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이 깜깜했다

작년에 돌아가신 엄마가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미련은 딱히 없는데 어제 편의점에서 만난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궁금하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은 열릴려나병원으로 넘어가서 학생들이 내 시체를 가지고 해부실험을 하면서 공부하려나내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고 살진 않았겠지 

나 말고 또 다친 사람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 사람은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1초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순간에 수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수 많은 생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얼핏 생각해보면 나의 어릴 때 기억인 것 같다.

 

---------------------------------------------------------------------------

 

한 초등학교 2학년때 쯤 놀이터에서 한 여자아이와 있었다.

우리는 그네를 타고 모래로 집을 만들며 놀고 있었다.


우리나중에는 이 모래로 만든 집보다 더 크고 멋있는 집에서 같이 살자!”

 

그 여자아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나중에 크면돈 많이 벌어서 엄청 큰 집을 사가지고 같이 사는거야!”

 

나도 순수한 마음으로 그 여자아이를 좋아했다

그 아이는 나의 첫 사랑이자 유일하게 사랑을 느낀 그런 아이였다.

우리는 그렇게 저녁까지 함께 놀았다

 

그 여자아이는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집에 가봐야 한다며 손을 흔들었다.

내가 많이 아쉬워했는지 그 여자아이는 나에게 자신의 손에 찼던 팔찌를 내 손에 끼워주며 말했다.

 

이거 꼭 잃어버리면 안돼내가 특별히 너 한테만 주는거니까 소중히 다뤄야해~”

 

그때의 여자아이의 미소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나만을 위한 그런 미소였다.

 

그날 난 팔찌를 받고 다음번엔 꼭 그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하겠다고 다짐하였다.

 

나는 그 다음날부터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매일 놀이터에 나와 있었다.

그렇게 하루이틀, 3, 4일 ...

하지만 그녀는 놀이터에 그 날 이후로 단 하루도 오지 않았다

 

---------------------------------------------------------------------------

난 아직까지도 학교가 끝나고 놀이터를 슬쩍 쳐다보다 집으로 온다.

혹시나 그녀가 보일까있으면 얼마나 컸을려나

예전의 그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가지 않았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얼굴은 기억 나지 않지만 그녀의 미소 하나는 참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다시 눈을 떳을 때 환한 형광등 불빛이 보였다.

내 몸을 내려다보니 온몸에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간호사 2명과 의사 3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병원비는 얼마 나왔냐고그때 트럭에 타고 있던 아저씨는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하려고 하자 내 가슴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함께 몰려왔다

그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다시 눈이 감겼다.

 

어느 순간 눈이 떠지고 다시 일어났다.

내 몸을 다시 내려다 보자 몸에 감겨있던 붕대가 몇 개 풀려져 있었고 팔에는 링거가 꽂혀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간호사를 부르자 간호사가 황급히 의사선생님을 불러왔고 그날 있었던 일을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 하자면 

그 트럭은 대포차량에다가 트럭에 타고 있던 아저씨는 음주운전을 하고 있던 상태였고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뭐 합의금을 받을 생각은 할 수도 없다는 말이겠지.

물론 내 자전거는 박살이 났고 내가 쓰고 있던 헬멧 덕분에 내가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이라고 한다.

 

사고가 난 후 내 몸에서 건질 수 있던 건 조금 찢어진 교복과 피가 조금 묻어있던 팔찌 뿐이라고 하셨다,

의사선생님이 세탁을하고 소독을 한 팔찌를 나에게 건네주며 말하셨다.

물론 예전에 인터넷에서 세일하길래 39000원에 산 싸구려 아날로그 시계는 박살났다

뭐 팔찌라도 건졌으니 다행인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침대 주변을 둘러보니 옆 탁자에 초콜렛 하나가 놓여있었다.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까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며 여자친구가 놓고  간거아니냐고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나 같은게 여자친구는 무슨 친구가 놓고 간 거 일거에요라고 딱 잘라 말하며 말을 돌렸다

 

왠지 의사선생님은 실망한 눈치였다.

 

최종적으로 나는 가장 궁금한 병원비를 물어보았다

나는 보험도 들어놓지 않아서 의사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보험료를 낼 돈이 없어서 보험을 들어놓지 못 했던 것이다.

800만원나는 그 순간 생각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한다

 

아마 알바는 내가 말도 없이 가지 못했으니 다 잘렸을 것이다

주위에 가족이란 건 한 명도 없고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하기엔 너무 큰 돈이다

 

의사선생님이 나중에 돈이 생기면 그때 말하라며 도와줄 수 있는게 없다며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고돈은 천천히 차차 갚아 나가라며 자신의 명함을 주셨고병원에서 나가는 것을 배웅해주셨다

 

병원에서 나온 후 밖에 나랑 친한 친구 성택이랑 상현이가 기다렸다가 나에게 왔다.

