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그곳은 평소와는 다른 곳이었다 나는 분명 방금 전 까지 다른 사서들이랑 술파티를 벌이고 있었는데...


"아 일어났어요?"

"....안젤리카?"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안젤리카는 내 눈 앞에서 죽지않았던가?


"악몽이라도 꾸고 있던거에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던데."


아,그런건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질나쁜 악몽이었던건가 안젤리카의 죽음도,도서관에서의 일도.


"어라, 롤랑 울어요?"

"아,꿈이 좀 안좋은 꿈이었어.."


그래 전부 악몽이었던거야, 전부....


"정말 별일이네요 무슨 꿈을 꿨길레 그래요?"

"아 별거 아니야 그냥... 그냥 좀 슬펐던 꿈이었어."

"그래요? 음... 그렇다면 그런거겠죠."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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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도서관, 그러나 한바탕 난리가 나있다.


"네짜흐! 도데체 무슨 술을 꺼냈길레.. 롤랑이 저꼴이 된거야?"

"별건 아니고 추억과도 같은 맛을 낸다는 술을 꺼냈을 뿐인데..."

"설마 추억과도 같은 맛을 낸다는게, 그 사람이 원하던 환상을 보여주는 특이점인지는 몰랐지..."

"심지어 깨우지도 못하게 방벽까지 쳐져있군요."


하층의 지정사서들이 한바탕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게부라와 비나,그리고 엔젤라는 한창 롤랑 구출 작전을 실행하고 있었다.


게부라는 그녀의 대검으로 있는 힘껏 방벽을 공격했으나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튕겨져 나갈 뿐이었다.


"젠장, 이거 뭐가 이렇게 탱탱해?"


엔젤라가 비나의 제한을 잠시 해제한 뒤 요정을 시용해 보았지만 보란듯이 요정은 방벽에 흠집조차 내질 못했다.


"이거 상당히 이상하구나."


이건 무슨 특이점이길레 이리도 단단한 걸까 게부라는 몰라도 조율자인 비나조차 이 방벽을 뚫지 못할 줄은 못랐던 엔젤라였기에 상당히 당황했다.


"네짜흐, 술에 뭔가 적혀있는데 뭐라고 적혀있는 거야?"

"어 보자, '이 술을 마신 사람이 왠 방벽에 갇혔다고요? 그리고 그 방벽이 너무도 단단하다고요? 왜 그런 거냐면, 그 사람이 그 추억에 느끼는 애착이 강하면 강할 수록, 깨어나길 거부하면 거부할 수록, 방벽은 배로 단단해 지기 때문입니다!

깨우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하나! 그 사람이 스스로 깨어나는 것 뿐입니다!' 뭐 이런..."


그렇게 듣고 보니 저 방벽의 상상 이상의 단단함도 이해가 갔다 롤랑은 언제나 아내를 그리워했었고 지금 롤랑의 상태를 보면 아내에 대한 꿈을 꾸는 것 같았으니


"이렇게 되면... 기다릴 수 밖에 없어... 롤랑이 스스로 깨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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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롤랑표 특제 파전 완성!"

"오늘도 맛있어 보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안젤리카에 입에는 약간의 군침이 고여있었다.


"그럼, 잘먹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안젤리카와 나는 순식간에 파전 한 접시를 비우고 안젤리카는 만족스럽다는 듯 식사 후 입을 닦고 있었다.


"오늘도 정말 맛있었어요 롤랑, 날이 갈수록 맛있어지는 거 같네요."

"니가 맛있게 먹어주면 나야 고맙지."


그렇게 안젤리카와의 식사를 끝마치고 오늘은 휴일이었기에 딱히 의뢰도 없어서 평화롭게 데이트나 가려던 찰나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다.


"무..뭐야 이거 왜 이렇게 흔들려?"

"롤랑 조심해요!"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인해서 가구의 상당수가 넘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 집엔 그렇게 높은 가구가 적었고 장롱 하나가 넘어지는 것으로 끝났다.


"갑자기 지진이라니, 도시에서 지진이 일어났던 적이 있던가?"

"어떤 집단이 장난이라도 치는 걸까요?"


이거.. 영 느낌이 좋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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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도서관에서는 롤랑이 스스로 깨어나기는 힘들것이라고 판단해서 남아있던 갖가지 환상체 책장들로 방벽을 공격하고 있었다.


