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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가 울린다.


잠에서 깬 난 분주하게 옷을 갈아입지만, 아직 잠이 덜 깬 탓일까 단추를 아둥바둥 대며 제대로 이음새를 맺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문 밖을 나선다.


문 밖을 나서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도중 마을의 중심부에 있는 종탑의 종이 요란하게 울리며 어떤 오토바이 한대를 몰고 온 남성 한명이 급히 마을에 접어들었다.


차량에서 내린 그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전쟁입니다! 전쟁!"


"지금 A국이 우리를..."


난 그가 설명하는 말을 일일히 다 듣지도 않은 채 발걸음을 욺기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하나 둘 씩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어이쿠,


넘어졌다.


다 큰 놈이 바보같이 뭐하는 짓인지 무릎에 약간의 고통이 몰려왔지만 그녀의 집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내 몸의 고통따위에 연민의 시선을 보낼 시간은 없다.


이윽고 도착한 나는 그녀의 집 대문을 강하게 두드렸디.


쾅 

쾅 


"미아! 미아! 거기 있어?"


나의 다급한 두드림에 꿈쩍하지 않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렇게 이른 아침에 갑작스레 찾아온 나를 보곤 방금 잠에서 깬 사람마냥 약간 정신이 나간 채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었다가 내 모습을 보고 인지하는데 무려 3초의 시간을 소비하며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하..한스? 너가 갑자기 왜 우리집에.."


그러자, 그녀는 어제 한 약속이 기억났다는 듯


"아.. 맞다! 우리 오늘 아침부터.."


하지만 난 이런 이른 아침부터 그녀의 별 한개를 떨어트려야 한다.


"미아. 잠시만. 나 진지하게 할 얘기가 한개 있어."


자신이 약속을 잊어 당황한 표정을 짓던 모습에 예상한 반응과 달리 갑작스레 초장부터 진지한 자세를 잡는 나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의문을 자아내며 되물었다.


"그게 뭔데?"


난 한숨을 한번 주욱 내쉬며


"전쟁이 났어, 지금 온 동네가 난리야. 미아. 오늘 그 약속은 못 지킬 것 같다. 더 이상 나와 너가 서로 만날 일 도 없을 것 같고.."


나도 이런 말 을 하기 싫었다.

나도 이런 매정한 말과 비수를 그녀의 가슴에 다짜고짜 찾아들어 박기 싫었다.


그녀는 내 말을 듣곤 순간 어벙한 표정을 짓지만 이내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한스.. 어째서.."


그렇게 그녀의 집 문앞에서 그녀가 우는 걸 멀뚱히 가만히 서서 보는 걸 어연 30분이 지났을까


눈물을 그치고 조금 진정한 표정을 지은 그녀에게 난 급히 찬 나의 시계를 그녀에게 건내며


"나도 전쟁에 나갈 생각이야."


"내가 만약 죽어 이 세상의 흙으로 되돌아 간다면 미아는 미련없이 다른 남자를 만나줬으면 해"


"그래도 죽기 전 에 이 시계는 너에게 선물해주고 싶었어, 너 늘 약속시간에 10분씩 늦으니까."


그러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자리를 박차곤 뛰어가버렸다.


이런 황당한 내 모습에 사랑하는 연인 미아가 당황하며 나를 쫓아오는 모습을 보곤 더욱 더 빨리 뛰어 마을 광장으로 뛰어갔다.


그녀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도 한심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던 나는 곧 마을의 광장에 도착했다.


거기서는 이미 모병관이 자리 한개를 죽차고 입대 신청서를 받고 있었다.


수많은 마을청년들이 줄줄이 서며 신청서에 사인을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슥슥 사인을 하고 모병관이 안내하는 대로 이동한 뒤 우리를 수송할 기차를 기다렸다.


마음 한 구석에 아직도 미아의 미소와 입술이 아른거렸다.


그리곤 기차경적이 저 멀리서 울린다.


갑자기 마음 한가운데 묻어둔 그녀에 대한 내 독설이 가슴 한구석 가득 차오르기 시직한다.


주체할 수 없어,

참을 수 없어,


"사실 그녀를 놔두고 전쟁터로 떠나는 건 사실 싫.."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웃기게도,

전쟁터에 나가겠다는 그 용맹한 기상은 어느 순간 어디로 갔는 지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기차의 경적은 점점 더 가까워 진다.


역에 도착했다는 신호를 알리는 경적과 증기가 울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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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땀이 흥건하다.

눈가엔 눈물이 한 사발이다.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볼을 주욱 잡아땡기며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곤


다시 분주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이번에도 단추 이음새는 잘 여물지 못하게 만드는 모습이 나답다.


그러곤 다시 집 밖으로 뛰어가 그녀, 미아의 집으로 한껏 달려갔다.


쾅  


정확히 3번

그녀는 곧 나올 것 이다.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문을 여는 그녀를 보곤 이유없이 그녀를 껴안았다.


"늘 사랑해.. 나의 별.."


나의 갑작스런 태도에 당황한 그녀는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왜 그래.. 나의 별?"


"아니. 아무것 도. 그냥 오늘 미아랑 한 약속으로 보기 전 에 너가 너무 보고싶었어"


"늘 사랑해 미아"


"나도야 한스.. 하지만 이렇게 이른 아침에 숙녀의 집에 문을 쾅쾅 두드리며 찾아오는 건 신사의 예의가 아닌 걸?"


라며 그녀를 깊게 안은 나를 살짝 밀치곤 입술에 키스를 해준 뒤 그녀와 나는 서로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가 서로의 '별'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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