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말 없는 소녀가 있었어...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항상 다른 반에 가서 2명 정도와 조곤 조곤 이야기 하는 친구 였지.

당연하게도 어린 친구들은 반에서 겉도는 소녀를 은근슬쩍 따돌렸지.

심한 괴롭힘은 없이

그냥 단순히 수련회라던가, 조별모임이라던가에 껴주지 않았어.

근데 그런 소녀에게 관심을 가진 소년이 있었어.

친구들이 은글슬쩍 따돌리는 가운데에도

묵묵히 책을 읽으며 앉아 있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거지.

어린 마음에 그게 무슨 마음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 소년은 소녀의 묵묵한 성격을 알기에

섣불리 말을 걸지 않았어.

그냥 소녀의 앞자리에 앉아서 소녀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지.

지긋이 바라볼 때마다, 소녀의 얼굴은 붉어졌어.

분명 소녀는 읽고 있던 소설책의 내용은 하나도 안 들어왔겠지...

****

그렇게 앞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을 준 지 한 달정도 지났나.

소년은 소녀가 익숙해졌다고 생각을 했어.

소녀의 얼굴이 덜 붉어지는 게 보였거든

소년은 싱긋 웃으며, 소녀에게 무슨 책을 읽냐고 물었어.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녀는 나긋하게, 쑥스러워 하며 대답을 했지

"베느나느 베느...?"

물론 책에 관심이 없던 소년은 알턱이 없었고...

소녀가 조용히 웃으며, 다시 책에 집중하자.

소년은 다시 소녀의 얼굴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어.

***

소년은 소녀가 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책 이름이 아니라 작가임을 알게 됐어.

그리고, 소녀와 공통 관심사를 만들고 싶어서
등교길에 서점을 들렸었지.

근데, 왠걸 소녀가 거기에 있는 거야.

"안녕?"

소년은 힘차게 소녀에게 인사를 건넸어.

"... 안녕"

소녀는 그 힘찬 기운에 놀라고 말았지만

소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어.


가벼운 인사를 서로 건네고,

소년은 소녀의 옆에 서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어.

"이거..."

소녀는 소년에게 책을 한권 건네줬어.

큰일을 저지른 것 처럼 소녀의 얼굴은 새빨개지고 도망치 듯 서점을 나갔어.

소년의 손에 들려 있는 책은

'어린왕자' 였어.

***

어린왕자.

소년은 생각했지.

'내가 어린왕자 같다는 건가...?'

소년도 바보가 아니기에 어린왕자의 내용은 알고 있었어.

근데 의아 했던 거 뿐이지.

왜 어린왕자...를 줬을까...

장미가 소녀인건가?

아닌가, 그냥 의미 없는 건가?

소년은 의미부여를 그만 두기로 했어.

소녀가 소년이 심심해 보여서 줬다고 생각하기로 했지.

***

학교에 도착하고, 소년은 소녀 옆자리 친구와 자리를 바꾸고

같이 책을 읽기 시작했어.

지금까지는 쉬는 시간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수업 시간에도 한번 관심을 가져보기로 한거지.

하지만, 소년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어.

소년은 책을 별로 안 좋아했기 때문이지.

소년은 소녀가 준 '어린왕자'에 책갈피를 꽂고

다시 옆에서 소녀를 바라보기 시작했지.

소녀의 얼굴에는 흥미진진한 표정이 드러났어.

수 십분 후, 소녀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어.

소년이 옆에서 쳐다본다는 거를 눈치챈거지.

소녀는 책에 눈을 떼지 않고, 소년에게 말을 건넸어.

"책...봐..."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귀여웠던 나머지 소년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지.

소녀는 당황을 했고, 소년을 바라보며

시뻘개진 얼굴로 몸을 휘저으며 말을 했어.

"왜... 왜... 웃어!"

물론 소년의 입장에서는 귀여운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거기 조용히 해!"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 뒤, 소년은 간신히 평온을 되 찾았어.

"미안, 미안."

소년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어.

소년은 자신의 어린 여동생을 대하듯이 한거지.

아차 싶었지만

소녀의 표정은 딱히 나빠 보이지 않았지.

소년은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황급히 손을 치웠어.

***

어느 날, 반에서는 소년과 소녀가 연인 관계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처음 타겟은 제일 일찍 등교해서 책을 읽는 소녀였지.

어린 마음에 아이들은 놀림 반 호기심 반으로

마치 인터뷰 하듯이 취조를 했지.

"언제부터입니까!"

물론 소녀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되고, 어버버 할 뿐이었어.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죠?"

"아...으..."

