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멜라: "아무것도 안 먹으면 죽을 거야."
  2. 필립: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아직 입맛이 없어요…"
  3. 파멜라: "사무소가 통째로 전멸했는데 그럴 만하지. 그래도 마음 독하게 먹으라고."
  4. 필립: "… …"
  5. 파멜리: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6. 필립: "네… 제가 말렸더라면…"
  7. 필립: "제가 좀 더 노련하고 강했더라면…"
  8. 필립: "제가… 도망치지만 않았더라면…"
  9. 파멜리: "그러면 네 책임이야."
  10. 필립: "…예?"
  11. 파멜리: "네가 어리숙하고 약해 빠져서 동료들이 다 죽은 거 맞다고."
  12. 필립: "… …"
  13. 파멜리: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어? 네가 편한 대로 생각하면 돼."
  14. 파멜리: "일이 벌어지면 결과에 생각하기 편한 이유를 갖다 붙이면 되잖아?"
  15. 파멜리: "실제 원인이 무엇인지보다 납득하고 싶은 대로만 생각하고 싶은 거잖아."
  16. 오스카: "어이, 꼬맹이들. 너무 괴롭히지 마."
  17. 파멜라: "난 안 괴롭혔어. 갈궜던 건 파멜리 뿐이라고."
  18. 오스카: "그래, 필립. 이제 이야기할 정신이 들었나."
  19. 필립: "네, 배려 감사드립니다."
  20. 파멜라: "형제 사무소인데 돕고 살아야지."
  21. 오스카: "미안하게 됐네. 우리는 그때 마침 12구 골목에서 뒤틀림 사건을 처리하던 중이었어."
  22. 오스카: "8시의 서커스에 당한 놈들은 오직 광기와 쾌락만을 위한 쇼를 펼치더군."
  23. 오스카: "마치 지옥 속의 축제 같았지. 어지간히 애를 먹었어."
  24. 파멜리: "그래서 나 몸 한 번 교체했잖아. 이 몸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닌데…"
  25. 필립: "…의체인가요? 하지만 그 모습은 윤리 개정안에 걸리지 않나요?"
  26. 파멜라: "의체가 아니라 내 몸의 복사본이야. 내가 예전에 들어둔 생체복구 보험이 있거든."
  27. 파멜라: "파멜리의 몸뚱아리는 형체도 남지 않게 찢겨서, 이 방법이 아니고서야 해결책이 없더라고."
    파멜라: "그나마 대가리라도 남은 게 다행이었지. 해결사 보험은 돈만 빼먹는 순 도둑놈들인 줄 알았는데, 드물게 덕을 본 거야."

  28. 파멜라: 참, 너네 사무소는 해결사 보험 같은 거 안 들어뒀어?
  29. 필립: 얼마 안 된 신입이라, 경황이 없어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0. 파멜라: 나중에라도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 보험 형태와 조건도 다양하니까.
  31. 파멜리: 몸을 복구한 건 다행인데 말이지, 왜 하필 이런 몸일까.
  32. 파멜라: 뭐? 당장 급해서 기껏 복사 시술을 해줬는데, 저 새끼 말하는 꼬라지 봐라.
  33. 파멜리: 비싸면 뭐 하냐고. 거울 볼 때마다 삶의 의욕이 안 나는데.
  34. 파멜라: 그 몸 망가뜨리기만 해봐.
  35. 파멜라: 아니다… 그냥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복구할 수 없게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 그러면 복사본 값은 안 줘도 돼.
  36. 파멜리: 맞짱 뜨자는 거?
  37. 파멜라: 그래, 이 새끼야.
  38. 오스카: …살바도르 말대로 자네 쌍화차 타는 솜씨 하나는 일품이군.
  39. 필립: 과찬이십니다…
  40. 오스카: 필립, 자네 생각은 어떤가. 도서관이 뒤틀림과 관련 있어 보였나?
  41. 필립: 모르겠습니다. 뒤틀림을 직접 겪어 본 적이 없어서요.
  42. 필립: 하지만 그 어떤 곳보다도 이질적으로 보였습니다.
  43. 필립: 스승님과 선배는 그곳에서… 책으로 바뀌었고…
  44. 오스카: …도움이 안 되는군.
  45. 오스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협회가 꽤 예민해져 있다네.
  46. 오스카: 협회뿐만이 아니지, 날개와 손가락들도 뒤틀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으니까.
  47. 필립: 예…
  48. 오스카: 그런 건 아무 상관 없다는 표정이구만.
  49. 오스카: 뒤틀림이고 뭐고 간에, 자네는 지금 당장이라도 도서관으로 돌아가서 동료들의 책을 찾고 싶은 것이지.
  50. 필립: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습니다.
  51. 필립: 하지만 스승님께서 남겨주신 쪽지에는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오스카 님에게 의지하라고 적혀있습니다.
