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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수감자를 챙기러 가는 관리자.


그런데 어째 히스클리프랑 이스마엘이 조용하네...


원래 이렇게 개판나면 먼저 난리칠 애들인데, 무슨 일이지?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에 그 둘은 없었다.


ㅋㅋ 설마...취기 때문에 서로 쌈박질 해서 또 무장 들고 데스매치를 하러간 건 아니겠지?


아냐, 히스클리프가 이스마엘이랑 많이 싸우긴 했어도 그보다 더 많이 챙겨줬잖아.

이스마엘도 워더링하이츠에서...아니 예전에 얼빠진 사랑놀이 발언에 대한 사과는 안했지 참...


그래도 그 둘을 믿자.


하지만 한 번 품은 의문은 직접 해결하거나 해결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 해소되지 않는 것.


What will we do with a drunken sailor~


수감자들을 제외하면 째깍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진 않겠지만, 노래를 흥얼거리며 버스 밖으로 나온 단테는 아주 먼 거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대호수를 바라봤다.


대호수라, 진짜 최악의 임무 중 하나였지.

해적에 인신매매에 중지에 인어, 무슨 도시 구역 하나 가볍게 씹어먹을 크기의 고래라던가...그래도 소드의 생존이나 쪽빛어르신, 무엇보다 이스마엘이 나아가는 선택지를 골라서 다행이야.


하...생각만 해도 발 밑에서부터 감각이 있을 리 없는 시계머리까지 소름돋는 대호수인데,

이렇게 멀리서 보면 참 개쩌는 풍경이나 만들고 지랄이야...


보름달과 구름을 담은 대호수를 보며 감상평을 남긴 단테는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흥얼거리던 노래와 함께.


What will we do with a drunken sailor,

What will we do with a drunken sailor early in the morning~


술 취한 선원한테 뭘 하려고요 관리자님?


억! 이스마엘? 


관리자님이 노래 부르는 거 처음 들었는데 의외로 들을 만 하네요.

혹시 돌아온 기억이라도 있는 거에요?


그랬으면 좋겠지만...그냥 항구에서 잠깐 들은 노래야.

머릿속에서 맴도니까 부르게 되더라고.


그렇군요...그보다 왠일로 나오셨어요?


자리에 있어야 할 두 신사숙녀가 사라져서 관리자로써 찾으러 왔지.


얼굴 시뻘건거 보니까 술기운 때문에 더워서 나왔거나 술자리가 시끄러워서 나왔구나?


어...네! 수,,,술자리가 좀 덥기도 했고 술기운이 시끄러워서 나왔죠!


문장이 이상하게 나올 정도로 취했으니 덥기도 하겠다. 그나저나 히스클리프랑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 히스클리프씨라면 방금 전까지 저랑 같이 벤치에서 맥주 마시다가 저만 먼저 들어가려고요.

안주는 제가 수육이랑 막국수 좀 몰래 가지고 나왔고요.


드디어 철천지원수 사이같았던 너랑 히스클리프가 따로 술자리까지 가질 정도로 가까워졌구나.

내가 눈물이 안나오는 머리인데 눈물이 나네 진짜...


아 갑자기 뭔 주책이에요! 버스 안에서 히스클리프씨가 먼저 나오고나서

저도 딴 사람들 술주정 못버티고 튀어나온거라고요.


근데 언제 나왔어? 나오는 모습을 못봤는데...


이상씨가 파우스트씨한테 끌려갈 때 였을걸요?


생각보다 일찍 나왔네? 그 이후가 더 시끄러웠을텐데.


어...나중에 뭔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알려주세요.


어차피 내일 아침되면 아마 오티스가 제일 난리날 거 같은데 뭘, 지금 들어갈꺼야?


네. 열도 좀 식었겠다, 슬슬 자러가야죠.


그래. 당분간 휴식기간이니까 푹 자둬.

히스클리프는 저 벤치에 있다 했으니 내가 좀 이따가 데려가지 뭐.


네? 아니, 히스클리프씨는 제가 데리고 가는게...


괜찮아. 명색에 관리자인데 이 시간에 수감자들이랑 좀 이야기도 나누고 이래야지.


쯧...네,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작게 혀를 차는 이스마엘의 행동에 의문을 느꼈지만 이내 무시한 단테.


(째깍갸웃)별 일 없었겠지...


단테는 이스마엘의 말대로 가까이에 있는 벤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What will we do with a drunken sailor,

What will we do with a drunken sailor,


벤치가 저기 있으니 저기 축 처진 사람은 당연히 히스클리프겠네?


벤치에 앉은 채 축 늘어진 히스클리프를 발견한 단테는 옆에 앉아 히스클리프를 불렀다.


What will we do with a drunken sailor early in the morning~

...일어나 히스클리프.


...


...얼빠진 사랑놀ㅇ-


야이 ㅆ-...뭐야 시계대가리 언제왔어!


방금 왔어. 술자리 끝나고 정리중에 너랑 이스마엘이 안보이길래 나와봤지.


하! 너무 걱정이 많은 거 아냐?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나도 그 생각은 했는데, 너희 술 취한 모습을 내가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베르길리우스가 술 취해서 사고치면 면담 시간 가진다고 했으니 그건 막아야지.

게다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그것대로 또 걱정이기도 했고...


뭐, 샌님이 죽은 친구들 이름 부를때부터 좀 시끄럽기도 해서 먼저 나와서 혼자 병나팔 불고 있는데

걔가 나와서 같이 맥주 한잔 하고 그러다, 그...아니다 별 일 없었어.


