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민이였던 중2 시절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만났음


당시 자존감이 병신이여서 연애는 일찍이 포기하고 구석에서 귀막고 공부만 죽어라 하는 공부벌레였음

방과후에도 도서실에서 숙제하는게 일상이여서 주번을 맡았음

문 잠그고 나가는데 한살 어린 1학년 여학생 한명이 번호를 물어봤음

머리는 장발인지 단발인지 살짝 애매한 길이였고 빨간색깔 안경을 끼고있었음 

좆경이 아니라 되게 잘어울렸고 얼굴도 귀여웠음

키는 거의 비슷했는데 내가 3정도 더 컸음

예체능 마스터에 부반장에 나름대로 인기도 많았었는데

솔직히 연애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먼저 번호물어보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같이 이곳저곳 다니면서 결국 여름방학때 첫키스까지 하게됨


그렇게 100일 200일도 챙기고 생일날 여자친구쪽 부모님이랑 같이 생일파티도 열어주고 학기말이 됬음

기말고사까지 끝나고 나서 공개연애를 시작함

반 친구들이 장난기가 심했는데 당연히 둘러싸고 존나 놀렸다

그래도 행복했음


그렇게 방학식도 하고 겨울방학때도 아침저녁으로 연락하고

토요일날 하는 학원도 같은 시간이여서 옆자리에서 같이 공부함

가끔 모솔인 쌤이 장난치기도 했는데 기분안나쁘고 적당한 선이여서 다같이 웃으면서 좋았음


겨울방학 말

개학까지 일주일정도 남았는데

그때부터 답장이 안오기 시작함

여행갔어도 답장은 꼭 했는데 걱정되서 3일동안 문자만 50통 가까이 보냈었음


여자친구랑 같이다니던 다른 1학년 여자애가 나랑 친하던 우리반 반장 친동생이었는데 걔한테 연락이 왔음

빙판길에서 교통사고나서 죽었다더라

친절하시던 부모님두분도

그때 주변에서 누가 죽은게 처음이었는데 존나 충격받아서 이틀동안 거의 방안에 틀어박혀서 울기만하고 밥도 다 걸렀음


한달동안 학원도 때려쳤고 

중간기말때 공부때문에 가끔 신경질내거나 언성높였던것도 후회됬고

써줬던 편지 몇통이랑 인형은 아직도 집에 있음


당연히 몇달동안은 잠 설치고 울고 꿈에서도 보고

꿈에서 깨면 울고

봄방학 전 잠깐 개학할때 놀리던 애들도 와서 등 토닥여줬었음

담임도 알고있어서 위클래스나 그런쪽으로 상담을 권했고

여친이 부반장이던 1학년 반은 아예 분위기가 씹창났고

그반 담임이던 국어쌤도 멘탈이 나가셨다


어찌저찌 연락이 닿아서 조부모님도 만났는데 술을 계속 마시셨음

깡소주만 몇병씩 마시면서 울고계셨다.

아버님이 외동에 여자친구도 외동이였음

본인은 술은 못마셨지만 대신 커피를 존나 빨았다.

원래도 시험기간마다 카페인을 달고살았는데 두달동안 매일 두세캔씩 캔커피를 딴 덕분에 카페인중독까지 왔고

정신병원까지 가서 우울증약 먹으면서 중독치료도 받았음

그렇게 완전히 떠나보내고 5년동안 고2때 까지 연애랑 아예 담을 쌓았음

몇번 받은 고백은 받는족족 차버렸고 할생각도 안했음

또 잃는것도 두렵긴한데

애초에 멘탈이 갈려나간 상태에서 연애가 될지도 의문이였고

본인도 선천적으로 약을 거의 달고살아야 하는 수준이라 언제 따라갈지 몰랐음


그림도 잘그렸고 노래도 되게 잘불렀는데

아직도 가끔 고백받을때가 생각남

불러주던 노래도 생각나고 

달려와서 안기고 첫키스할때도 아직 생생한데 

인형도 다 헐었고 편지도 누렇게 떴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1년이였고

소원이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싶음



주절주절 얘기가 길었던것 같은데 

가족중에 한분 돌아가셔서 술까니까 밤늦게 생각나서 썰 풀어봤다.


묘지 위치도 기억하는데

고향갈때마다 한번씩 들른다

나도 언젠가 그 옆에 묻히면

그때는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