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https://arca.live/b/lovelove/34485192?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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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네 글자로 이루어진 한 단어에 너는 순간 굳었다.


네 얼굴이 서서히 붉어졋다.


취기 때문이 아닌 것 같았다.


우리는 어색하게 눈이 마주쳤고,


칵테일 바 안에서 우리의 시간만이 잠깐 멈추었다.


잔 부딪히는 소리


안주를 주문하는 외침과 뒤섞인 음색 냄새.


바에서 흘러나오는 블루스 풍의 음악.


그 모든 건 배경처럼 사라지고,


오리지 우리 둘만이 남아 정적이 흘렀다.


잠깐 동안 우리는 서로만을 보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칵테일 바 안엔 우리 둘밖에 없었다.




너는 웃지 않았다.


아랫 입술을 잠깐 깨물곤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말했다.


"오빠, 진짜로 내 남자친구 할래?"


늘 확실하게 하겠다던 네 말대로.


너는 쑥쓰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내가 대답이 없자, 너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술이 깬걸까.


".........할래요?"


이번엔 네 말이 길어졌다.


말로 하지 않았다.


행동으로 승낙했다.


그 승낙이란 각별한 입맞춤이나,


드라마에 등장할 법한 로맨틱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냥, 네 손을 잡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우리 둘은 서로 손을 맞잡았다.


그걸로 됐다.




우린 광안리 해수욕장의 밤마다 앞에 다시 나왔다.


이번엔 수산시장에서 산 신선한 회도 없었고,


네가 귀엽게 싸들고 온 소주 두 병도 없었다.


대신 우리 둘은 다른 걸 쥐고 있었다.


서로의 손.


그 상태로 우린 밤바다를 구경했다.


그러다 너는 문득 말했다.


"오빠."

"응?"


"이번에는 진짜 확실하게 해주면 안돼?"


나를 빤히 쳐다보며 넌 말했다.


"확실하게?"


"응."


알아듣지 못한 내 표정을 보며 너는 덧붙여 말했다.


"나만 좋아한다고 했잖아, 똑바로 대답해주지도 않았고....."


파도 치는 밤의 모래사장에서,


너는 그렇게 말했다.


어둠 속인데도 달빛에 비춰,


네 얼굴이 붉어진게 보였다.


그게 술기운 때문이건, 아니건 상관없었다.


"좋아해."


너는 사랑스러웠다. 지나칠 정도로.




#에필로그




부산으로 대학을 온 지 반 년하고도 삼 개월이 넘었다.


집에서 4시간 가까이 걸리는 먼 거리.

부모님께 손을 벌려 구한 자취방은 이제 내 보금자리가 되었다.


여전히 몇몇 강의들은 화상 채팅.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었다.


이젠 적응되었다. 이따금씩 사이버 강의라 더 편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가끔 가족들이 그리웠다.


 그러나 옛날처럼 사무칠 정도는 아니다.


첫인상은 어린애 같았고,


여자로 보이지 않았던 너는,


이제 내가 유일하게 여자로 보는 사람이 되었다.


우린 이제 오후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 만나지 않는다.


더 많이 함께 한다.


저 멀리서 네가 손을 흔든다.


밝게 웃는 너는 거리에 즐비한 젊은 또래 누구보다도 반짝거린다.


맑는 눈이 나를 도렷히 바라본다.


내게 오도도 달려와 팔짱을 낀 너는,


오늘도 어김없이 장난스레 내게 묻는다.


"수업 끝났는데, 혹시 약속 있어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떄 했던 질문이다.


그 목소리의 울림에서,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을 생생하게 느낀다.


"아뇨, 약속은 없는데."


나도 장난스레 대답한다.


네가 말한다.


"그럼 나랑 저녁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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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언젠간 다시 돌아오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