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요즘 할 일이 너무 없어서일까.

나는 부쩍 따분해진 요즈음에 권태 아닌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수감자들의 경험치도 올렸고... 끈도 벌었고...>"

"<1일 3 거울 던전도 완료 했으니.. 이제 진짜 할게없네...>"



"근심이 있으신가 보군요, 단테."



"<파우스트...?>"

"<여긴 어쩐 일이야? 설마 나를 보러온건 아닐테고...>"



"물론. 당신을 보러온게 아니랍니다."



"<(그럼 그렇지...)>"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정비할 의무가 있어요."
"그리고 최근, 메피스토펠레스에 소소한 이변이 있었구요."



"<그래. 그래서 나도 오랜만에 노트를 펼쳐 들었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리자인 당신의 정신 상태 또한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겠죠."
"마침 시간이 남기도 하니, 소소한 고민 상담 정도는 들어드릴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왠일로,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파우스트가 내 말에 부쩍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오... 그, 그래? 그렇다면...>"



"당신은 권태에 빠져있군요."



"<응? 으, 으응... 그런 셈이지?>"



"파우스트는 그러한 당신의 반응을 예상했어요."



"<어... 아, 알겠어...?>"



"그리고 제게 그 권태를 해결할 방법을 묻고 싶은거겠죠."



"<그런... 셈이지?>"



"이 또한 파우스트는 예상했어요."



"<그, 그래... 예상을 참 잘 하는구나...>"



"단테가 그러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사실 또한."

"파우스트의 예상 범위 내에 있답니다."



"<어... 음... 좋아. 예상은 그쯤 하고...>"



"파우스트는 단테가 예상하리라는 것 조차 예상하고 있었어요."



"<저기, 파우스트... 아까 분명 내 말을 들어주겠다고...>"



"듣고 있습니다만."



"<듣고 있다면서 지금 뭐하는거야...>"



"단테가 질문을 하리라는 것 또한, 파우스트는 예상했어요."



"<아니...!! 알겠으니까 그놈의 예상 좀 그만...!>"



"파우스트는 단테가 화를 내리라는 것 또한 예상..."



"<@%$#%&@%#@!!!!!!!!>"



"...이쯤하면 좋은 상담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럼, 파우스트는 이만."


분노에 미쳐 시계 바늘만을 째각거리는 나를 버려둔 채, 파우스트는 그렇게 사라졌다.

내가 이성을 되찾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예상예상 그놈의 예상... 매번 똑같아... 늘 알고 있다고만 하면서 도움은 전혀 안 되고...!!>"
"<그래... 나도 이제 더 이상은 못참아. 네가 그렇게 예상을 잘한다고? 그럼 어디 이것도 한 번 예상 해보지 그래?>"


나는 입이 없지만, 그때의 나는 아마 필히 미소 짓고 있었으리랴.

안 그래도 심심해 죽으려고 하는 사람을 괜스레 건드린 벌은 필히 무거울터.

그렇게 파우스트를 골탕 먹이기 위한 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



"<먼저 우군을 만들어야겠지.>"

"<만에 하나 비밀이 새어나가면 또 다시 '예상' 을 당할지도 모르니 신중해야해...>"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과연 누가 나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까.

나 못지않게 파우스트의 예상을 싫어하고 또한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내 직감이 가리키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괜찮을까?>"



"..."




"<제발... 너 말고는 달리 생각나는 사람이 없단 말이야.>"



"참... 웃기지도 않는군."
"아무리 심심하다고 한들, 평소엔 청하지도 않을 도움을 바라다니 말이야."



"<비밀을 잘 지킬 만큼 과묵하고 기행을 벌여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

"<그리고 파우스트의 우유부단함을 싫어하는 사람... 딱 너 뿐인걸 어떡해!>"



"기행을 바란다면 내가 아닌 내 옆방의 꼬맹이를 부르던가 했어야지."



"<하지만 돈키호테는... 아냐. 돈키호테는 절대 못 믿지...>"



"나는 믿을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일. 없. 멀쩡한 휴식시간 방해하지 말고 이만 꺼져."


아니나 다를까.

료슈는 예상했던 대로 쉽사리 협력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정말... 어떻게 안될까?>"



"아까도 말했듯, 일. 없. 이다."

"그리고 설령 내가 네놈의 놀음에 어울려 준다고 한들,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지?"



"<그, 그건...>"

"<파우스트의 당황한 표정...?>"



"..."


