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버스 안, 휴식을 취하고 있던 단테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시계로 변했어도 청각은 멀쩡했는데, 이제 드디어 청각도 시계가 되는건가.

혹시나 자신의 귀에만 들린 소리인가 싶어 단테는 주변을 살폈다. 방금 전까지 시끄럽게 떠들고있던 수감자들이 숫제 미친놈을 보는 눈으로 이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내가 이상한 건 아니었구나.

이 인간은 뭘 잘못 먹었길래 갑자기 헛소리를 하는건지.

어쩌면 다른 단어를 잘못 발음한 것일수도 있다. 보지로 대체될만한 단어가 도통 연상되지는 않았지만 단테는 제발 이상이 실수를 한것 이기를 빌었다

"째깍째깍(뭐라고 이상?)."

"보지 좀 보여주시구료."

진짜 뒤틀려 버린건가.


단테는 잠시 이 인간의 광기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비슷한 일을 한두번 겪은 것도 아닌데다, 해결을 안해주면 하루종일 저 지랄을 할테니

"째깍째깍(그게 무슨 소리니 이상아)."

이상은 그제야 자신이 성급했음을 깨달았다. 단테 뿐만 아니라, 버스의 수감자들 모두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설명이 필요했다. 왜 그가 여성의 생식기를 봐야만 하는지, 모두를 설득시킬 수 있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야만했다.

그가 확인해야 하는 보지는 모든 여자수감자들의 보지였으니까.

"누군가 내가 아껴뒀던 김치만두를 훔쳐갔소. 그러니 보지를 보여주구료."

"......?"

도둑이 들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음부를 보여달란걸까. 단테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상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주머니에서 꾸깃한 사진 몇장을 주섬주섬 꺼내었다

"이건 사건현장을 촬영한 사진이오. 다들 보게나."

여성의 음부로 유추되는 도끼자국, 그리고 하반신으로 유추되는 흔적이 버스 바닥에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마치 엉덩방아를 찧은듯한 모양새였다.

"보면 알겠지만 이건 여자의 하반신이지. 선명한 음부 자국으로 보건데 속옷도 입지 않은 채로 물건을 가져간 것이 틀림없소."

"째깍째깍(저 사진 한장으로 추리라니...)"

"그러면 저것 말고 범인을 찾아낼 수 있는 단서가 뭐가 있갰소. 일단 보지를 봐야하겠소."

단테는 골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딱히 무어라 반박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나가서 찾던가 해야지. 이상의 뒤틀림에 장단을 맞춰주다가는 없던 광기도 생길 것만 같았다.

"째깍째깍(도둑은 내가 찾아볼테니 다들 신경쓰지마)."

단테는 버스에서 내렸다. 단테가 사라지자 이상는 다시 심문을 재개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보지 검문을 시작하세."

"이상씨, 그냥 얌전히 관리자님의 연락을 기다리는게..."

"그럴 순 없네, 이스마엘양. 난 김치만두 도둑을 얼른 찾아야 하네."

이상이스마엘의 만류를 거절했다.

"일단 범인으로 의심되는 명단을 추려보지."

버스 앞으로 나간 이상은 노트에 이름을 써내려갔다.

사건 장소는 버스 안이였다. 범인은 수감자들중 하나가 분명했다.

명단 중 여성 수감자들의 이름을 써내려간다. 자지는 제외한다. 확인해야할 사람은 이스마엘, 로쟈, 료슈, 오티스, 파우스트, 돈키호테.

"돈키호테양는 어디 갔소?"

"돈키호테씨는 놀러 간다고 버스 밖에 나갔어요."

버스에 없다면 범인은 아니겠지. 이상은 돈키호테의 이름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낭비할 시간은 없다.

"없다면 어쩔 수 없구려. 남은 인원들부터 조사를 시작하세."

이상은 만년필로 음부 윗부분을 가리켰다. 털 한 올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둔덕이었다.

"사진을 보세. 말끔하게 찍힌 도끼자국으로 보건데 범인은 털이 없는 백보지가 틀림없소."

"자신이 백보지인 사람은 손을 드시오."

"......", "......", "......"

이상의 질문에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긍정보다는 무응답에 가까웠다.

"모두 다 털은 있다는 뜻이오? 한 올씩 뽑아서 제출하세."

시료 제출을 요구하는 이상의 말에도 수감자들 가만히 눈치만 볼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방금 버스를 나간 단테가 창문 밖에 있었다.

"째깍째깍(너의 추론이 맞다면 오티스는 결백해. 오티스의 그곳은 마치 콩콩이파의 본거지처럼 지저분하고 털이 수북하니까.)"

혹시 모를 오티스의 음모를 감시한다던 소문이 돌던데 그 음모가 그 음모였었나.

"과연, 단테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겠구려."

그가 보증한다면 오티스는 구L사의 폐허처럼 어두운 음모를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던테가 그걸 어찌 아시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단테가 버스 근처를 떠났다.