"으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서들이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에고까지 쓰면서 방벽을 공격하고 있지만 방벽은 마치 슬라임 같이 흔들릴 뿐, 별다른 피해를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엔젤라가 사서들의 빛 수급과

롤랑의 상태복구를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었지만, 별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롤랑!!!! 제발 일어나라고!!!!!!!"

"도데체 언제까지 안에 박혀 있을 셈이세요! 제발 나오세요 롤랑님!!!!!!"


사서들이 악을 써가며 외치자 롤랑은 잠깐 움찔하는가 싶다가도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 도데체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롤랑을 저기서 꺼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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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가구들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런 휴식을 가진게 얼마만인지...


"......랑!!! 제.... 일......나라.....!!!!!"

"도.... 언......... 안..... 박...... 셈.....!  제... 나...... 롤.....!!"


  음? 이건 무슨 소리지?


"롤랑 무슨일 있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그저 악몽이 너무 생생했어서 기억에 남는것 뿐이다. 그럴 뿐이다.


"그나저나 여긴 언제와도 낭만 있는 거리네요~"

"그렇게 역시 음악의 거리 9구라 그런가?"


우리가 걷고 있는 이곳은 9구 그중에서도 다양한 음악가들이 거리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9구에서 제일 넓은 곳이었다.


"이런 날들만 계속 되면 좋겠어요."

"하하, 그러게."


그래, 언제나 이렇게 날이 지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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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언제까지 쳐야 하는 거야! 이젠 흠집이라도 나야하는 거 아니냐고!!!!!!"


현재 보조사서들은 다 뻗어버렸고 지정사서들만이 자리에 남아서 공격을 지속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성냥은 타오르질 못했고,기술과학의 탄환은 뚫지 못하고 떨어졌으며, 문학의 도끼는 내리찍었다 튕겨져 나가길 반복하고 있고, 예술의 괴성은 방벽을 흔들리게 할 뿐이었다.


"도데체 얼마나 아내를 그리워했던 건지는 몰라도, 이건 아니지..."

자연과학의 공포는 파고들질 못하였고, 언어의 검은 튕겨져 나갔으며 사회과학의 보석은 부딫히는 순간 다시 올라갔다.


"슬슬 힘에 부치는 군요. 엔젤라, 멀었나?"

"아직 모르겠어, 저걸 깰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하는 방법이 잘못 된것인지"


철학의 팔은 그 크기가 무색하게 형태를 잠깐 변화시킬 뿐이었고 종교의 빛은 안쪽까지 닿질 못했다


"롤랑, 제발... 일어나라고!!!!!!!!!"


말쿠트가 전에 없던 큰 소리로 소리쳤고,


"롤랑이 움찔거렸어?"


안쪽의 롤랑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좋아, 그러면 롤랑이 깨어 날때 까지 소릴 질러 보자,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

"별로 선호하는 방법은 아닙니다만 지금은 그것 밖엔 답이 없군요."


그렇게 사서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롤랑을 부르길 시작했다.


"롤랑!!!!!!!!!!"

"롤랑씨!!!!!!!!!!"

"롤랑님!!!!!!!!!!"


평소엔 점잖던 사서들도 큰소리로 롤랑을 불러댔고 롤랑의 몸은 크게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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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


도데체 이게 무슨 소리지?


"롤...........씨!!!!!"


왜 이렇게......


"롤............님!!!!!"


그리운 소리가 들리는 거지?


"롤랑, 친구들이 부르고 있잖아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 세계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 쯤은

하지만,


"하지만 난 널...."


그러자 안젤리카는 내 빰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뭘 그리 망설여요, 당신은 그저, 당신의 길을 가면 되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그러자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젤리카..."


안젤리카는 웃으며 말을 하였다.


"이젠 작별할 시간이 왔나봐요. 그동안 고마웠고..... 사랑해요."


안젤리카의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도 흐느끼면서 말하면서도,


"나도....사랑해."


마지막엔 웃어 보였다.


".......랑! 롤랑!!!!!!"


눈을 뜬 그곳은 내가 전에 원망하던 곳이자 이제는 익숙하디 익숙한


"드디어 깨어났구나 롤랑!"

"다행이다... 평생 못깨어나는 줄 알았다고.."

"다음 부턴 술은 적당히 보고 좀 마셔!"

"롤랑, 돌아온걸 환영해."

"그래, 다녀왔어"


이제는 끊을 수 없는 인연들이 함께하는 도서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