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체 기록/

관찰 단계 0:

비가 내리던 어느 골목길. 작은 생명 하나가 조용히 꺼져가고 있었다.


관찰 기록 1:

쓰레기가 가득하던 그 골목길에 여린 생명이 어찌 홀로 남아 있을까.

그대로 두면 저 아이의 불씨는 꺼져버리지 않을까.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의구심과 동정을 품었다.

허나, 그건 찰나의 감정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길만 남긴 채 골목길을 조용히 떠났다.

나눠줄 감정조차 없다는 듯이.


관찰 기록 2: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쓰던 우산을 펼쳐 아이에게 주었다.

차가운 비를 막아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본인 스스로 단정짓고, 그대로 행동했다.

허나, 그것은 진정으로 아이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차가운 우산이 아닌 따뜻한 손길을 원했다.

자그마한 쉼터가 아닌 따스한 집을 원했다.

떠나갈 사람이 아닌 있어줄 가족을 원했다.

당장의 해결책이 아닌 깊은 이해를 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훌훌 털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감정적 허영을 가득 채우고, 자신이 심려 깊은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결국 그 아이에게 남은 건 우산 다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관찰 단계 3:

아이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모두가 알량한 관심만을 던져두고 가는 건, 그저 자기 만족일 뿐이라는 걸.

누구도 자신을 구원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골목길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걸.

자신이 버려진 존재라는 걸.

그들은 아이가 시체가 되어 굴러다녀도 우산만을 씌어줬을 테지.

그런 작자들이었으니까.

...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기다렸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며.

여전히 그 길에 남아있었다.


관찰 단계 4: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구름은 개었지만, 여전히 그 길엔 비가 내린다.

그리고 이따금 여우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해진 우산들은 아이의 몸에 뿌리 깊게 박혔다.

그리고 그만큼 상처도 깊어졌다.

몸과 마음 모두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곪아갔다.

그럼에도 아이는 기다렸다.

아직도 오지 않은 것을 기다리며.

...

버려진 우산 사이에서 아이를 찾는다면.

그냥 가지도 말고, 우산을 더 꽂지도 말고.

얄팍한 감정이 아닌 진심으로.

그 아이를 쓰다듬어 주어라.

그것이 아이가 기다려 왔던, 그러나 오지 않았던 것이니깐.


관리 방법/

관리법 1: 지혜 3등급 이하의 직원에게 애착 작업을 명령하자 우산을 뽑으려는 시도를 하였다. 해당 직원은 더 큰 피해를 받았으며 클리포트 카운터가 감소하였다.


관리법 2: 작업 결과가 나쁨일 경우 클리포트 카운터가 감소하였다.


관리법 3: 작업 결과가 보통일 경우 낮은 확률로 클리포트 카운터가 감소하였다.


관리법 4: 해당 환상체가 격리실에서 빠져나오자 회사 곳곳에 낡은 우산이 생겼다. 이 우산을 망가뜨리자 환상체가 약해짐을 알 수 있었다.


... 모르겠다.

참 매력적인 환상체인데, 살리기가 어렵네.

에고는 무난하게 설정했고.

탈출 시 난이도는 헤 등급치고 높으나 우산 패턴을 추가한 느낌임.

영 아니다 싶으면 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