로 말한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럼 잠시만. 이거, 지금 세린이가 고백한거지? 


 

 "잠깐잠깐잠깐, 너... 지금 나, 나에게 그, 고백한거야?"



 당황스러워 말 조차도 제대로 안나왔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왜?"



 그녀를 바라보니 비록 얼굴은 새빨게 졌지만, 그럼에도 세린이는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답해 달라는 듯이.



 사실 그녀의 외모는 지현이 만큼은 아니였지만 꽤 괜찮은 편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어느정도 비슷했기도 했다.



 그리고 내 자신도 슬슬 나의 학교생활에 연애 같은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도 하고 있었다.

  


 딱히 싫은 이유도 없고,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대답하려는 찰나.



 "...근데, 저기 있는 저 여자, 혹시 아는 사람이야?"



 갑작스러운 말에 세린이를 보니, 세린이는 길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그녀를 바라보니, 그곳에 있던 사람은 굉장히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아니지, 낯이 익은 게 아니라... 지현이었다. 혹시나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붉은색 눈동자는 내 기억속에 있는 지현이와 일치했다. 



 "...지현?"



 "지현?"



 세린이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난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또한 아무런 미동 없이 우리 둘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왜 지현이가 여기 있는거지? 학교는? 집은?



 "아무튼, 그래서 고백, 받아들일..."



 "...잠시만, 세린아. 오늘은 그냥 너 먼저 갈 수 있어? 대답은 나중에 해 줄 테니까."



 "어? 갑자기 왜..." 



 당황스러워하는 세린이를 뒤에 두고 재빨리 그녀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그러나 정작 몇 분 걸리지도 않은 사이에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바닥에 떨어저 있는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작은 쪽지와 함께. 



 혹시나 그것이 그녀가 남긴 쪽지인가 하고 집어서 확인해보려 하니ㅡ




 


===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7시 22분. 이미 시계는 내가 학교에 늦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짜증스러운 마음에 시계를 세게 내려놓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혼자걷는 등교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어차피 딱히 학교생활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마저 귀찮아서 차라리 그냥 가지 말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나도 게임이나 애니, 만화에서 나온 것처럼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학교생활이 즐거워질까.



 학교도 같이 가고, 밥도 같이 먹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망상하면 할수록 내가 비참해지는 마음이 들어 그만 두기로 했다.



 그리고 세상에 어떤 여자가 나같은 사람이랑 사귀겠다고 하겠는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터덜터덜 등교하고 있던 나를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누구지?



 고개를 돌려보니 저쪽 골목에 있는 한 여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 그리고 몸매가 끝내주는 저 여자가 날 부른건가?





 "...누구세요?"



 그녀는 어느새 내 앞까지 와 있었다. 뭔가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채로.



 "...기억 안나?"



 "당신같은 사람은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그리고 저 학교가야 하는데 큰일 아니면 나중에..."



 "가긴 어딜가?"



 자리를 피하려는 나를, 그녀가 세운다.



 "네?"



 "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는 거야?"



 "네."



 그녀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지현, 이지현. 초등학교 같이 나왔잖아."



 "...이지현?"



 나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그녀의 말에 잠시 기억을 헤집어 본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때 한번 같은 반을 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갑자기, 왜..."



 "설명할 시간은 없고, 따라와."



 "갑자기... 아니 그보다도 나 학교."



 "두번 말하게 하지마."



 그녀의 붉은색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응시한다. 여자아이 같지 않은 악력에, 뭔가 으슬으슬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한 그녀의 분위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나 납치되는건가?



 다행스럽게도, 나를 구해줄 구세주가 나타났다.



 "거기! 지금 뭐하는 거야?!"



 고개를 돌려보니 소리가 난 곳에는 나와 같은 반인 세린이가 있었다. 지현이가 세린이를 보고 있을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뿌리친 후 세린이와 함께 도망친다.



 



 뭔가 소 뒷걸음 치는데 쥐 잡은 격이랄까. 지현이에게 잡히기 않게 뛰는 바람에 학교도 지각하지 않았다. 숨을 죽을 듯이 가쁘게 내쉬며 교실로 들어오는 나와 세린이를 보는 반 친구들의 눈빛이 이상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괜찮아?"



 "어,어... 그리고. 고마워 세린아. 그나저나 마침 타이밍좋게 너가 지나가 줘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나 납치될 뻔했다니까."



 "그럼 다행이네."



 이윽고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온다. 출석을 부르고 이런저런 소식들을 말해준 뒤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 보니 오늘 몇월 며칠이지?"



 내 질문에 세린이가 바로 대답했다.



 "6월 1일"



 "그럼 오늘이 원래 자리 바꾸는 날이었네."



 원래 다른 반들은 이맘때 쯤이면 자리를 바꾸곤 한다. 뭐, 고등학생이나 되가지고 짝 가지고 뭐라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지만.



