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ovelove/34692604

2편 https://arca.live/b/lovelove/34759113

3편 https://arca.live/b/lovelove/34810364

4편 https://arca.live/b/lovelove/34969069

5편 https://arca.live/b/lovelove/35148593


*제목만 이렇지 이거 순애 맞아요 고어 학대 강간 일절 안 나올 거에요

*오타지적 및 기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이거 읽을 수 있겠어?" 


"나는.. 수영을..한다?"


"맞아. 잘했어." 


루이와 설아는 그날도 한창 공무 삼매경이었다. 몇 시간 동안 설아를 달래준 게 효과가 있었는지, 그녀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루이가 기특하다는 듯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안 어렵지?"


"네, 고마워요." 


"아..맞다. 내일 우리 집에 친구 오기로 했어." 


"친구면.. 뱀파이어..?" 


"어. 인간 피도 안 마시는 좋은 녀석이니까 걱정하지 마. 네 얘기도 해 줬어." 


저녁이 되어 샤워를 마친 설아가 문득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과 몸을 쭉 훑어보았다. 루이 덕분에 그녀의 체중은 며칠 만에 2kg 가까이 불어났고, 눈 밑의 진한 다크서클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항상 건조하고 지저분하던 피부는 보송보송하고 하얗게 변했다. 뼈빠지게 일해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평상시의 표정도 제법 편안하고 밝아져 있었다. 아무리 가난했다지만 외모에 관심이 많을 때였던 설아에게 지금 모습은 꿈만 같았다.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긴 탓에 설아의 자존감 또한 많이 높아졌다. 루이는 다른 어른들처럼 욕을 하지도 않았고, 함부로 때리지도 않았다. 그처럼 든든한 사람, 아니 뱀파이어가 곁에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었다.    


루이 역시 그녀가 이토록 예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화장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미모는 학창시절 수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홀렸던 학생회장에 뒤지지 않을 만큼 수려했다. 착하다 못해 순수할 정도인 설아의 성격도 그녀에게 애정이 가는 데 한몫했다.


"아무리 미안해도 그렇지. 뱀파이어한테 제 발로 피를 바치려는 인간은 너밖에 없을 거다. 앞으로 그러면 안 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루이의 말에 설아는 그저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오빠야말로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 거에요? 불쌍해서?"


"뭐.. 그런 것도 있고. 솔직히 너도 좋잖아?"


"하긴. 그건 그래요. 덕분에 살도 찌고 피부도 이렇게 좋아지고."


"내가 그래서 비타민제 챙겨먹으랬지? 광고에도 나오더만, 여자의 생명은 피부라고."


가만히 있던 설아가 그 말을 듣고 폭소를 자아냈다.


"죄송해요. 그런 외모로 아저씨 같은 말 하니까 너무 웃겨서.. 봐도봐도 적응이 안 돼요."


다음날 아침, 이틀 전 만났을 때 약속한 시간이 되자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이가 문을 열자 한 손에 무언가를 든 훤칠한 인상의 금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키는 루이보다 좀 더 커 보였고, 피부는 선텐이라도 한 듯 건강한 구릿빛이었다.


"어, 왔어? 금태양?"


"그래. 범생아. 잘 있었냐?"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온 남자가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이야. 집 멋지네. 이사 온 지 한 달 됐다고?"


문득 고개를 돌린 남자와 설아의 눈이 마주졌다. 


"야, 루이! 여자한텐 관심도 없더만, 어쩌다 이렇게 예쁜 인간을 데려왔어?"


당황해하는 설아에게 남자가 해맑게 인사를 건냈다.


"이름이.. 설아 맞지? 난 크리스야. 만나서 반갑다."


"아.. 안녕하세요?"


크리스와 루이는 대학교를 함께 나온 친구 사이였다. 루이가 전교 2~3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던 것과 달리, 남녀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리는 크리스는 공부보다는 운동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다. 많은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 누군가가 농담삼아 금발 태닝 양아치, 줄여서 금태양이라고 한 뒤로 입에 착착 달라붙는 어감 때문에 그의 별명은 금태양으로 굳어졌다.


루이와 크리스가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앉자, 수아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커피를 타 왔다.


"미안. 난 커피는 안 마셔서. 물 한 잔만 갖다줄래?"


대학교를 졸업한 크리스는 적성에 맞게 헬스 트레이너가 되었고, 지금은 체육관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다.


"와.. 근데 키 진짜 작다. 듣던 것보다 더 작은 것 같은데?"