그때 문이 열리고, 소년이 들어왔어.

소년이 들어 오자, 소녀는 쪼르르 달려가 소년 뒤에 숨었지.

소년은 적잖이 당황을 했어.

"무... 무슨 일이야?"

그러자, 반 아이들은 타겟을 소년으로 잡았지.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한 겁니까?"

소년은 이해를 하지 못했어.

"아니, 우리 안 사귀는데?"

아이들은 놀리는데에 집중을 했지.

"우리? 우~리?"

"언제부터 우리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나요?"

소년은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어.

"한달 전 쯤인가? 책만 읽고 있길래, 궁금해서 계속 아이 컨텍을 했지~"

"오~"

반 아이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고,

"그리고 계속 쳐다봤어"

"오~~~"

"그랬더니, 책을 추천 해줬어."

"엥?"

"그리고 그 책을 재밌게 읽고 있지!"

"에이~"

귀가 간지러울 정도의 이야기를 원했던 반 아이들은 야유를 보냈어.

소녀 또한 어느샌가 자기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고,

"자~ 다들 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말에 애들은 다 자리로 돌아갔어.

***

또 어느 점심시간

소녀는 두리번 거렸어.

누가 봐도 소년을 찾는다는 것처럼 보였지.

"아, 걔 축구하러 갔어"

소녀는 다른 반 아이가 자신에게 말을 건넨 거 보다

자신이 소년을 찾는다는 거를 들킨게 더 부끄러웠어.

"걔랑 안사귀는 거 맞지?"

소녀는 입을 닫고, 조심스럽게 끄덕였어.

"그렇구나~"

소녀는 그 아이의 표정에서 뭔가를 느꼈지

무언가를 느낀 채  소녀는

책을 들고 운동장에 나가봤어

"패스 받아!"

운동장에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있었어.

물론 소녀에게 처음으로 들어 온 것은 소년이었지만 말이야.

"야! 저기 네 여친 왔다!"

누군가 소년에게 말을 해줬어.

소녀는 얼굴이 빨개졌고,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책을 폈어.

소년은 소녀에게 달려왔지.

"야, 쟤 여친 보러 간다~"

뒤에는 애들이 놀리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여기는 왜 나왔어?"

소년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소녀에게 말을 했어.

"보고 싶어서..."

다이렉트로 소녀는 소년에게 말을 했지.

"어...?"

"축구하는 모습 보고 싶어서."

소녀는 당돌하게 말을 했어.

소년은 말 없이 소녀를 보고

"그럼, 잘 보고 있어."

엄지를 올리고,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갔어.

"야! 패스!"

소년의 목소리가 힘껏 울려 퍼졌어.

소녀는 축구의 룰은 잘 모르지만, 그냥 소년이 뛰고 있는 모습만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지.

"때려! 때려!"

뻥!

시원스럽게 소년의 발등에 맞은 공은...

아쉽게도 빗나갔어.

딩동댕동

그리고, 마침 점심시간도 끝이 나고 말이야.

소녀는 일어나서 자신의 엉덩이에 흙먼지를 털고 소년에게 다가갔어.

소녀는 소년에게 엄지를 올렸어

"엄지 척"

"그게 뭐야, 푸흡"

소년은 소녀의 엉뚱한 행동이 웃음을 터뜨렸어.

"저기"

"응, 왜?"

"오늘 끝나고, 기다려."

소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뒤 돌아 총총 뛰어 갔어.



"엑"

뛰는 게 어색한 소녀는 운동장 돌부리에 걸려 바로 넘어졌지만...

"괘...괜찮아!?"

소년은 달려가서 소녀를 일으켜 세웠어.

"윽..."

소녀의 무릎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어.

소년은 소녀를 업고, 보건실로 뛰어 갔지.

"양호쌤!"

만약 러브코미디물이었으면 여기서 양호실 선생님이 안 계셨겠지만, 애석하게도 양호선생님이 떡하니 계셨어.

"무슨 일이니."

소년은 황급히 소녀를 내리고 다쳤다고 설명을 했지.

"다리를 삔 거 같구나, 학생은 올라가 봐."

***

"야 네 여친은 어디 갔어?"

"여친 아니라니까, 그러네. 양호실 갔어."

"왜?"

"운동장에서 뛰다가 넘어졌거든..."

"엑, 그걸로 땡땡이를 쳐?"

"너도 저번에 거짓말로 장염 걸렸다고 땡땡이쳤잖아."

