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마 유치원 다니던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임.


지금 10대 후반~20대 초반인 순붕이들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당시엔 유희왕이 아이들의 지갑을 털어가던 시절이었음. 룰도 모르면서 일단 무조건 사고 볼 정도였지


필자는 어째선지 룰을 제법 잘 숙지하고 있어서 보통 2~3살 정도 위인 형들과 내기가 걸린 듀얼을 하곤 했음.(물론 이때도 사이클론으로 효과 무효하는 건 똑같음)


그렇게 듀얼리스트로써의 삶을 살던 도중 어떤 누나랑 연이 닿아서 친해졌음. 


아무래도 옛날 기억이라 정확히 어떤 경위로 친해진 건진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당시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규정되어 있던 걸 감안하면 상당히 친했음.


그 누나는 나보다 3살 정도 많고 키도 컸었는데 긴 갈색 곱슬 머리에 눈은 조금 작았고 되게 예뻤음.


이 누나는 되게 유희왕에 관심이 많았는데 듀얼엔 관심 없고 카드를 수집하는 걸 좋아했음. 맨날 만나면 카드 얘기를 해서 늘 만날 때마다 스타더스트 드래곤을 가지고 다녔던 것도 기억함.


그러던 어느날 그 누나네 가족들 따라서 차타고 교회를 갔던 날이 있었음. 나는 종교가 없었기 때문에 기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거기서 나눠주는 간식 먹고 교회 애들 상대로 도장깨기 듀얼을 걸기도 했음. 


그리고 누나 손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시 차타고 집으로 옴.


그 이후로도 되게 친하게 지냈는데 하루는 할아버지가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묻더라 (나는 조부모님이랑 같이 삼)


그래서 그냥 '교회 갔다가 간식 먹고 듀얼해쓰요' 했더니 교회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더라.


그러면서 이제 그 누나랑 만나지 말라고 단절을 선언함.


그 이유는 굉장히 나중에 듣게 되었는데 할아버지는 외가쪽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내 어머니가 교회를 다녔다는 게 주된 원인이었음.


당연히 나는 그런 말은 안 들었고 계속 만나려 했지만 그 이후에 내가 이사를 가게 되는 바람에 다시는 만나지 못했음.


아마 관계가 지속 됐다면 한 번쯤은 사귀었을 것 같았는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