솔직히 조금 감동 받았다.

 

중간에 업어다 준다며 나를 업으려다 지가 넘어져서 내 초콜렛을 깔고 앉은 거만 빼면 진짜 멋있어 보였을 텐데

 

아무튼 성택이랑 상현이는 내 알바 상황과 학교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며 나를 집으로 배웅해 주었다

 

아 맞다 헤어지기 전에 초콜렛 누가 두고 간 건지 안 물어봤다뭐 나중에 물어보지

 

 

집에 들어 온 후 문 옆에 꽃혀 있는 세금 고지서를 집어 문을 열었다

역시나 고요했다

책상위에 세금 고지서를 올려 놓고 피가 묻어있는 교복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칫솔을 입안에 넣고 양치를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저번에 올린 13번째 내 만화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였다

 

13편의 노력 끝에 처음으로 보고 힘이 나는 댓글이 달렸다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다음편은 없나요벌써 2주째 올라오질 않네요ㅠㅠ’ 

 

아 잠깐만 2

내가 얼마나 누워있던 거지

내가 트럭에 치인 지 벌써 2주나 됐다고

하 이거 큰일났네.

 

정신을 차리고일단 처음으로 달린 힘이 나는 댓글에 처음으로 정성스레 답글을 썼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다음 화부터는 더 열심히 더 나을 퀄리티로 보답하겠습니다.’

 

답글을 단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알람이 울렸다.

빨리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히어로즈 오브 더 스♚♚가입시$$전원 카드팩☜☜뒷면100%증정※ ♜월드오브 워크래프트펫 무료증정¥ 특정조건 §§디아블로3§§공허의유산초상화획득기회@@@ 즉시이동http://kr.battle.net/heroes/ko/’


광고네

그래 이런 허접 만화에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기분 전환도 할 겸 베란다에 나가 밤하늘을 보며 다음 편 웹툰 스토리를 생각했다.

다음에는 주인공에게 어떤 사건을 주어주고 어떤 행동을 취하게 할지 생각 하면서 말이다.

 

2주전에 그 편의점에서 산 담배를 꺼내 드는 도중바람이 많이 불어 어디서 이렇게 바람이 부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다옆집의 베란다에 갈색의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걸 보았다.

 

내 손에 있던 담배가 떨어졌다는 사실도 모른채 나는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 내가 쳐다보는 시선을 보고 당황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변태로 보이진 않았겠지?

 

그렇다그녀는 저번에 편의점에서 만난 웃음이 아름다운하지만 어딘가에서 슬픔이 보이는 그 여자아이였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다워 보였고 그녀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하루의 피곤이 풀리는 그런 느낌이였다.

 

나는 그날 담배를 피우려 베란다에 나갔다는 사실조차 까먹은 채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베란다의 문을 닫고컴퓨터와 타블렛을 켜 그녀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다시는 까먹기 싫어서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나의 14번째 만화에 새로 등장하는 히로인으로 등장시켰다

 

주인공과의 첫 만남은 나랑 같은 방식으로 편의점에서 손님과 알바생 사이로두 번째 만남은 집 옆에서 이웃으로 우연히 만나게 하였다.

그렇게 그녀가 나를 보며 싱긋 웃어주고 집안으로 들어왔다라는 말을 끝맺음으로 14화를 마치고 커뮤니티에 올린 후 잠에 들었다

 

그날은 홀가분한 느낌이 들고 마음속에 있던 미련이 없어진 느낌이라 쉽게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아침에 평소와 다르게 개운하게 일어나 져서 행복한 마음으로 시계를 쳐다보니 8시 25분이였다

평소보다 많이 잤으니 개운 했던건가보다.

물론 학교 등교시간은 8시 30분이다.

한 마디로 나는 지각을 한 것아니 할 것이다.

심지어 어제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고자 그림을 그리다 새벽에 곯아 떨어진 거라서 교복을 빨지도 못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학교에 빨리 가기 위해 최대한 빨리 씻고어쩔 수 없이 사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자전거라도 멀쩡했으면 조금 더 빠르게 가는건데.. 

아니다지난 일이니까 잊자.

 

물론 나는 교문에서 지각과 사복으로 걸려서 혼났다.

내가 교문 앞에서 선생님께 혼나던 도중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면서 외쳤다.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작가의 말

 피드백이나 궁금한 점 있으면 다음화나 댓글로 답변 해드리겠습니다.

첫 소설이라 오타나 읽는데 불편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 소설을 봐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드리고, 피드백은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