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옛말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위해 만들어진 언어는 같은 것을 전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표현되어지는 대상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강렬하게 또는 은은하게 듣는 이의 시선을 돌리게 할 수 있는 놀라운 도구이다.

같은 연필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세밀한 소묘화를 그리고 어떤 사람은 또박또박 글씨를 써내려가듯이 표현의 언어를 잘만 이용한다면 흔하디 흔한 문장 하나만 있어도 큰 틀을 바꾸지 않고 여러가지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 예시 문장이 하나 있다.

"나와 결혼해줄래?"


해당 문장은 화자 '나'가 청자에게 결혼을 부탁하는 의도를 말하는 청유문이다. 이 문장의 구성요소를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가,  청자에게, 결혼을, 부탁하다.


이 4가지는 해당 문장의 큰 틀을 담당하고 있는 단어들로, 이것들만 크게 무너지지 않고 유지가 된다면 여기서 파생되어진 문장들은 같은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



변화 예시 1) 화자 표현의 치환과 그에 따른 어투 변경

"저와 결혼해줄래요?"

화자와 청자의 관계가 대등한 것에서 청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바꾸어 연출할 수 있다.

#연하연상 #평민귀족 #기사왕족 #부하상사


변화 예시 2) 문장부호의 변경 및 추가

"나와... 결혼해줄래..."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말하는 듯한 예시문과는 다르게 망설임과 고난이 있는 상황에서 말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비극순애 #멋지지않은_프러포즈 #울면서애원 #새드엔딩


이렇듯 표현은 사람들이 쌓아올린 역사의 시간만큼 많고 깊어서 큰 틀을 바꾸지 않아도 문장을 구성하고 있지 않은 문장 외부의 다양한 상황을 은유적으로 알려줄 수 있다.



<심화편>


위에서는 큰 틀을 바꾸지 않고 여러 상황을 연출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여기서부터는 문장의 구성요소를 건들이되 같은 의도로 전하게끔 하는 법을 알아보자.


예시 문장

"나와 결혼해줄래?"


심화 예시1)

"우리 이제껏 오래 봐왔다. 슬슬 결혼하지 않을래?"

주어와 대상을 생략한 청유문이다. 하지만 앞에 청자와 화자의 상황을 표현한 문장을 추가하여 생략한 주어와 대상이 화자와 청자의 두 사람이며 두 사람이 해당 문장을 주고 받아도 어색하지 않게끔 연출하였다.

#소꿉친구물 #장기연애 #연애스킵후결혼


심화 예시2)

"그렇다면, 나와 가족이 되자."

결혼이란 법적으로 남남인 두 사람이 연을 맺어 가족이 되는 결합을 일컽는 단어이다. 즉 결혼을 하여 나타나는 결과를 결혼이란 단어대신 사용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결혼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화자가 청자에게 결혼을 청유하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거기에 문장 첫 부분에 이전 문장을 부정하는 접속사 '그렇다면'을 사용하여 가족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청자에게 화자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며 결혼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구원순애 #고생끝_행복시작 #미래를_약속하다


심화 예시3)

"이 웨딩 링 너에게 잘어울릴 것같은데 왼손 약지 몇호야?"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왼손 약지에 낀 자신의 손 사진을 같이 보내며

결혼을 상징하는 심볼인 웨딩 링의 사이즈를 청자에게 질문하여 웨딩 링의 소유자 중 하나가 청자임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화자가 왼손 약지에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낀 자신의 손 사진을 동봉함으로써 나머지 하나의 소유주가 자신임을 이어지는 말없이도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커플끼리_주고받는 #편한사이 #메시지 #편지



꽤나 다양한 변형이 있었는데도 화자가 청자에게 결혼을 청하고 있는 의도를 전할 수 있을 뿐더러 문장 외적으로 존재하는 화자와 청자, 상황에 대해서도 은연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부가적인 표현들을 사용하는 법을 알아보았다.

이러한 부가 표현은 제 3자에게 주변 상황에 대한 상상을 부풀릴 수 있는 여지를 주어 창작물을 제작할 때 순챈 이용자들에게 감정의 움직임을 더욱 쉽게 어필하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니 이 글을 본 당신도 댓글로라도 한문장의 마법을 부려보는 건 어떨까?




해당 글의 최종 응용 예시)

"나는 널 위해서 평생동안 맛있는 군만두를 바칠 수 있어. 이런 배우자 흔히 없다고?"

-한 창작자에게 열정적인 순붕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