"그리고, 다리 삐어서 쉬는 게 맞아"

"예~ 알겠숩니뒈, 여친 과보호 나왔죠~"

"아니라고~"

소년은 친구 팔을 가볍게 툭 치고

엄살부리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수업시간을 보냈어

***

"괜찮아?"

단축수업이라

점심 이후가 마지막 수업이라

소년은 소녀의 짐을 챙겨 양호실로 마중나갔어.

"응"

넘어진 게 쪽팔린 지, 소녀는 양호실 침대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

"같이 하교하자"

"...응"

그제서야 소녀는 부시럭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지.

"업어줘"

소년은 잘못들은 건가 생각을 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수줍음을 타던 소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신기했지

"갑자기?"

소년은 소녀의 얼굴을 봤어.

홍익인간이 되어 있었지.

나름대로 용기를 낸건가...

소년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그래..."



하교길은 사람이 너무 많아 북적 북적 거렸어.

소심한 소녀 입장에서는 고역이었지.

"내, 내려 줘..."

소년은 소녀가 귀엽게 느껴졌어.

"싫~어~"

소녀는 하찮은 발버둥을 쳤고, 소년은 그럴 수록 더 빨리 달렸지.

"어머, 저 아이 걔 아냐?"

소녀는 봤어.

아까 전에 자기에게 소년이 어디있는 지 알려준 반 애를.

그 아이의 얼굴은 너무 차갑게 변해 있었어.

"그렇구나..."

그리고 그게 소녀의 고통스러운 학창 시절 시작이었지.



***

소녀가 복도를 지나갈 때였어.



"엑"

누군가 일부로 소녀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지.

"미안~"

누가봐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그 아이들은 소녀를 내버려두고 갔어.

소녀는 바보가 아니라 눈치를 챘지.

"괜찮아?"

소년이 다가와서 소녀를 일으켜 세워줬어.

소녀는 소년을 보고 싱긋 웃었지.

소녀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교실로 돌아갔어.


따돌림이 더 심해졌어.

소년이 없을 때마다 소녀에게 가서 일부로 부딪히고, 우유를 들고가다가 엎지르고

소녀는 힘들어 했지.

악의가 없는 척하며, 실수를 가장해서 따돌림이 시작된 거야.

그래도 소녀는 소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소녀는 소년에게 점점 더 의지해 가기 시작했지.


장난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했어
화장실에서 변기 위로 물을 뿌린다던가.

화장실에서 구타를 당하기 일쑤였지.

하지만, 소녀는 그 누구에게도 말을 못했어.

"너 걔 좋아하잖아"



"내가 확 다 말해버릴까?"

말도 안되는 협박이지만, 소녀는 소년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슬펐어.

그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거는 너무 싫었지.

설령 그것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소녀는 싫었던 거야.

***

소년은 소녀의 이상함을 눈치 챘어.

항상 쉬는 시간에 붙어 있던 그녀가 매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는 게 이상했어.

소년은 소녀를 따라 화장실 근처까지 가보았지.

퍽!

둔탁한 타격음이 바깥까지 들려왔어.

소년은 뭔가를 눈치 챘지.

"그런거구나"

소년은 화장실로 들어갔어.

그리고 그곳에서 소녀가 그동안 당하던 일을 목격 했지.

"너희들 진짜 개새끼구나?"

소녀의 팔을 잡고 배를 힘껏 가격하던 그녀들은 소년을 보고 비명을 질렀지

"꺄악~"

"여자화장실에 들어오다니 넌 이제 변태로 낙인이네?"

그 아이는 비열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하지만, 소년은 바보가 아니였어.

핸드폰 제출을 안 했거든

"정말 역겹다."

소년은 소녀를 때리는 그 아이들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싱긋 웃었어.

"그래, 어디 한번 더 지껄여봐"

그 년들은 입을 싹 닥치고 가만히 있었지.

"당장 사과해"

"뭐?"

"지금까지 괴롭혔던 거 모두 사과하라고"

"어.... 미안해..."

그년들은 쭈뼛쭈뼛 소녀에게 사과를 했어.

"이제 꺼져"

소년은 빡친 표정으로 그년들을 내쫓았지.

"괜찮아?"

소녀는 소년의 얼굴을 볼 수 가 없었어.

"왜 이야기 안 해줬어?"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소년은 말 없이 소녀를 바라봤지.

소녀는 소년이 자신이 싫어졌나 싶었어.

터업...

소년은 소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어.

"다음부터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말해."

"그럼 지금 말해도 돼?"

소녀는 고개를 들어 소년을 바라봤어.

"응..."

소녀는 손을 들어 소년의 얼굴을 만지면서 이야기를 했어.

"나, 너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