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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이렇지 이거 순애 맞아요 

*오타지적 및 기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오빠. 내 피 한 번만 먹어보면 안 돼?"


여행에서 돌아오고 며칠 후, 설아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루이에게 피를 빨아보라며 조르고 있었다.


"아니, 자해하는 것도 아니고.. 왜 자꾸 그래."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단 말이야. 그 동안 신세진 것도 있고. 한 번만, 응?"


루이는 한숨을 쉬며 애써 그녀를 타일렀다. 잘못하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다고, 뱀파이어의 혈액은 인간에게 수혈할 수 없어서 병원에 가는 것도 힘들다며, 도대체 왜 자꾸 피를 먹이려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눈가에 눈물이 맺혀버린 설아가 말했다.


"오빠는.. 나한테 뭐든지 다 해주잖아.. 나도 오빠 많이 좋아하는데.. 진짜 좋아하는데.. 뭐라도 해 주고 싶단 말이야.."


"하.. 그래, 알겠어. 자기야. 울지 마. 응?"


잠시 후 양치를 하고 온 루이에게 설아가 깨끗하게 씻은 손목을 내밀었다. 그는 긴장된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사랑하는 애인의 손목을 잡고 입을 갖다댔다.


"아..!"


따끔한 느낌과 함께 루이의 송곳니가 부드러운 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와, 신기하다.. 하나도 안 아파."


흡혈박쥐나 모기가 그렇듯, 뱀파이어의 타액에는 일종의 마취 성분이 있어서 사냥감이 저항하지 않도록 고통을 없애는 역할을 했다. 대신 다른 뱀파이어에게는 마취가 통하지 않아서, 키스를 했다가 마비가 된다든지 하는 어이없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설아의 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루이는 애써 자신을 제어하며 정말 조금만 마신 후 곧바로 입을 뗐다.


"어.. 어땠어?"


그녀는 자기 피가 맛없을까 봐 긴장하고 있었다. 루이는 이 황당한 상황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마, 맛있긴 한데..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마. 응? 우리 자기 다치는 건 싫으니까."


잠시 후 구급상자를 들고 온 그는  손수 정성스럽게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 주었다. 팔에서 피가 새어나오는데도 설아는 그저 해맑게 웃을 뿐이었다.


"잘못해서 덧나면 큰일나니까.. 됐다. 바보야, 넌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나 바보 아니거든? 오빠가 글자 가르쳐 줄 때 똑똑하다고 했잖아."


루이가 찹쌀떡처럼 늘어나는 설아의 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으이구.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

.

.

.

"오빠, 오빠는 주식은 하면서 비트코인은 왜 안 해?"


함께 TV를 보던 설아가 루이에게 말했다. TV에서는 최근에 나와 큰 이슈를 얻은 비트코인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300% 가까이 폭등했고, 수많은 이들이 투자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실 이틀 전에 혹시 몰라서 아주 약간은 투자했어. 근데 저런 데 돈 넣을 땐 신중해야 해. 빨리 오른다는 말은 빨리 떨어지기도 쉽다는 말이거든."


심지어 그의 친구나 동창들 중에서도 멈출 줄 모르는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인생 역전을 노리고 '가즈아~' 를 외치며 거금을 투자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미 주식으로 많은 돈을 잃어가며 경험을 쌓은 루이는 당연히 이를 극구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다음날 투자해 두었던 비트코인을 확인한 루이는 기절초풍하며 스마트폰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 뭐야.. 왜 이래, 이거?"


"무슨 일이야?"


처음 들어보는 그의 진심으로 당황한 목소리에 거실에 있던 설아가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하룻밤 만에.. 26%나 떨어졌는데? 이게 말이 돼?"


폭락한 것은 루이가 투자한 비트코인만이 아니었다. 다른 코인들도 난데없이 적게는 10%, 많게는 30%까지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락세를 타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대체로 별거 아니라는 식의 반응이었지만,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는 당장 돈을 뺴 버렸다. 그가 인생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이든지 욕심을 부리면 큰일난다는 것이었고, 이미 수익을 건진 상태였기에 그다지 미련은 없었다.


다음날, 그다음날, 사흘이 지나도 비트코인 지표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2주일이 지나자 폭등했던 코인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65% 하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규제까지 들어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투자자들은 정부를 욕하기 바빴으며, 일부는 분에 못 이겨 컴퓨터나 가구 등을 박살낸 것을 인증하기도 했다. 루이가 미리 돈을 뺀 자신에게 감사해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때, 느닷없이 크리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전화했어?"


"야, 고맙다. 그때 나 안 말렸으면 뭐 됐을 뻔했다."


"등신아. 투자할 거면 일찍 하든가.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윗대가리들이 돈을 버는 거야."


정확하게 16일 전, 크리스는 루이에게 비트코인에 투자해도 되겠냐고 물어봤고, 그는 찝찝하니 돈을 넣을 거면 조금만 넣으라고 말해 주었다. 덕분에 크리스는 쥐꼬리만한 돈을 잃는 선에서 그칠 수 있었다.


"그건 됐고, 결혼 준비는 잘 되가냐?"


"어. 준비는 다 끝났고 5일 뒤면 식 올린다. 넌 어때? 설아랑은 잘 돼가?"


"그래. 너 내가 걔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냐?"


"멍청아. 내가 널 몇 년째 본 줄 알아? 얼굴에 다 써 있더라. 아무튼 잘 있어라."


"그래. 그럼 결혼식장에서 보자."ㅣ


전화를 끊은 루이가 밥올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설아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미 콩깍지가 제대로 씌인 그는 그녀가 무엇을 하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맛있어?"


"응. 오늘도 고마워."


"요즘 돈 좀 땄는데, 이따가 오랫만에 피자나 시켜먹을까?"


"좋아! 난 하와이안 피자 먹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