료슈는 가만히 나를 처다보더니

입에 문 담배를 지긋이 꺼트리며 내게 말했다.



"...작전을 설명해 보도록."



"<어라? 해주는거야?>"



"그 가식 덩어리의 망가진 표정이라니... 상상만 해도 존. 잼. 이지 않은가?"

"너의 그 계획에 흥미가 생겼다. 나는 무엇을 하면 되지?"



"<좋았어! 첫 우군이다!!>"


나는 료슈에게 차근차근 작전을 설명해주었다.

이를 가만히 듣던 그녀는 사악한 미소와 함께 소름끼치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윽고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수감자들의 업무 종료를 승인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변동 가능성을 지닌 최대 12시간의..."


매일 업무가 끝나면 맞이하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상.

허나 그러한 일상이야말로 사람이 가장 긴장의 끈을 놓는 타이밍일 터.



"..."



"<(끄덕)>"



"...(씨익)."


말없이 나와 눈치를 주고 받은 료슈는 파우스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복도로 향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손을 들어 뒷정리에 열중한 파우스트의 볼기짝을 강하게 후려쳤다.


짜악!!!



"...?"



"앵??"



"오잉...? 방금 뭐한... 것이오?"



"찰. 엉."



"찰진... 엉덩이다... 라고 하시는데요?"



"<(그렇지!)>"


갑작스런 료슈의 스팽킹(...) 때문일까.

팔짝 뛰어오른 파우스트의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파우스트는 지금 료슈 씨 께서 하신 행동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모르겠어요."



"훗."

"알. 생. 알아서 잘 생각해 보라는 의미다."


료슈는 짧은 웃음만을 남긴 채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남은 수감자들이 혼돈의 도가니에 빠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방금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모르겠소...! 갑자기 엉덩이는 왜..."



"기나긴 버스 생활에 멘탈이 나가기라도 한걸까요? 이게 무슨..."



"이해를 할 수가 없네... 내가 제대로 본게 맞나?"



"이, 이런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어랏...? 싱클레어 군, 코피가...!"



"네? 코피요? 우, 우와아아앗...!!"
"그, 그러니까 이건... 아아, 아니에요...!! 이상한 생각 안 했다구요!!"



"<후후... 후후후후....>"


사건의 모든 전말을 다 알고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만큼 또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직 시작에 불과했다.



"대. 만. 족. 표정 봤나? 아주 예술적이었다."



"<나도 만족이었어! 파우스트 씨도 이런건 에상 못 했겠지?>"


거사를 마치고

나와 료슈가 한창 감상에 젖어있을 무렵.



"역시 그랬던거였소..."



"<쿨럭???!?!?>"

"<자, 잠깐 돈키호테??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거야?>"



"도대체가 어떻게 된 영문인가 했더만..."
"역시 관리자 나리와 료슈 공이 함께 꾸민 일이었던거였소!"



"<어... 그, 그러니까 돈키호테... 이건 말이야...>"

"<(저기, 료슈? 뭐라도 좀 해봐...! 이러다가 우리 둘 다 베르길리우스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

"난 모르는 일. 모두 저 시계 녀석이 시켰다."



"<료, 료슈....?!!>"

"<(젠장... 옛말에 왜는 간사스럽고 신의가 없다더니...!)>"



"관리자 나리... 어떻게 그럴수가 있소?"



"<도, 돈키호테...!! 일단 우리 진정하고 안에서 이야기 할까?>"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그러니까...!>"



"어떻게..."

"어떻게 나만 빼고 이토록 재미있는 일을 벌일 수 있느냔 말이오!!"



"<그러ㄴ... 잠깐, 앵?>"



"파우스트 양을 골려준다라, 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수야 없지!!"

"나도... 나도 참여하게 해주시오! 관리자 나리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드리겠소!"



"<어... 어라? 그 말인 즉슨...>"



"훗. 뭐, 해결됐네."

"꼬맹이. 이로써 너도 시계단이다."



"<시, 시계단?!>"



"오오오...! 시계단! 내 마음에 드오!"

"마치 해결사들의 협회 이름 같지 않은가...? 가슴이 두근거리는구만!!"


나로써는 이번 한 번을 끝으로 마무리 할 생각이었다만...

아무래도 일이 더욱 복잡하게 꼬여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우려는 이내 곧 현실이 되고 말았다.


***


다음편은 의지박약 문제로 없는데수웅

...이였는데 공식이 떡밥줘서 다시 의지가 생긴데수웅

https://arca.live/b/lobotomycoperation/89788223 <<<보러가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