키가 220cm도 넘는 크리스와 비교해 보면 설아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러지 마라. 애 울겠다. 너도 고등학생 때까진 땅꼬마였다며?"


"참나, 그 정돈 아니었거든? 말은 똑바로 해라."


"그럼 전 들어가 있을게요."


자리를 비켜주려던 설아를 크리스가 붙잡았다.


"괜찮아. 여기 있어도 돼. 너한테 줄 것도 있거든."


크리스가 바닥에 있던 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내자 달콤한 향기가 한순간 확 퍼졌다.


"그거 빵이야?"


"어. 카스테라야. 꽤 유명한 데서 산 건데 엄청 맛있더라.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살이 찔까 봐 자주 먹지는 않았지만, 루이는 빵이나 쿠키 같은 단 음식을 좋아했다.


"쟤 것까지 넉넉하게 3개 샀어. 그때 와인은 여친이랑 잘 마셨다."


루이는 이틀 전 그를 찾아갔을 떄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와인을 선물로 주었다. 무언가를 떠올린 크리스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맞다. 나 다음 달에 결혼하기로 했다? 그 와인 때문에 어쩌다 분위기를 잘 타서.. 고맙다."


친구로서든, 이성으로서든 그는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금태양이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크리스는 일편단심으로 한 조용한 여학생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망설이기만 하던 그는 결국 첫사랑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고 말았지만, 몇 년 뒤 남자와 헤어진 그녀는 어쩌다 크리스의 체육관에 다니게 되었다. 두 번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한 크리스는 사이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용기를 내어 먼저 고백했고, 여자는 그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다른 애들도 하나둘씩 결혼하던데, 넌 왜 그 모양이냐? 여자한테 인기도 많으면서.."


설아 쪽으로 고개를 돌린 크리스가 그녀에게 짖궂게 물었다.


"네가 봐도 이 녀석 잘생겼지?"


"아.. 네! 진짜 잘생기셨어요."


설아의 말은 감언이설이 아니었다. 잘생긴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 친절한 성격에 공부도 잘하는 루이 역시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다. 학창 시절 수많은 여자가 그에게 마음을 전했지만, 딱히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그는 한 번도 고백을 받아준 적이 없었다.


"야. 너 얼굴은 또 왜 빨개지냐?"


"누, 누가 빨개졌다고 그래?"


그렇게 얘기를 나누던 중 루이의 입에서 주식 얘기가 나왔다.


"뭐? 주식으로 3억을 땄다고?"


"그래. 너도 주식 좀 해 보라니까?"


"됐거든? 옛날에 잘못 물려서 2억 잃은 거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너도 조심해라. 훅 가는 거 한 순간이니까."


"그건 네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거고."


얼마나 지났을까, 크리스는 여자친구와 약속한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간다. 잘 있어라, 범생아."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선 그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자식. 그 인간한테 마음 있나 보네. 잘생겼다는 말 듣고 저럴 놈이 아닌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잘생겼다는 평을 들어 온 루이는 여자에게 그 말을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어째서인지 설아가 말했을 때는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았다.






"빵 같기도 하고.. 신기하게 생겼네요."


"너도 단 거 좋아하잖아. 맛있을 거야."


설아가 보는 앞에서 루이가 조심스럽게 카스테라를 잘라 쟁반에 담아주었다. 설탕이 어찌나 많이 들어갔는지, 자를 때마다 칼이 찐득해지는 바람에 수시로 닦아주어야 했다. 밑부분의 종이를 뜯어 보니 커다란 설탕 결정들이 박혀 있는 게 보였다.


"자. 아 해봐."


포크로 카스테라 한 조각을 집은 루이가 손수 설아의 입 안에 넣어주었다. 우물우물 씹으며 맛을 음미하던 설아의 눈이 커졌다.


"달다.. 진짜 맛있어요."


"목 메이니까 우유랑 같이 먹어."


"오빠도 드셔 보세요."


설아도 마찬가지로 카스테라 한 조각을 루이에게 건냈다. 처음에는 너 많이 먹으라며 거절하던 루이도 결국 성화에 못 이겨 입 안에 넣었다. 자기가 준 것을 받아먹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어떄요? 맛있어요?"


"그래. 맛있어. 많이 있으니까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너도 살 좀 쪄야지."


그렇게 또 다른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재밌다 싶으면 추천좀,..(규정 관련해서 문제 생기면 이 문구 삭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