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떤 기분이였는지 나를 방안으로 들이고는 잠시 거실과 연결된 주방으로 뛰쳐갔다.

그녀의 방 안에 도착한 나는 수십가지 생각을 했다.

마치 그녀는 나에게 신, 천사, 우상이였기에 이 방은 나의 집에서 벽하나로만 막혀있는 짧은 거리였음에도,

그 곳은 마치 성역이자 천국 혹은 심판대였다.

마치 들어오면 안될 곳을 들어온듯이, 어렸을적  구몬 수업을 받을 때나 사용되던 작은 이동식 탁자를 앞에둔채로,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자세로 앉아, 뒤돌아서 녹차티백을 뜯는중인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

마치 술에 잔뜩 취한듯이 머리 속이 핑 돌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서는 당황감, 불안함, 행복, 두려움, 황홀감이 극도로 몰려왔고,

그녀를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내 눈에서는 떨림과 헤벌레하는 눈이 함께 나타났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차를 만들어 내 눈을 바라보지 않고 바닥을 본 채로 내 앞에 건넸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했다.

이런 분위기에 나는 아무말 하지못했다.

생각해보면 이틀 전 처음 눈만 마주친 남성이 갑자기 여자 혼자 사는듯한 집에 불쑥 떡얘기를 하며 오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만남과는 거리가 멀었기때문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내 직업의 능력을 이용해 어떻게든 변명을 만들어야만했다.

지금의 이런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꾸며내 이야기를 진행해야만 했다.


"그... 제가 여기에 온지는 꽤 됐는데 여기 여성분만 제가 인사를 제대로 못드려서... 네.."
 
"ㄱ..  그래서 여기 ㄸ..떡이라도 하나 드리려고 눌렀...는..데요"

순간 분위기는 너무나도 얼어붙었다.

누구보다 분위기를 잘만들 수 있다 생각했던 내 모습을 완전히 박살내 준 위대한 대사였다.

아무튼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무 말이든 꺼내서 분위기를 해소해 도망가든 마음을 전하든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저희 아직도 ㅌ..통성명도 안한 거 같은데... ㄱ...그 저는 여기 옆에 203호에 사는... "

"백석씨 맞으시죠?"

나는 얼어붙었다. 어떻게든 지나가려는 어색한 몸짓도 동시에 얼어붙어 애매한 자세가 유지 되었다.

아니, 오히려 심장은 펌프질이 심해지듯이 쿵쾅쿵쾅 뛰었다.

심장마비가 안온게 용할정도로 빨리 뛰는 가슴에 내 이름이 새겨졌다.

"전 나타샤에요"

그녀의 이름은 나타샤였다.

나타샤, 가슴에 새겨진 백석이라는 흉터위에 나타샤라는 이름이 대문만큼 크게 새겨졌다.

"ㄱ..그..ㅈ..제..이름은..어..ㄸ..떻게..?"

"바깥에서 들었어요"

내 더듬거리는 말에 묻혔겠지만 그녀는 말이 짧았다. 뭐 문제가 될것은 없지만 내게 슬픈 감정이 생기기에는 충분했다.

"별 할말 없으면 나가주시죠"

그게 그날 마지막 그녀에게 들은 말이였다. 정확히는 마지막 말이라 생각했었다.

어안이 벙벙한채로 나는 고작 5m를 걸어가 작은 내방으로 돌아왔다.

힘든 하루가 마쳐갔다. 6시 36분을 나타내는 시계가 눈앞에 보였다.

앞에 있던 일에 지친 몸을 바닥에 눕혔다.

내 옆에 있던 달콤한 각설탕을 입에 넣고 어금니로 씹었다.

너무나 달아 오히려 쓴맛이 느껴졌다.

씁쓸한 이별의 맛이라 되내였다.

순수한 단 맛은 내 인생에 없으리라 최면했다.



언제 골아떨어진지도 모른채로 10시 36분이 쯤이 되었다. 밖에 너무나 시끄럽게 노크를 하는 소리에 잠에서 일어났다.

"누구세요?"

"나야, 문좀 열어줘."

심장이 멈춘줄 알았다. 무조건 이것은 나타샤의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나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녀는 누구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내 방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미안, 문닫아."

나는 마법에 걸린듯이 그녀가 말하는대로 움직였다.

"씨발... 짭새들 떴네"
"백석씨, 경찰 오면 나 못봤다 말해"

혼란스러웠다.

바깥에서는 기다렸다는듯이 구두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서부터 들리는 노크와 구둣소리, 경찰의 조곤조곤하지만 근엄한 말투, 이불을 덮어쓴 그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 식은땀이 흘러 바닥에 닿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이윽고 내 낡은 현관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203호분 안에 계십니까?"

나는 문은 열고 경찰을 마주했다.

"혹시 옆집 나타샤씨라고 아십니까?"

"네? 네..."

"오늘중에 보신 적 있으세요?"

"아.. 아니요?"

"혹시나 보시면 협조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흠... 그럼 수고하십쇼."

경찰은 그렇게 떠나갔다.

"고맙다"

나타샤씨가 내게 말했다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나는 나를 위해서든지 그녀를 위해서든지 해서는 안되는 말을 내뱉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그러시는거죠..?"

3장, 잘못과 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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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발 존나 못쓰네

그리고 이거 한 5화~6화 쯤에 끝낼수도 있고 더 길게 될수도 있고 작가 새기 새벽감성에 따라서 바뀔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