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굵직한 밧줄이 몸을 휘감고 있었다.

어느 것이고 물풀처럼 늘어져 있었지만 흘러 떨어지는 법은 없었다.

그것은 딱히 그물도 아니었고 이렇다 할 규칙성을 찾아볼 수는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그것은 단지 불운히 뒤집어 쓴 밧줄더미와는 엄연히 달라 보였다.

몸 어디에도 느슨한 올가미가 감아돌지 않은 곳이 없는 듯 하여,

언제라도 팽팽히 당겨져 오체를 죄어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한 거추장스러운 것을 좋다고 걸치고 다닐 사람이 있을까.

필요한 것도 아니라면 방해에 불과하고, 필요하더라도 편치는 못할 것을.

하물며 그것을 보란듯이 걸치고 있는 게 이스마엘이라면, 더욱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달려나가 힘차게 방패를 휘두른다.

우지끈. 짜맞춰진 판자가 삐걱이며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그 뒤로는 얄팍한 판자의 것과는 다른 깊은 울림이 뒤따랐다.

이어서 방패를 산산조각으로 부수며, 어두운 빛깔의 탁류가 흘러넘쳤다.

탁류는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을 집어삼키고는 작은 호수가 되었다.

수면 아래의 광경은 아래로 바닥이 없고, 옆으로 벽이 없었다.

수면과 심연의 두 방향만이 존재한다 보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얽힌 밧줄은 이스마엘에게서 뻗어나와 조각난 판자에 얽혀 있었고, 이어서 저 아래의 심연으로 뻗어 있었다.

부서진 판자는 그럼에도 수면을 향해 느리면서도 악착같이 떠오르며 이스마엘을 높이 매달았다.

하지만 이내 밧줄이 죄어들자 판자 조각은 떠오르기를 멈추고, 삐걱이는 신음을 내다 절규하며 하나씩 부서졌다.

마지막 조각까지 부서지자, 질척한 탁류조차 찢어대는 소리를 울리며 밧줄이 죄어들고,

이스마엘은 심연과 서로를 끌어당기며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내렸다.

저 편을 향해 시선과 함께 겨누어진 작살이 그 사이의 무언가를 꿰뜷었고,

그러고도 기세가 줄지 않고 깊이 가라앉았다.


이윽고, 빛을 영영 등지는 듯 가라앉았던 이들의 모습이 돌아왔다.

그 속에서 이스마엘은 저 편으로 꽂아넣은 시선을 잠시동안 뽑아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드러난 형상이 사라졌을 뿐, 마음은 아직까지도 탁류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겠지.

어딘가를 향해야만 했을 작살을 따라, 풀리지 않는 매듭에 사로잡힌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