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돈키가 지랄하길래 비중 많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진 않더라
그냥 볼 때마다 반가운 정도였고
오히려 그레고르가 메인이 되는 파트였더라
모티브 소설도 재밌게 읽었어서 벌레 팔 보자마자
아 쟤는 그레고르 잠자구나 하고 맘에 들었었는데
원작의 내용을 꼬아놓은 채로 고증해 놓은 게 꽤 재밌었음
이를테면
유명한 첫 구절을 가져오기도 하고
"무섭도록 현실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악몽"이라고 평가받는 카프카의 작품 특징을 그레고르의 과거랑 엮어서 풀이하는 게 인상적이었음
벌레로 변한 것도 그 상황에 처한 것도 전부 자신이 원한 게 아니었다는 점도 원작과 일맥상통했고
시나리오 라이터의 변신 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높구나 싶었음
또, 묘사되는 그레고르 성격도 꽤 맘에 들었음
유리한테 방독면 넘겨줄 때 ㅈㄴ 멋졌다 ㄹㅇ
유리와의 관계가 조금씩 강조되는 것도 좋았음
둘 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지만 서로 동병상련하며 위로받는 모습이 괜히 뭉클했는데
ㅋㅋ 시발 어림도 없지
사망 플래그 쥰내 받을 때부터 알아봤다
결국 유리도 못 구하고, 트라우마 극복도 못하고, 황금가지도 못 챙겨나온 그레고르의 허탈함이 잘 드러나는 cg인 것 같음
보통이라면 유리가 죽으면서 트라우마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하는 묘사가 나오는 게 서브컬처 작품의 국룰인데
그 무엇도 얻지 못한 채 창밖만 바라보는 게 슬프더라고
엔딩곡이 그런 심정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더 뭉클해졌던 것 같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뭔가 스토리상에서 뿌려놓은 주제들이 상당수 있던 것 같은데, 그것들 중 몇몇이 어영부영 넘어간 느낌이 든다는 것 정도
전개가 좀 빨랐다는 느낌을 받았음
그 외에는 재밌게 즐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