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돈키호테의 추천을 받고 책을 하나 읽었었다.
그 책은 뻔하디 뻔한 영웅담 동화책이었다.
그걸 몇번이고 계속 읽었던 것 같다.
마지막의 한 문장 때문에,
[그렇게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처음 보는 문장이지만, 내가 좋아하게 된 문장이었다.
마치, 그것만으로 등장인물들의 행복이 확정된것 같았기에,
나는 이 문장을 좋아했었다.
그러면서, 마음 속 깊이 바랬다.
우리의 이야기의 마지막 구절에도, 이 문장이 자리하고 있기를,
마음 속 깊이 바랬다.
그러나, 우리들의 결말에는, 그 문장이 자리하지 못했다. 

그저 수많은 혈흔만이, 우리의 결말에 자리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그저, 행복한 결말을 바란것이,
그저, 마지막 문장이 행복을 확정지어주는 문장이길 바랬던 것이,
그리도 큰 죄였단 말인가.
축 처진 수감자들의 시체위에 손을 올리고는, 말을 걸어본다.
머리에 놓여진 시계를 미친 듯이 돌려본다.
그러나, 시계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수감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쓰러져 있었다.
마치, 세상에 나만이 남겨진 듯, 고요하다.
그리고, 고요한 그곳을, 빗소리가 가득 매운다.
마치, 눈이 없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듯,
비는 쉴세 없이 내렸다.
'너는 자기 눈물에 익사할 것이다.'
이런 설명을 가진 환상체의 기록을, 언젠가 봤던 것 같다.
그 문장이 떠오르자, 지금 이 비가 눈물이라면,
차라리 나를 익사시켜주길 원했다.
온기가 사라진 그들을 그리워할바엔, 차라리 그들을 따라가는게 편할 것 같았다.
그러나, 비는 차오르지 못했다.
애초에, 나는 익사할 수 없는 몸이다.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선, 커다란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그러나, 나는 겁쟁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고보니, 이런 문장을 가진 책도 읽어봤었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그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그 문장을 싫어했다.
그 한문장으로, 등장인물들의 여정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았기에,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문장이 우리의 이야기에 들어있기를,
깊이깊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