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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편 https://arca.live/b/lovelove/35983255

16편 https://arca.live/b/lovelove/36255067

*제목만 이렇지 이거 순애 맞아요 

*오타지적 및 기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루엔은 그 당시에도 이미 직급이 꽤 높았지만, 연구를 총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직접 참여하기도 하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다양한 동물로 실험을 하며 그가 알게 된 것은, 지능은 자신들보다 낮을지 몰라도 그들 역시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침팬지의 경우 지능이 높은 영장류답게 한 번 찔린 이후로 주사바늘이 보이기만 해도 겁을 먹고 움츠리는 태도를 보였으며, 지속적으로 주사를 놓은 연구원을 알아보고 적대적인 태도를 표출하는 반면 식사를 챙겨주는 연구원에게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침팬지의 세포가 노화되는 속도를 4~5배 가량 늦추는 데 성공하자, 이제 남은 것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뿐이었다. 곧 루엔의 연구실에는 농장에 있던 젊은 여자 하나가 들어왔다. 살짝 말라 보이는 그녀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신체 검사를 마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함께 연구원이 변형형 RNA (RNA-DNA에서 복제된 정보를 세포 내 리보솜으로 가져가 단백질을 생산하는 물질)을 주사하자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한 줄기 눈물이 떨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엔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전에도 주사를 놓을 때 동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자주 보았고, 그때마다 마음이 영 편치는 않았지만, 자신들과 생김새도, 지능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죄책감이 꽤나 크게 들었다. 


잠시 후 루엔은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여자가 머무르는 방으로 들어갔다. 사방이 하얀 벽으로 막한 방은 제법 컸으며, 안에는 별도로 딸린 화장실, 1인용 침대와 몇 가지 운동 기구들, 그리고 큐브 하나가 있었다. 아무래도 수명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연구에 쓰이는 동물들은 나름대로 최상의 조건에서 '사육되어야' 했고, 인간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침대에 누운 채 울면서 몸을 움츠리고 있던 여자는 그를 보고 기겁을 했다.


"자.. 잘못했어요.."


"널 헤치려는 건 아니야. 안심해."


그럭저럭 여자를 진정시킨 루엔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미나라는 이름의 여자는 고작 20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는 여기 올 때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받을지는 듣지 못했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실험에 이용될 거라는 말을 듣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뒤로도 루엔은 업무상 이유로(약간의 사심이 담겼지만) 여자를 자주 찾아갔다. 어쨌거나 농장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에서 지내자 그녀의 건강은 상당히 좋아졌고, 루엔이 나쁜 뱀파이어가 아닌 것을 알게 되자 한결 안정된 듯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나자 루엔은 더 이상 그녀를 단순한 실험체로 보지 않았다. 주사를 맞을 때 아파하고, 큐브를 맞추는 법을 스스로 깨달았을 때 즐거워하고, 어찌어찌 해서 인간들이 읽는 책을 구해줬을 때 기뻐하는 모습은 자신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미나를 데려온 지 20일쯤 되었을 때, 루엔과 연구원들은 혈액 검사를 하다 그녀가 임신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황한 그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그녀는 펑펑 울면서 숨겨왔던 사실을 말해주었다. 


농장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다량의 피를 뽑히고, 빈혈에 좋은 성분이 가득 들어간 사료를 억지로 먹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던 그녀는 우연히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숙소에서 모두가 잠든 밤, 둘은 매일같이 비밀스런 연애를 했고 급기야 어느 날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이틀 뒤 강제로 연구실로 끌려오며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진작에 좀 말해주지.. 아기한테 무슨 일 생겼으면 어쩌려고."


루엔 본인도 임신 4개월차인 아내가 있다 보니 마냥 남일 같지가 않았다. 그는 우선 이 문제를 사장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뭐? 걔가 임신 중이라고?"


얘기를 들은 사장 역시 적잖아 당황한 눈치였다. 


"네.. 다른 인간을 구해볼까요?"


"지금까지 수집해 온 정보가 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피 좀 뽑는다고 그렇게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걸세. 대신에..."


