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 때부터, 배운다. 익힌다. 라는 개념을 너무나 좋아했음, 정확히는 학문을 탐구하고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던 거지.
특히 인문학이랑 수학, 물리학 같은 학문을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했거든.

근데 이 사랑이 나한테 긍정적인 영향만 준 것은 아니였나봐.
어느순간부터 난 "멍청해진다" 즉, 무지라는 개념을 너무나 두려워하기 시작했음. 내가 여태까지 얻어온 지식들을 내 뇌라는 저장소에 영원히 저장하기 위해서, 강박적으로 그 기억들을 계속해서 강박적으로 되뇌이기 시작한거야, 일종의 세뇌 같은거지 이를테면ㅡ
소설책의 전체적인 서사, 장의 대략적인 흐름을 암기하기 위해서 계속 곱씹는다거나, 어떠한 자연과학적 문제가 주어졌을 때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다거나, 특정 어휘와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미친듯이 암기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근데 나도 아무런 외부적 요인 없이 갑자기 지적 능력이 저하된다거나 축적해왔던 지식이 소리소문 없이 휘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거든? 내가 터무니 없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근데... 어떻게 해결이 안되더라, 인식만 할 뿐 이게 해결책이나 대책으로 연결되지가 않아.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보면 강박증의 한 종류로 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런 걸로 정신과에 들르는 건 좀 아닌 거 같고.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