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기본적으로 여러 마물들이 인간화 된 세계관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여보, 다녀왔어요."

"!..."

오늘도 그녀는 아무 말이 없다.

단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날 끌어 안아주었다.


노래 부르는 마물들의 해변 도시, 코트 알프.

그녀는 예전에 그런 코트 알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희라고 불리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반 마물 세력(A.M[anti monster])에 의해 납치 당하고, 고문 당해서 성대를 잃어버렸다.

다행히 그 외에 부상은 없었지만, 그들은 신조차 풀 수 없는 봉인을 걸어서 그녀의 성대를 절대로 치료하지 못하게 했다.

노래를 부르는 종족인 세이렌에게, 그것은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그녀는 상실감에 결국 남 몰래 자살을 하려고 시도했다.

그것이, 나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후~후~. 자, 아앙~"

"...."

그녀가 먹기 편한 죽을 사와서, 뜨겁지 않게 식혀서 먹여준다.

혼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이게 내 애정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조용히 입을 벌린다.

"맛있나요?"

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지금 우리는 코트 알프를 조용히 떠나와서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날, 인적이 없는 절벽 근처를 산책하던 나는 후드를 쓰고 있는 여성이 절벽 위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후드 때문에 그녀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나는 왠지 불안함을 느꼈다.

그 뒤, 그녀가 자살하려고 하는 것을 본 순간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떨어지는 그녀의 몸을 받아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그녀와 나는 한동안 기절해 있었다.

눈을 뜨니, 앞에 유명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 없이 바라보고 있어서 놀랐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그녀의 입 모양이 내게 그녀의 말을 전해주었다.

'왜, 아무 쓸모도 없어진 저를 구하려고 하다가 다친 거죠?'

나는 그 말을 듣고,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했다.

"그야, 위험한 이가 있으면 당연히 구해줘야 하는 게 아니겠나요? 설령 제 원수가 당신처럼 떨어진다고 해도 저는 그 사람을 구했을 거에요."

그 말에, 그녀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나를 끌어안으며 소리 없이 울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그저 말 없이 끌어안았다.



"오늘, 이웃 집 목장이 망가져서 도와주고 왔어요. 답례로 이걸 받았죠."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이웃집에서 받아 온 우유를 꺼냈다.

그녀는 그걸 본 순간 흥분하며 내 팔을 잡아당겼다.

왜냐면 저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기절하고 정신을 차린 뒤라서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기에, 나는 우선  내가 사는 작은 집으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

"으음, 드릴 게... 아!"

그 때, 나는 친구에게 받았던 우유를 생각해 냈다.

그래서 나는 그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건넸다.

"요즘 날이 많이 추우니까, 이거라도 드세요."

그녀는 망설이더니, 이내 한 모금 우유를 마셨다.

".....!!"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남기지 않고 그 우유를 마셨다.

그녀의 안색이 나아진 것을 보고 나는 기뻐서 무심코 미소를 지었다.



"자, 따뜻하게 데웠어요."

그녀는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다.

처음 코트 알프를 떠날 때 지었던 표정과는 완전 정반대였다.



그녀의 사정을 직접 그녀에게 '본'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사람들에게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된다면 미움 받을 것 같아서, 그것이 두려워 그렇게 행동을 하셨다는 말씀이시죠?

그렇다면,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곳으로 도망치면 어떨까요? 당신이 가희라는 사실을 모르면 노래를 부르지 못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에요."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고, 나는 결심했다.

"당신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해서 힘들 수도 있으니, 만약 떠나신다면 제가 같이 따라갈게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

마치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제 원수가 위험에 처해도 그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라고요.

그러니, 당신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요."

그 뒤, 나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애초에 당신이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이 쓸모없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당신은 당신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요."

그 말에 그녀는 울며 나를 끌어안았다.



그녀와 코트 알프를 떠나온 지 4년 정도가 지났다.

처음에는 힘들고 당황스러운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

그녀는 조용히 침대에 앉아서 부풀어 오른 배를 만지고 있었다. 우리의 아이인 것이다.

"정말, 제 아이를 임신해도 상관없어요?"

그런 내 질문에, 그녀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니까.'

그 말에, 나는 얼굴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