사장은 루엔에게 미나의 피를 뽑는 빈도를 가급적 줄이고 잘 챙겨먹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무리 인간이라고 해도 애엄마인데, 나도 함부로 하긴 좀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내의 모습과 미나가 자꾸만 겹쳐 보이던 루엔은 그녀를 연구원들과 함께 나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었고, 그녀는 덕분에 아홉 달 뒤 건강한 사내아이 하나를 낳을 수 있었다.


"그럼.. 연구는 끝난 거에요? 미나 씨는 지금 어떻게 됐어요?"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듣던 설아가 물었다.


"일단 수명이 늘어났다는 건 세포 분석으로 입증했고, 조만간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할 예정이야." 


본격적으로 인간 수명을 늘리는 실험은 루엔의 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진행 중이었고, 그는 비밀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부모에게도 지난 달에야 이 사실을 알려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나의 아들은 평범한 수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미나는.. 우리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어."


연구가 일단락되고 루엔은 갈 곳 없는 미나와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안타깝게도 미나를 사랑하던 남자는 그녀와 갑작스럽게 헤어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뒤였다. 처음에는 별로 탐탁찮아하던 루엔의 아내도 미나의 사연 같은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듯 싶더니, 지금은 꽤나 괜찮은 사이가 되었다. 말이 가정부지 루엔의 집은 루이와 마찬가지로 그리 큰 편도 아니었고, 로봇 청소기 같은 편리한 기계 덕분에 미나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다. 무럭무럭 성장하여 이제 2살이 된 그녀의 아들은 모두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무튼 설아야, 너무 걱정하지 마. 너도 조만간 루이처럼 오래 살 수 있게 될 거야."


설아와 루이, 루이의 부모까지도 일순간 밝은 미소를 지었다. 두 연인은 기쁜 마음에 울음까지 터트리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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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아?"


4년이 지난 어느 날, 달력을 보던 루이가 말했다. 2년 전 비행기를 타고 해외까지 가서 시술을 받은 설아는 이제 루이와 엇비슷한 수명을 갖게 되었고, 노화하는 속도 역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남들에게는 비밀로 하긴 했지만, 사장이 된 루엔은 그녀에게 공짜로 시술을 해 주었다. 한편 나이가 엇비슷한 그의 아들과 미나의 아들은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뱀파이어의 수명을 연장시키려는 시도는 연신 실패로 돌아갔지만, 조금씩 진전이 보이는 탓에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무슨 날인데?"


지난 해에 루이와 설아는 단둘이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고, 호칭 역시 부부답게 여보, 당신, 자기로 바뀐 지 오래였다. 루이는 행여 사랑하는 아내가 답답해할까 봐 예전에 약속했던 데로 인간들이 사는 곳이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자주 여행을 떠났다. 물론 설아의 고향에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루이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갱단의 횡포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줄었고, 불구가 된 두목은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탓에 마을은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한편 여름과 민재는 정식으로 결혼하여 쌍둥이 남매의 부모가 되었다. 둘의 결혼식에는 양측 부모와 친구들, 루이와 설아까지 많은 이들이 하객으로 와 주었다. 


"내가 여보 처음으로 데려온 날. 시간 참 빠르지?"


여전히 루이와 친하게 지내는 크리스는 아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조만간 자녀도 만들 예정이었다.


"그걸 다 기록해 놨어?"


"당연하지.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설아 만난 날인데."


"왜 이래. 아침부터 닭살 돋게."


"자꾸 그러면 나 삐진다. 이리 와 봐."


설아를 품에 꼭 안은 루이가 그녀의 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사랑해."


"나도."


언제나처럼 둘의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





RNA 어쩌고 하는 얘기는 https://www.g-health.kr/mobile/bbs/selectBoardArticle.do?bbsId=U00186&nttId=316022&lang=&searchCndSj=&searchCndCt=&searchWrd=&pageIndex=930&vType=A 여기서 따옴




후기: 드디어 순애챈에 처음으로 올리는 소설 '뱀파이어의 노예?'가 17편으로 끝났습니다. 평소에 키잡물, 애호물 같은 걸 좋아하다 보니 이런 걸 쓰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4주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