 하지만, 우리반은 다른 반들과 달리 자리를 바꾸지 않았다. 새학기 첫날 앉은 자리가 1년동안의 내 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세린이 옆자리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새학기 첫날 내가 학교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 때, 나를 깨우던 사람이 세린이었다. 



 "옆에 앉아도 될까?"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따라서 세린이가 내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이었다.



 사실 싫지만은 않다. 뭔가 서로서로 죽이 잘 맞는 것도 있긴 했고. 물론, 나는 딱히 세린이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진 않았지만 말이다.



 세린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집으로 가는 길, 세린이와 나는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딱히 누군가 먼저 같이 가자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는 길이 비슷하다 보니 같이 가게 됬나보다.



 "저기, 세린아. 넌 항상 이 길로 학교 다녔어?"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이야."



 "그, 그래?"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아침에 내가 너를 구해줬잖아."



 "그건, 그렇지. 응."



 그녀의 말에 등교길에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오른다. 수많은 의문들과 함께.



 갑자기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지현이와 다시 만나게 되었을까? 지현이는 왜 나를 불렀을까? 지현이는 날 데리고 어디로 가려 했던 걸까? 



 "저기, 혹시 무슨생각하고 있어?"



 "...아니야. 그냥 개인적인 생각."



 세린이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한가지를 결심했다는 듯 나에게 말한다.



 "저기, 앞으로 그렇게 불안하면 나와 같이 학교 가지 않을래?"



 "...어?"



 "어차피 가는 길도 같기도 하고, 문제 될 것도 없잖아?"



 그녀의 말엔 틀린 말이 없었다. 어차피 혼자가는 등교길이라면 세린이가 껴도 문제 될 것은 없겠지.



 "...아니, 그냥 차라리 우리 서로 사귀는 게 어때?"



 "...어?"



 "학교 같이 가는 사이보단 연인 관계가 더 깔끔한 거 아니야?"



 "너 지금 설마 나한테 고백, 한거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표정을 보아하니 장난으로 한 말은 아닌 듯 했다.



 "대답은?"



 "...저기, 세린아. 너무 갑작스러운데 시간을 좀..."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그냥 빨리 말해. 이왕 시작한거 깔끔하게 하자고."



 세린이는 보기와는 달리 참 저돌적인 아이인것 같다.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응시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세린이가 마음에 들지 않던 건 아니었다. 단지 세린이가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것처럼 보였기에, 세린이에게 괜한 감정을 품어 관계가 망가지는 것보단 차라리 아무런 감정 없이 생활하는 게 더 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린이가 나에게 관심이, 아니 좋아한다고 말한 지금. 나 또한 그녀에게 감정을 갖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학교 생활에 연애 같은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더더욱.



 마치 모든 상황이 세린이와 고백하기 위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듯 했지만,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지 않을까.



 "좋아, 알겠어. 너랑 사귈게."



 내 대답을 들은 세린이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고 바로 내 품으로 뛰어와 안긴다. 그녀의 머리에서 나는 향기는 지금 내 떨리는 마음을 더 긴장되게 했다.



 앞으로 나도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세린이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ㅡ



 "..."



 갑자기 느껴지는 싸늘한 느낌에 뒤를 돌아본다. 세린이도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보곤 그대로 얼어붙는다.



 내 시야에는



 생기없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오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지현이가 보였다.



 게다가 손에 들고 있는 건ㅡ




===

===

===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학교가기로 약속했던 시간보다 굉장히 빨리 일어난 사실에 뭔가 기분이 좋아져,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옷을 입기 시작한다. 





 



내가 집에서 나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도 내 집 앞에 도착했다.



지금 나와 같이 등교하는 그녀는 지혀ㄴ




세린이[수정됨]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 지냈던 오랜 소꿉친구이다. 



외모,몸매,성적,성격. 모든것이 평균에서 노는 나와는 달리 세린이[수정됨] 는 모든 면에서 최상위권을 달렸다. 



세린이[수정됨] 와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심지어 지금의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니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은 서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고 종종 나에게 물어보고는 하지만...



사실 그말이 맞다. 세린이[수정됨] 과 나는 서로 사귀고 있는 사이다. 



나는 세린이[수정됨] 를 사랑한다.



세린이[수정됨] 도 나를 사랑한다.



고등학생이 끝나면 세린이[수정됨] 와 결혼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린이[수정됨] 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늘 하루 학교 생활은 세린이[수정됨] 과 같이 지내 행복했다.



세린이[수정됨] 와 같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행복했다.



세린이[수정됨] 도 좋은 듯 했다.



걷고 있던 세린이[수정됨] 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눈을 감는다.



키스해 달라는 세린이[수정됨] 의 제안에 당연히 나는 세린이[수정됨] 의 제안을 받아들었다.



