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갸루짤)


어릴때부터 친한 소꿉친구가 있었는데 허울없이 야한 얘기도 막 하고 그랬었음.

근데 학교를 진학하고 나니 여주는 완전 갸루가 되어버리고 남주는 조용하고 소심한 스타일로 이전보다 관계가 서먹해져 버림. (물론 전보다 말도안되게 예뻐진 탓에 서로 부끄러워서 거리를 두는 것이란건 교양있는 순붕이들이라면 다 알고 있겠지?)

남주는 그림쟁이인데 요즘은 밤마다 커미션을 받고 야릇한 만화를 그림. 그렇게 유명하진 않은데 얼마전부터 우연히 단골손님이 하나 생겨서 그렇게 됨.

여주는 학교에서의 대외적인 갸루 이미지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말로 남주가 그림만 그리는 오타쿠라고 놀림.

(너희 둘 소꿉친구였다며? 아, 그거 오래전 얘기지. 지금은 완전히 범생이가 되어버렸다니까 ㅋㅋ)

그러다가 커미션 내용이 점점 구체적이고 수위높게 변함. 근데 이상하게도 남주랑 여주 상황이랑 딱 맞아떨어짐. 커미션 단골손님의 필터링 되지않은 욕망이 마구 투영되기 시작함.

처음에는 그냥 우연의 일치이겠거니 싶었는데 점점 현실과 만화가 겹쳐보이기 시작함. 커미션 만화 내용이 어릴 적 소꿉친구가 재회해서 폭풍야스하는 내용. 그리고 예를 들어 전날 학교에서 남주가 체육복으로 갈아입는걸 여주가 실수로 봐버리면 (뭐야, 문좀 닫아! 시끄럽네. 별 볼것도 없으면서.) 그날 밤 똑같은 내용으로 만화를 그려달라고 요청이 들어옴. (남자 배가 훤하게 보이게 서비스컷 그려주세요 작가님. 그리고 그뒤에는 빡친 남자가 덮쳐서 꼭 끌어안기고 붕가붕가...)

남주는 설마 여주가 커미션 단골손님이고 자기를 좋아할까 하고 의심은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확실히 모르는 일이니 그냥 넘어감. 그리고 자기 자신도 알게모르게 여주를 좋아하던 마음을 투영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함. 단골손님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고 자신이 원하는걸 정확히 안다며 대 호평.

잘 그려진 만화를 보낸 다음날은 왠지 학교에서 기분좋아 보이는 여주.

여주와 남주는 점점 만화에 빠져들어 현실에 소홀해지며 서로 더 서먹해짐. 옆집에 살아서 같이 하굣길이 겹쳐 가까워질 기회가 생겨도 그냥 약속이 있다고 먼저 집에 감. 이유는 만화 때문에. 그런데 서로 설마 여친 (남친)이 생겨서 바쁜가? 하며 침울해함.

점점 클리이맥스를 향해 다가가는 커미션 시리즈 만화 내용. 결국 남주는 만화를 통해 알아낸 정보로 여주에게 잘 보이려고 시도해봄.

그런데 결과는 갑분싸. 여주는 휙 돌아서고 집에 감. 남주는 집에 가서 고민하는데 커미션 내용이 들어옴.

만화속 두 주인공이 헤어지는 결말로 그려달라는 요청임.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대답한 후 다음날 학교에서 얼굴을 보지만 여주는 침울해있음.

여주가 남주를 일부러 계속 피하자 남주는 결국 발끈함. 왜 그런지 얘기를 해 보라고. 여주는 얼굴이 빨개지며 자신이 좋아하는 속마음을 전부 들켜버린 게 부끄럽고 분함. 게다가 야한 취향까지 전부 들킴. 하지만 남주는 여주에게 이런 솔직한 모습을 알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고, 갑자기 학교 들어와 서먹해져 아쉬웠다, 전부터 좋아했다, 사실 나도 그림 그릴때에 진심으로 그린거다 말함.

그리고 세세한 여주의 성격, 버릇, 취향을 하나하나 읊어기며 그런 점 모두를 좋아한다고 말함. 여주는 얼굴이 빨개져 부끄러워하다기 결국 감동에 울먹거리며 말도 제대로 못함. (뭐야...그런거... 반칙이야....)

전부터 왜 피했냐고 물어보니 역시나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는게 부끄러워서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고 함. 둘이 헤어지는 결말은 취소할거지? 하고 물어보니 나도 몰라! 그 만화는 없애버려! 하며 부끄러워하는 여주. 그런데 예전부터 알았지만 그렇게나 변태 오타쿠일줄이야... 라고 말하니 죽여버린다! 하며 화내는 여주.

나중에 머뭇거리며 남주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하지만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반응. 평소 좋아하는게 티가 났다고 놀리자 또 부끄러워하며 화내는 여주.


(그냥 갸루순애짤)

에필로그.

몇년 후 프로 작가로 데뷔한 남주. 만화는 자신과 여주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

에필로그2.

엄마! 다락방에서 만화가 나왔어!

어머, 얘는! 이런거 보면 안돼! 그리고 다락방 함부로 뒤지면 안된댔지! 정말...

어, 그거 아직도 안버렸네?

시끄러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