혐의가 풀린 오티스가 그 뒤를 따랐다.

"나도 볼일이 생겨 나가보도록 하지."

응? 으응.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세에 이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오티스양은 용의선상에서 제외합세."

밖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났지만 이상 무시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만두 도둑을 잡는 것이었으므로.

'남은 인원은 둘 뿐인데.'

따지고 본다면 자리에 없는 돈키호테의 보지도 확인해야겠으나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이스마엘과 로쟈, 료슈, 파우스트 넷만이라도 확인을 해야했다.

"자 어서 제출을..."

"......", "......"

이상의 재촉에 네 여인은 무기를 쥐는 것으로 응답했다. 박사는 빠르게 시료 채취를 포기했다.

홀짝, 박하가배으로 목을 축이며 태세를 정비했다. 여인들의 기세에 밀렸다간 보지는 커녕 속살 구경도 못 할 것이었다.

"일단 음모 제출은 넘어가도록 하세. 다음 증거요."

이상은 꾸깃한 사진을 한장 꺼내었다. 선명하게 찍힌 도끼자국이 보였다.

"보다시피 현장의 도끼자국은 앙다문 일자균열의 형태를 가지고 있소. 이는 범인이 처녀거나 성경험이 많지않은 여성이라는 것을 의미할 터."

이상 로쟈와 파우스트 옆에 '불고기 보지'라는 단어를 적은 다음 이름에 줄을 좍좍 그었다.


로쟈는 안봐도 뻔할것이고, 파우스트는 전날 밤 확인한 바가 있기 때문에 확신 할 수 있다

다음.

이상은 남은 이름을 확인했다. 이스마엘, 료슈. 둘 다 순수히 말을 듣지 않을 상대 상대였다.

'어떻게 해야하지.'

둘의 태도로 보건데 보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다행히 이상에게는 증거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다른 사진을 보여주었다.

웅성웅성, 수삼자들 사이로 소란이 일었다.

"범인이 현장에 남기고 간 흔적은 보지만이 아닐세. 보다시피 가슴 자국 또한 바닥에 남아있었지."

사진에는 가슴이 짓눌린 흔적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원 두 개가 바닥에 찍혀있었다. 원 중앙에는 젖꼭지로 유추되는 점이 하나씩 찍혀있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점처럼 튀어나온 부분이오. 브라나 뽕을 착용했다면 꼭지가 찍히진 않았겠지. 너무 작지 가슴을 가진 사람이 범인이라는 소리지."

이상의 말에 이스마엘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가슴을 활짝 폈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셔 흉곽을 최대한 크게 부풀렸다.

이상이 이스마엘의 흉부를 쳐다봤다. 기근이 휩쓸고 지나간 나주평야가 그곳에 있었다.

"이스마엘양."

"어쩔수 없네요. 이상씨, 이렇게 된 이상 제 그곳을..."

"나가 보시게."

털썩, 이스마엘이 쓰러졌다. 이상은 그녀의 이름 위에 줄을 그었다.

순식간에 용의선상이 하나로 좁혀졌다. 버스안의 모든 시선이 담배를 문 한 여인에게로 쏠렸다.

"좆.까"

"좆까의 줄임말이라네요."

싱클레어가 말했다.


그녀의 강경한 태도에, 이상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만져보면 확실해지지 않겠소?"

이상이 그녀를 향해 다가가자, 료슈는 검을 치켜들기 시작헸다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던 그때, 단테가 돌아왔다.


"째깍째깍(모두 정지)."


단테의 뒤를 따라 돈키호테가 따라 들어왔다.

"오오!! 모두들 탐정극을 하고 있응 것이오? 나도 참가하고 싶소!"


"째깍째깍(돈키야, 아까 버스에서 뭐 줏어 먹지는 않았니?)"


"음... 뭔가 시큼한 만두를 먹긴 한것 같다만..."


이상은 그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음을 알아챘다.

버스에서 만두를 훔쳐간 범인은 돈키호테였고, 흔적을 남긴 것 또한 그녀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잘 생각해보면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만두의 냄새가 버스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는 것이니. 

그녀의 이름이 명단에 있다는 것에서부터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라가야 했다.

"ㅉㄲㅉㄲ(도둑은 돈키호테, 네가 바로 범인이다!)"

"오오! 그럼 모든 사건이 해결 된것이오? 그것 참 잘됐구려!"

이상은 허무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그 파오차이 만두 참으로 맜있었지!" 돈키호테가 말했다


"씨발 지금 파오차이라고 하였소?"


"홍루씨가 이렇게 부른다고 가르쳐줬네만."


이상은 들고있던 박하가배로 홍류의 대가리를 깨버렸다.


뒤틀림 이였다.



원본: 명챈 전설의 소설

[단편] 명탐정 독타와 보지도둑 검거 대작전 - 명일방주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