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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https://arca.live/b/lovelove/35794973

*제목만 이렇지 이거 순애 맞아요 

*오타지적 및 기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다음날 아침, 어제 일로 피곤했던 설아는 꽤나 늦은 시각에 눈을 떴다. 루이는 아직도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자고 있었다.


"와.. 진짜 잘생겼다.."


그는 어제 땀과 쾌감에 젖어 숨을 헐떡이는 모습조차도 잘생겨 보였다. 남자친구의 볼에 입을 맞추는 순간, 잠에서 깬 루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 잘 잤어?"


설아는 민망한 상황을 애써 만회하기 위해 인사를 건냈다.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응큼하다?"


"뭐? 아니거든?"


그녀는 작고 가녀린 손으로 루이의 가슴팍을 쳤다. 물론 그에게는 거의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약했지만, 그 손길에 담긴 마음만큼은 분명히 느껴졌다. 그는 말없이 피식 웃으며 자수정처럼 빛나는 설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너 때문에 늦잠 잤잖아. 일찍 자자니깐.."


계획보다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아침을 먹은 루이와 설아는 수족관으로 향했다.


"너 한 번도 바다 본 적 없지?"


설아가 내륙에 있는 마을에서 나갈 일은 없었으니, 당연하게도 그녀는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응.. 생선은 가끔 본 적 있어."


티켓을 끊고 입구에 들어서자 가로로 쭉 뻗은 거대한 수조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설아는 수조 안에 든 형형색색의 물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진짜 물고기야? 모형 아니지?"


"응. 얘들은 시클리드야. 마침 내가 물고기는 엄청 잘 알거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설아와 루이는 수족관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다녔고, 루이는 그녀가 뭐라고 물어볼 때마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얼핏 보면 뱀파이어와 인간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만큼 두 남녀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아아. 젊은 뱀파이어의 눈은, 가슴은, 머리는 사랑이라는 마법에 완전히 잠식되어 버리고 말았다. 아마 눈앞의 인간이 무엇을 하든, 그에게는 언제까지나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루이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을 덮은 감정의 껍질을 벗을 마음이라곤 추호도 없었다.


마침내 중심부에 들어선 둘은 수중 터널이 있는, 수족관에서 가장 거대하고 유명한 수조로 향했다. 


"와,,,"


고래상어, 만타가오리를 포함한 압도적인 크기의 물고기들이 드넓은 수조를 헤엄치는 모습에 설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독 그녀의 시선을 끈 것은 승용차보다 훨씬 큰 고래상어였다. 


"저것도 물고기.. 맞지? 커도 너무 큰데?"


"고래상어야.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 사실 저것도 새끼고, 다 크면 14m까지 자란다?"


"십.. 십사 미터?"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설아의 얼굴은 참 귀여웠다. 루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기 서 봐. 사진 찍어 줄게." 


루이가 설아의 사진을 찍으려던 그때, 커플로 보이는 젊은 두 남녀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 혹시 사진-"


뒤늦게야 그가 뱀파이어란 것을 눈치챈 두 사람이 혼비백산하여 뒤로 물러났다.


"죄.. 죄송합니다. 어두워서 그만..."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찍어 드릴 테니까 폰 이리 주세요. 그 대신 저희 사진도 좀.."


잠깐의 소동이 끝나고 루이와 설아는 손을 맞잡고 수조 앞에 섰다. 조명에 비친 아른거리는 푸른 물결이 두 남녀를 덮쳤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태평하게 헤엄치는 거구의 물고기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냈다. 그들의 스마트폰을 받은 남자는 고래상어가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사진을 찍었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실제 둘의 키 차이는 훨씬 큽니다. 사진은 참고만 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저기.. 두 분은 연인.. 이시죠?"


젊은 남녀는 TV에서나 간혹 나오던, 인간과 사귀는 뱀파이어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그만큼 두 종족간의 사랑은 희귀했고, 이에 대한 시선도 결코 곱지는 않았다.


"네. 도시 구경도 시켜주고, 데이트도 할 겸 해서.. 어쩌다 보니 여기 왔네요."


"사실 저희도 오늘이 사귄 지 딱 4년째 되는 날이라.. 에휴. 참 오래도 만났다."


"뭐래. 누나가 먼저 고백해놓고선,, 아무튼 감사합니다. 좋은 사랑 나누세요!"


두 사람과 헤어지고, 여전히 설아의 손을 꼭 잡은 루이가 수중 터널로 향했다. 그녀는 그저 신이 나서 애인이 이끄는 대로 하염없이 따라갈 뿐이었다.


"오빠, 저기 좀 봐!"


설아가 한 손으로 터널 천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가오리를 가리켰다.


"입 좀 봐. 진짜 웃기게 생겼다."


어제 사 준 하늘빛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루이는 여기 오기로 결정한 자신이 내심 뿌듯했다. 아니, 어쩌면 어린아이는 자신일지도 몰랐다. 27살의 뱀파이어가 하기에는 참 유치한 생각 아닌가.


"우리 자기. 그렇게 재밌어?"


"자.. 자기?"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애정 섞인 호칭으로 불린다는 것은 은근히 낯간지러운 일이었다. 


"야, 할 거 다 한 사인데, 이제는 그렇게 불러도 되지 않아?"


"부끄럽단 말이야.. 알았어. 오빠 좋은 대로 해."

.

.

.

"얘들 너무 귀엽다.. 저 얼굴 좀 봐."


설아는 '웃는 고래'라고도 부르는 상괭이가 있는 수조에 바짝 붙어 있었다. 아담한 크기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듯한 표정은 그녀의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얘네도 물고기야?"


예상했던 질문이지만, 6살 때쯤 엄마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 것이 떠오른 루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일이 있었지.. 고래는 포유류라는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자꾸자꾸 질문했었는데.'


"왜.. 왜 웃어?"


"아니, 그냥.. 옛날 생각 나서. 고래는 소, 돼지, 말처럼 포유류야. 그리고.."


설아 옆으로 다가간 루이가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난 네가 더 귀여운데."

3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뻔하디 뻔한 오글거리는 멘트였다. 이전이라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내뱉지 못할 말이었지만, 이미 사랑에 잡아먹혀 버린 루이는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뭐, 뭐야. 진짜.."


약 5시간에 걸쳐 넓은 수족관을 관람한 둘은 밖으로 나가기 전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오빠! 이거 어때?"


설아는 양쪽에 펭귄 장식이 달린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잘 어울리네. 하나 사줘?"


"아니, 사서 어디다 쓰게.. 난 이게 더 좋아."


그렇게 루이와 함께 수족관을 나선 설아는 한 손에 상괭이 인형이 담긴 봉투를 들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오빠.. 고마워요.'


그녀는 지금껏 한 번도 부잣집 아이들처럼 먼 곳에 놀러 가 본 적이 없었고, 기껏해야 친구들과 공터에서 어울려 노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여행이 소중했던 점은 함께 집에 있는 것과는 다른, 사랑하는 이와 어울리며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직 일밖에 모르던, 사랑은 안중에도 없던 어린 소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앞으로 한참 남은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니 당분간은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흘러가고 싶었다. 문득 예전에 루이가 그 편안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 준 글귀가 생각났다.



다른 어떤 누구보다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있어


나는 이 순간들이 모여

네가 나의 영원이 되길 빌어


찰나의 실수로 서로의 손을 놓치는 일 없이

다른 사람의 말에 신뢰가 흔들리는 일 또한 없이


언제나 네 곁에서 함깨하는 사람이 나이길.






몇 시간 전에 썼던 거 수정해서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