세린이[수정됨] 의 얼굴을 가볍게 잡고 서로 입을 맞대려는 순간ㅡ




 "어림도 없지, 이제 더 이상은 못 기다린다고?"






===

[ERR. 심각한 스토리 손상이 감지되었습니다.]

[ERR. 심각한 스토리 손상이 감지되었습니다.]

[ERR. 심각한 스토리 손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자동 스토리 복구 중 문제가 감지되었습니다.]

===



 잠에서 깨어난다.



 알람시계는 오전 7시 22분을 가리킨채로 멈춰있다. 초침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고장이 난지 오래였던 것 같았다.



 이런, 세린이랑 같이 학교 가기로 한 시간보다 훨씬 늦은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에 허둥지둥 옷을 갈아 입는다.



 대충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들쳐매고 집 문을 열었다.




 ...



 눈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는 세린이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발로 밟고 있는 채로



 비웃음을 날리는



 붉은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서 있었다.



 ...내가 지금 잘못 본 것일까.



 그러나 여기는 지금 현실이 맞았다. 여기는 현실이고, 



 세린이는 



 죽었다.



 충격을 받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집어 던지고, 날 쳐다본다.



 도망쳐야 해.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내 생각을 다 읽고 있다는 듯 내가 어디 가지 못하게 몸으로 나를 짓누른다.



 이 모든 상황이,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충격적이라서 말도 안나온다. 



 그저 공포에 떠는 눈으로, 



 드디어 내가 원하던 것을 차지했다는 눈으로 나를 보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드디어..."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하아... 하아... 드디어 되찾았어..."



 그리고 그녀가 나와 키스하려는 듯 얼굴을 나에게 들이민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싸해진다.



 그녀의 얼굴이, 키스 안해주면 너도 죽일 거라고 말하는 듯 했다.



 "어, 설마 내가 널 죽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거야? 걱정하지마, 난 널 죽이지 않아. 



 안 그랬으면 내가 왜 모든 것을 초기화 시키면서까지 널 되찾으려 했겠어?"



 ...



 "아아, 굉장히 짜증났다고. 



 난 너랑 소꿉친구 관계였는데, 갑자기 세린 그년이 끼어들어서 삼각관계가 되어 나하고 그년이 널 독차지하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그 개같은 스토리는.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지 않아?



 왜 내가 그년에게 널 양보해야 해? 



 왜 내가 그년이랑 널 갖기 위해 싸워야 해?



 사실 말이야. 난 너를 매우매우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어.



 그도 그럴것이, 생각을 해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같이 나왔고, 항상 등교도 하교도 같이하고, 매번 같은 옆자리에 앉고, 그렇지?



 사실 이정도면 애정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그렇기에 너 또한 나랑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근데 네가 딱히 나랑 연애 관계를 가지는 게 불편해 보여서 일부러 감정을 숨기고 다녔던 거였어.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난 바로 너랑 결혼하자고 말할 생각이였다고.



 근데, 그년이 왜 우리 사이를 끼어들어?



 아무런 일면식 없고, 그년이 나처럼 너랑 같이 오래 다닌 것도 아니고. 안 그래?



 단지 이 모든게 그 개같은 스토리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



 ...저기 혹시 이 모든것이 다 짜여진 각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게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는 알아?



 하지만, 그렇기에 리셋이라는 것도 할 수 있었지. 



 넌 이해하지 못할거야. 아니,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근데 리셋을 하면 할 수록 스토리가 날 점점 배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더라.



 과정을 아무리 바꿔도, 결과는 항상 그년과 네가 이어지는 스토리.



 그렇다면



 과정을 아무리 바꿔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럼 결과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네가 이딴 년이랑 이어지지 않게, 아예 이년의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는 거지.



 그럼 이제 자연스럽게 결과가 변하게 되잖아. 바로 나와 이어지는 방향으로 말이야.



 아아, 왜 진작에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아예 처음부터 이렇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이제 그년, 그리고 스토리는 우리 사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그러니까, 이제 우린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거야. 



 어때, 나 잘했지?"




 알수 없는 말을 내뱉는 그녀.



 세상이 점점 어두워진다. 하지만 밤이 오는 건 아니었다.



 이제는,


 

 그녀밖에 보이지 않는다.




===

[오류, 치명적인 스토리 손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스토리를 복구 할 수 없습니다. 필수 파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person/세린]

[스토리를 복구 할 수 없습니다. 필수 파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person/세린]

[스토리를 복구 할 수 없습니다. 필수 파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person/세린]

[스토리를 복구 할 수 없습니다. 필수 파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person/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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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고 일어나니



 내 눈 앞에는



 지현이가 있었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오직 지현이와 나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한다.



 거부할 생각없이 그녀와 입을 맞춘다.






 "사랑해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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