잠깐, 설마 술 취해서 버스 안에서 사고 친 사람있어?


다행이 수습할 때까지 베르길리우스가 나오진 않아서 걸린 사람은 없지.


야 잠깐, 길잡이 양반한테 안걸렸을 뿐이지 결국 사고는 쳤단 소리잖아?


거기다 댁 넥타이가 사선으로 썰려있고 나아가서 셔츠까지 같은 각도로 베여있는데 사고가 아니면 뭔데?

료슈 아지매나 돈키호테는 밥만 먹고 들어갔거나 무알콜이라 용의선상에서 벗어났고,

벌레 양반은 팔이 그래도 벤다기보단 뚫는 느낌이니 그 양반도 아니고,

샌님이나 도련님, 백발 천재는 일단 이스마엘한테 들어보니 걔네도 아니고, 

목석이나 꼰대는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리는 없을 거고,

그럼 불곰이나 병아리가 그랬다는건데...


네가 왜 늑대처럼 뒤틀렸는지 알 거 같다...진짜 무슨 탐지견이야?


내가 배운건 많이 없어도 길거리에서의 경험은 엄청난거 잘 알잖아 이젠?


싱클레어가 그랬긴 했는데...


걔라면 이유는 예상이 가네.


그래...


...


짧은 침묵을 깬 이는 히스클리프였다.


저기, 시계대가리...


음?


이번에도 그렇고 저번에도 그렇고...


넌 뭔가...회사 일 이상으로 우릴 챙겨주려고 해서 좀, 신기하긴 해.


(째깍으쓱)그저 관리자로써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지! 크흠!


아니...아니다, 됐다.


근데 솔직히 찝찝하긴 해. 그 뭐냐, 옛날에 들은 말인데...

대가 없는 힘은 없다고 들었거든?


오...뭔가 멋진 말인데?


야이 씨...좀 진지하게 들어봐.


아무튼, 우리가 아무리 죽어나가도 깔끔하게 살려내는 게 그저 좀 신기한 힘은 절대 아니잖아?

게다가 리스크도 그냥 고통만 받지, 죽었을 때의 그 상처까지 받는 것도 아니고...


처음엔 그 고통만으로도 자살 충동이 굉장했지만, 지금은 버틸만 해.


그게 문제야. 그 이스마엘이 갈아놓은 작살이 어깨에 박혔을때도 잠깐 움찔하다가도 냅다 그냥 작살을 뽑아내질 않나,

검계때는 원래 뜨겁지도 않던 시계 머리의 불이 갑자기 뜨거워지면서 혼잣말 하다가 기억도 못하고 깨질 않나...


방금 말했다시피, 배운건 없어도 경험은 많아서 직감이 좀 좋거든?

우릴 살릴때 받는 고통, 그게 리스크가 아니라...그저 숨겨진 진짜 리스크의 과정이라면?


...


우리가 죽고 되살아날때마다, 넌 점점 우리가 아는 관리자이자 시계대가리인 단테로부터 다른 뭔가로 변모될거 같은 느낌이거든...


처음으로 파우스트가 자리에 없음이 다행인 단테였다.


우리 히스클리프...생각보다 엄청 착한 친구구만!


야! 넌 사람이 기껏 걱정했더니...


아니, 진짜로...이스마엘이 나한테 말했던 도시 사람같지 않게 선량하다고 하더니 너한테도 해당되네.


확실히, 나도 내 몸뚱이가 부활 리스크의 고통으로부터 점점 익숙해 지는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은 못해...


근데 뭐, 일단 목적지를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은 좀 되지 싶기도 해.


옛날처럼 고통때문에 부활 시키는 데 주저하는 경우도 없고.


그리고 솔까 그 특색 붉은 시선도 길 잃었을때를 대비해서 길잡이로 있는 거잖아?


그 양반 말대로 서두를 꺼 없어. 당장 닥친 일부터 해결하다보면 뭐, 시련도 있을테지만 지금처럼 천천히 해결할 수 있겠지.


...그래.


입이 없기에 남은 안주와 맥주는 히스클리프가 먹었지만, 단테에게 있어서 수감자의 대화또한 마음을 배부르게 만들었다. 


이제 슬슬 들어가볼까?


끄으으...그래 슬슬 들어가야지.


기지개와 함께 히스클리프가 일어나려 하자마자


크헉?!


벤치 손잡이를 지지대 삼아 일어나는 단테가 손잡이가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ㅋㅋㅋ너 뭐햌ㅋㅋ


아오 썅...뭔 손잡이가 이리 미끄러워?


엄청 미끌거리는데 대체 뭐가 묻은거야


(잠깐, 미끌...? 설마!)


장갑 아끼는 건데 빨래나 하러 들어가야지 원.


야...야 시계대가리! 아직 밤 12신데 좀 밖에서 산책이라도 하는 거 어때?


시간이 남긴 무슨...지금 새벽 3시여.

내 머리는 만년 12시 45분으로 고정인데 갑자기 새삼스럽게...


아니 우리가 언제부터 낮밤 가리면서 살았어?


이왕 벌어놓은 휴가기간인데 알차게 보내야지.


으윽...왜 갑자기 죄다 맞는 말을.


먼저 들어가 히스클리프. 맥주병이랑 빈 그릇은 내가 치울테니.


(한숨)생존의 여지를 완전히 박살내는군...


응?


아니다...내일 살아서 보자 시계대가리.


어...뭔가 인삿말이 좀 이상하긴 한데?


(...ㅋ)

.

.

.

다음 날은 나중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