  52. 오스카: 그 친구도 참 곤란한 걸 떠넘겨줬군…
  53. 오스카: 이 일이 늘 그래왔지만, 그 친구 아내와 자식들 상심이 크겠어.
  54. 오스카: 혹시 만나봤나?
  55. 필립: 아뇨… 아직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56. 오스카: 왜지?
  57. 필립: …면목이 없어서 말이죠.
  58. 오스카: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도서관이네. 장비 챙겨두도록.
  59. 필립: …감사합니다.
  60. 오스카: 착각하지는 말게. 목적지가 같기 때문에 데려가 주는 것뿐이니까.
  61. 오스카: 그리고 친구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치를 뿐이지.
  62. 오스카: 적어도 우리 사무소에서는 자네 같은 해결사를 받지 않을 거야. 물을 흐리거든.
  63. 필립: …동료들을 위해서,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그렇게 한심한 일입니까…?
  64. 필립: 어딜 가도 정에 연연하지 말라느니, 급에 맞지 않는다느니… 어리숙하다느니…
  65. 필립: 해결사라면… 아니,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위해서 행동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66. 파멜리: 짜증 나서 못 들어주겠네.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했어?
  67. 파멜리: 그런 생각을 하는 해결사는 우리 사무소에서 받지 않겠다는 것뿐이잖아. 궁상 좀 떨지 마.
  68. 파멜리: 감정에 휘둘리는 놈만큼 등을 맡기기에 위험한 놈도 없으니까.
  69. 파멜리: 너 하나 챙기자고 우리가 다 죽어도 된다는 거야 뭐야.
  70. 오스카: 자네는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서 행동한다고 굳게 믿고 있겠지.
  71. 오스카: 삭막하고 이기적인 도시의 사람들과 달리 자신은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72. 오스카: 그 이상의 가치를 위해 싸우고자 한다고.
  73. 오스카: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이기적인 생각이야.
  74. 오스카: 이기적인 생각 중에서도 자신을 속이는 가장 위험한 부류지.
  75. 오스카: 이타적인 행동이라는 건 인간에게 있을 수 없어. 누군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는 것도 자신을 위한 것이야.
  76. 오스카: 그것도 주위의 사람들을 좀먹으며 파멸로 이끄는 아주 위험한 이기주의…
  77. 필립: 전…!
  78. 오스카: 말은 그럴싸하게 했지만, 정말 네가 살바도르나 다른 동료들을 위해서 열을 내는가 싶기도 하군.
  79. 필립: …먼저 준비하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80. 롤랑: 필립이라는 녀석이 상처받았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나도 동의하는 바야.
  81. 롤랑: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라는 껍질 뒤에 숨은 이기주의 만큼 지독하고 위험한 게 없어…
  82. 앤젤라: 알 것 같아.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 각오한 마음만큼 무섭고 추악한 게 없지.
  83. 앤젤라: 그것이 희생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정의라고 생각할수록…
  84. 앤젤라: 그 자부심에 취해 주위를 보지 않는 거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거지.
  85. 앤젤라: 오직 그 정의를 위해 다른 것들을 짓밟아가며 달려나가도 될 당위성이 부여되니까…
  86. 롤랑: 와… 이번에는 정말 마음이 통한 것 같아. 나 감동했어.
  87. 앤젤라: 샴페인이라도?
  88. 파멜리: 야, 표정 안 펴? 짜증 나게 하네 진짜.
  89. 파멜라: 극복해가는 중이잖아. 배려 좀 해주자.
  90. 파멜리: 이런 사소한 것도 미묘한 컨디션에 영향을 준다고.
  91. 필립: …됐습니다. 전 신경 쓰지 마세요. 여러분 발목은 잡지 않겠습니다.
  92. 오스카: 자네가 발목을 잡을 것 같다고 판단한 순간 난 자네를 꿰뚫을 거야.
  93. 앤젤라: 환영합니다, 손님. 분위기가 영 좋지 않네요?
  94. 오스카: …기계인 줄 알았다만, 인간이 섞여 있는 것인가?
  95. 파멜리: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는 마. 죽이려고 찌른 건 아니고 잠깐 확인해보고 싶었으니까.
  96. 앤젤라: 무례하네. 예절이란 것을 배우지 못했나 봐?
  97. 파멜라: 흠, 도서관의 사서는 상냥하다고 들었는데.
  98. 앤젤라: 다짜고짜 뺨을 날리는 손님에게 더 이상 예의를 갖출 필요성을 못 느껴서 말이야.
  99. 오스카: 미안하네. 우리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의를 차릴 틈 같은 건 없어서 말이야.
  100. 앤젤라: 어련하시겠어?
  101. 파멜리: 전해 들은 정보와는 인상이 다르네.
  102. 파멜라: 나름의 고충이 있나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