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번 화부터 스토리가 살짝 호러틱하게 바뀌고, 일부 잔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편 https://arca.live/b/lovelove/36515410

2편 https://arca.live/b/lovelove/36595008

3편 https://arca.live/b/lovelove/36676123

4편 https://arca.live/b/lovelove/36716452

5편 https://arca.live/b/lovelove/36993510

6편 https://arca.live/b/lovelove/37250321

7편 https://arca.live/b/lovelove/3748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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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행사 뒷처리를 돕느라 꽤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열자, 순간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겨온다. 앞치마를 입은 채 거실에 있던 에일린이 뒤를 돌아보며 내게 인사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만난 덕일까, 우리 둘의 사이는 근 한 달간 많이 가까워졌다. 


"손에 든 건 뭐야?"


"이거? 쿠키. 도서관에서 줬어. 이따가 같이 먹자."


처음에는 그녀의 외모에 끌렸다면, 지금은 저 친절한 성격이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몇 년을 홀로 살아왔던 내게 있어서 누군가, 그것도 젊은 미녀가 매일같이 반겨주고, 집안일을 도와주고, 틈만 나면 칭찬해주는 것은 상당히 행복한 일이었다.


샤워를 마친 내가 그녀와 함께 거실에 있는 탁자에 앉는다. TV를 틀어보니 뉴스에서는 온통 성탄절 관련 얘기만 나오고 있다. 치익. 옆에서 맥주 캔을 따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그러고 보니 술을 마시는 것도 참 오랫만이다.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녀가 먼저 같이 마시자고 제안해 온 덕이 크다. 


"자. 건배하자. 하나, 둘, 셋!"


청아한 소리와 함께 잔이 부딪히고, 그녀와 내가 동시에 맥주를 입으로 가져간다. 씁쓸하면서 알싸한 향이 나는 액체를 삼키고, 접시에 놓여진 소시지 한 조각을 우물거리며 내가 말한다.


"우리는 사서 한 분이 직접 만든 쿠키 주던데, 너희는 뭐 받은 거 있어?"


"나도 미나 씨한테 목걸이 받았어. 어때, 예쁘지?"


"응. 너랑 잘 어울린다."


어차피 같은 통장에 돈을 넣는 사이고 마땅히 필요한 것도 없기에, 우리는 합의하에 서로에게 선물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나와 그녀는 맥주 두 캔을 비운 상태였다. 


얼굴이 후끈후끈한 게 취기가 올라오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취한 듯 얼굴이 빨개진 채 고혹적인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에일린이 말을 꺼낸다.


".....아이작. 나 고민이 있어.."


"뭔데? 얼른 말해 봐."


"...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그동안 타인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던 그녀가 사랑하는 이가 생겼다니,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순간 좌절감과 함꼐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내가 대답한다.


"그런데.. 그 사람도 날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원래는 사이가 좀 많이 나빴거든.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딱히 연애에 관심은 없어서 뭐라 말하긴 좀 힘든데,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용기를 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 진짜? 알겠어.."


옆에 앉아있던 천사가 내 쪽으로 서서히 다가온다. '얘가 왜 이러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야, 너....."


쪽. 그녀가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너 이렇게 좋아하는데에.. 언젠간 꼭.. 말할 수 있겠지이?"


맙소사.. 제대로 취한 것 같다. 나는 반쯤 멍하니 있는 그녀를 어떻게든 침대까지 옮기고 자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비록 침대에 누워 있긴 했지만, 아까 있었던 일이 자꾸 떠오르는 바람에 꼭두새벽까지도 잠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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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퇴근한 어두운 밤, 내일이 크리스마스임에도 박물관에서 홀로 순찰을 돌던 경비원은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전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고대의 유물들은 어두컴컴한 내부와 맞물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이미 이 일에 익숙해진 그는 별 생각 없이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제 점검해야 할 곳은 불과 사흘 전에 발굴된, 무러 1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창과 칼, 방패, 심지어는 해골까지 있는 곳이었다. 억겁의 세월을 땅 속에 묻혀서 보낸 유물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산산히 부서질 정도로 약했다. 주변을 서성이던 그의 눈에 크기가 대략 손바닥의 절반만 한 하얗고 아름다운 보석이 들어왔다.


그 영롱한 자태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린 경비는 부드러운 천 위에 놓여진 보석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가 한참 넋을 놓고 있던 찰나, 코에서 떨어진 핏방울 몇 개가 보석을 붉게 물들였다.


"에이씨.. 큰일났네. 이걸 어쩌지?"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경비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보석을 닦기 위해 조심스럽게 웃옷으로 가져갔다. 이 근방에 있는 낡은 CCTV들은 대부분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기에 들킬 염려는 없었다. 


바로 그 순간. 피가 묻은 보석에서 흉흉한 붉은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경비는 그만 보석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잠시 후 빛이 잦아들자 보석이 있던 자리에는 붉은 눈을 가진, 흡사 강아지와 고양이를 섞어놓은 듯한 귀여운 외모의 소형견만 한 생명체가 대신 있었다.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생명체는 경비를 보자마자 그쪽으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덜덜 떨면서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그였지만, 미지의 생물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이내 안심하며 웃었다.


"아이고, 귀여워라.. 넌 이름이 뭐니?"


그때였다.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던 생명체의 눈이 섬뜩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텅 빈 박물관 내부에서 경비의 처절한 비명소리와 소름 끼치는 기괴한 울음소리, 그리고 살점이 뜯기고 뼈가 부러지며 나는 우드득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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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필름이 끊겼는지 어제 있었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숙취로 지끈지끈한 머리를 부여잡고 거실로 나와 보니, 얼굴이 빨개진 아이작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자.. 잘 잤어?"


바로 그 순간, 전날 했던 짓이 주마등처럼 스치듯 떠오른다. 나는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쥐고 바닥에 주저않았다.


"아, 진짜.. 나 미쳤나 봐..."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사실대로 털어놓자.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아이작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어제 일 기억나지? 나, 나.. 너 좋아-"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꼭 붙잡는다.


"나도.. 너 많이 좋아해."



https://arca.live/b/lovelove/37250321


여기서 소개했던 설정 하나 수정함 악마와 천사는 대략 4000년 전1만 년 전 인간계까지 가서 큰 전쟁을 벌였다.

얘들 나이를 미처 생각 못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