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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 봤는데, 너 은근히 적극적이더라?"


식탁에 앉은 우리는 숙취 해소에 좋다는 오레가노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아이작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한다.


"어, 어제는.. 취해서.. 아, 몰라.."


"미안. 사실 나도 좋았어."


부끄럽긴 하지만 저렇게 잘생긴 얼굴로 햇살같은 미소까지 지으며 뽀뽀가 좋았다는 말을 하니, 가슴이 행복으로 가득 차오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그때 크리스마스 선물은 주지 않기로 했지? 어차피 이젠 더 이상 필요없어졌어. 너랑 사귀게 된 거야말로 내 최고의 선물이니까.


나도 질세라 일부러 오글거리는 말을 날려 본다.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당황해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그렇게 나는 하루 종일 아이작과 함께 있으며 성탄절을 보냈다. 함께 책도 읽고, 어제 받아온 쿠키도 나눠먹고, 그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뽀뽀도 한 번 더 해주고.. 내가 살면서 보낸 성탄절 중 최고였던 것 같다.


저녁이 되어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던 아이작이 나를 부르며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2주 동안 박물관에서 1만 년 전에 나온 천사와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한데. 혹시 관심 있어?"


비록 동족일지언정 천사들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던 나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고, 아이작 역시 '사실 나도 별로 관심 없었다' 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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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일이 지난 아침, 아직 개장하지 않은 박물관 입구는 벌써부터 진귀한 유물을 보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내부에서는 문을 열기 전 최종 점검을 하느라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2월 25일이 휴일이었던 탓에 하루 늦게, 즉 26일에 늙은 관리인의 죽음을 알게 된 이들은 즉시 박물관 곳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보석이 놓여저 있던 자리 근처에서 약간의 핏자국을 발견한 것을 제외하면 그 어떤 단서도 얻지 못했다. 마침 죽은 관리인에게는 친구도 가족도 없었고, 곧 있을 전시회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박물관 관장은 결국 이 기이한 사건을 조용히 덮어 버리고 말았다.


"이상 없음."


지하를 혼자 둘러보던 직원 하나가 점검을 마치고 계단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희한하네, 여기 들르면 쥐가 한 마리쯤은 꼭 보이던데, 오늘은 소리조차 안 들리네. 누가 쥐약을 놓았나?'


계단까지 불과 2미터도 남지 않았을 때, 바로 뒤에서 쿠당탕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


"거기 누구 계세요?"


"......."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자 잘못 들었겠지 하고 그가 앞으로 나아가던 찰나, 이번에는 무언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가 미처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거대한 형체가 그를 덮쳤다.


"끄아아아악!!!!"


시간이 흘러 어느새 11시가 되고, 박물관 안에 가득한 관람객들은 진귀한 유물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쿵.


"엄마.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한 소년이 비상구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에이, 설마. 잘못 들었겠지."


그의 가족이 다른 전시실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쿵. 쿵. 쿵. 쿵. 쿵.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비상구 쪽에서 들려오더니, 곧이어 철로 된 튼튼한 문이 일격에 부숴지며 소리의 진원지가 드러났다.


사자라고 해야 할까. 호랑이라고 해야 할까. 늑대라고 해야 할까. 4m는 족히 넘는, 온 몸이 창백한 색의 털로 덮인 거대한 야수가 비상구에서 뛰쳐나오며 소름 끼치는 포효를 내질렀다. 야수의 입에는 거대한 송곳니 한 쌍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길고 튼튼해 보이는 꼬리 끝은 창처럼 뾰족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야수가 천사의 것과 비슷한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가까이 있는 남자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었다. 박물관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서로를 밟는 것도 개의치 않고 자동문이 달린 입구로 나가기 위해 애썼다.

한편 미처 도망가지 못한 이들은 하나둘씩 야수에게 희생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거대한 야수는 마치 영화 속 살인마처럼 기괴한 미소를 지은 채 주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인간에게 무지막지한 위력의 발톱을 휘두르고,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으며 학살을 펼쳤다. 그들은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으, 으, 으아아아악!!!"


"제발. 제발 아이만은 살-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컥! 끄아아아아악!!"


30분이 지나자 완전히 초토화된 박물관 내부의 광경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전시물을 감싼 유리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천장, 벽, 바닥을 가리지 않고 온통 비린내 나는 선혈이 가득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앞발을 핥던 야수는 아까보다 훨씬 더 커져 있었다. 그는 마침내 모든 '적'을 처치하였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느끼며 기쁜 마음으로 다음 목표를 찾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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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휴일을 맞은 나와 에일린은 오붓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바로 그때 옆에 놓아 두었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내게 먼저 전화를 걸 사람은 없는데. 대체 누구지?"


"여보세요?"


전화를 건 장본인은 평소 친분이 있던 젊은 사서였다.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리고 있었다.


"아, 아이작 씨! 큰일났어요!!"


그에게서 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내 눈도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대체.. 뭐지?"


그가 보내준 짧은 영상에는 흰 날개가 달린 거대한 짐승이 박물관 정문을 박차고 뛰쳐나와 어딘가로 달려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었다.


"지.. 지금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건물 5층에 있는데.. 서. 서, 설마 여기까지 오진 않겠죠?"


"걱정 마요. 일단 별일 없으면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거기 얌전히 숨어 있어요."


전화를 끊은 내 시선이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에일린 쪽으로 향했다. 적잖아 놀란 건 그녀 쪽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저.. 저게 뭐야? 넌 책도 많이 읽었잖아."


"잘 모르겠어. 나도 저런 건 처음 봐. 한 가지 확실한 건.. 날개를 봐선 천사랑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어."


급하게 옷을 갈아입은 내가 현관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나갔다.


"어.. 어디 가?"


"저 녀석을 막아야지."


분명 박물관에선 1만 년 전 유물을 전시한다고 했지. 모든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저 야수는 그 시절 고대 전쟁 당시에 쓰이던 일종의 생체 병기가 틀림없었다. 그 전쟁 때 드래곤과 같은 다양한 생물이 동원되었다는 기록은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천사와 악마는 나와 에일린 둘뿐이었고, 이조차도 그녀는 천사답게 힘은 좀 셀지언정 마법을 일절 사용하지 못했다. 비록 나 역시 마법을 제대로 쓰진 못했지만, 지금 나라도 나서지 않는다면 당장 저 녀석을 막을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이 정도로 수위가 높은 내용은 더 이상 안 나올 것 같은데.. 혹시 문제되면 알려주셈 바로 수정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