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벽


한창 재개발이 되던 마을에 살던 소년의 이야기야.


아무것도 모르던 꼬꼬마 소년에겐 의문점이 하나 있었어.

왜 마을의 중앙엔 거대한 벽이 있을까?

왜 내가 사는 마을은 이렇게 작고 무너져가는 집들이 많은데

왜 벽 너머의 마을은 멋들어진 아파트가 한가득 할까?


뭐든지 안다는 동네의 할아버지에게 물어봐도 할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애새끼는 꺼지라고 발길질만 해댔지 정작 답은 안 해주더라고.


그래서 소년은 벽 너머에 대해 환상을 키워가기 시작했어.

벽 너머에는 정말 멋진 것만 가득 할 꺼야.

벽 너머의 사람들은 그만큼 더 멋진 사람들이겠지.

벽 너머로 가보고 싶다...


점점 커지는 환상과 호기심에 소년은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을 해버렸어.

어른들이 항상 하지 말라는 것. 바로 벽 근처로 가지 말라는 말을 어겨버린 거지.


하지만 어쩌겠어? 어른들에게 물어봐도 술병이나 던지거나 욕만 내뱉는 걸.

매일 밤 호기심에 애타면서 창문 너머로 벽을 지켜보는 것도 지겨워진 소년은 결심했지.


직접 가보기로!


살금살금


어른들이 항상 소년에게 쥐새끼 같은 놈하고 욕하던 것을 기억했던 소년은 어른의 말대로 발걸음 죽이면서 쥐처럼 벽으로 다가갔어.


높게 솟은 콘크리트 벽

간간히 보이는 마른 핏자국

끊어진 쇠줄


그리고


작게 들리는 기타와 노랫소리


누구의 목소리일까?

귓가를 간지럽히는  귀여운 목소리에 소년은 홀린 것처럼 소리를 따라갔어.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얼마나 걸었을까?


소년은 직감했어.


이 벽 너머에 바로 노랫소리의 주인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버렸지.



한참이나 그 노래를 듣던 소년은 마지막 기타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연주가 들려오지 않자.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벽 너머를 향해 말을 걸었어.



넌 누구야?


...난 기타리스트야.


기타리스트? 그게 이름이야?


이름은 아니지만... 그렇게 불러주면 고맙지!



그게 소녀와 소년의 첫 만남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