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버스랑 인간 여자애 만화는 거의 못 본 듯 


약간 판타지 섞인 세계관에서 꽤 강하지만 소소하게 야한 꿈을 꾸게 하거나 

더 많은 정기를 얻기 위해 몸을 섞는 대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키를 크게 해 준다던지 병이나 장애를 고쳐 준다던지) 나쁘다고 하긴 좀 애매한 인큐버스가


어느 날 지나가다 어린 여자애가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울면서 자기한테 다가오는 걸 봄


당연히 착정 대상도 아니고 귀찮아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너무 서럽게 우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려서 슬쩍 마법까지 써 가며 찾아줌


허름해 보이는 집 근처에 도착하니까 때마침 운 좋게 거기 있던 10대 후반쯤 되는 언니를 만남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얘기를 들어 보니까 부모님은 오래전에 사고로 돌아가셨고 자기는 가난한 형편에 어느 잡화점에서 일하는데

집에 혼자 있던 동생이 심심해서 밖으로 나갔다가 이 사단이 났다고 함.

인큐버스는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다음부터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남


다음날부터 인큐버스는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모르면서 소녀가 일한다는 잡화점에 몰래 찾아가고, 퇴근할 때면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지켜보기도 함

소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얼굴에서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음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평소와 다르게 출근하지 않자 불길한 예감이 든 인큐버스가 집으로 찾아감

노크를 하자 소녀가 잔뜩 어두워진 표정으로 문을 열어줌


어찌어찌 해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폐렴에 걸린 어린 동생이 쌕썍거리는 숨만 내쉬며 낡은 침대에 누워 있음

약값을 마련할 수가 없다며 소녀가 울먹거리자 인큐버스는 주저하지 않고 가슴팍에 손을 올려 병을 말끔하게 고쳐 줌.


처음으로 아무 대가 없이 순수한 호의로 누군가를 도와준 인큐버스는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날부터 물심양면으로 두 사람을 돕기 시작함. 물론 정기 같은 건 받지 않음.


마법으로 재산을 늘리는 건 불가능했기에 인큐버스는 자기 돈을 쓰기도 하고, 인간들의 일을 돕고 보수를 받기도 하며 집부터 시작해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씩 마련해주기 시작함


한편 자주 만나게 된 인큐버스와 소녀는 조금씩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됨

인큐버스는 소녀의 밝은 미소와 따뜻한 마음씨, 소녀는 인큐버스의 다정한 성격과 부드러운 목소리를 좋아했음


마침내 소녀가 여동생과 함께 방 여러 개가 딸린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이에 맞게 레이스가 달린 아름다운 치마를 입게 된 지 1달이 지난 어느 저녁,

갓 20살이 된 소녀는 어김없이 집으로 찾아와 잘 지냈냐고 인사를 건내던 인큐버스에게 마음을 전함


그동안 도와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받아주지 못할 건 알지만 당신을 사랑한다고.

비단처럼 고운 마음씨와 산들바람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잠시 머뭇거리던 인큐버스는 가식 없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함

내가 이렇게 변한 건 다름 아닌 너 때문이다. 

사실 나도 단순한 먹잇감이 아닌, 순수한 이성으로써 널 좋아한다


쏟아지는 달빛 아래서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입을 맞춤



2년이 지나고 부부가 된 두 사람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김

인큐버스는 다른 사람은 일절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아내의 정기만 몸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조금씩 취하고, 

가게 주인이 된 소녀는 조금씩 불러오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훌쩍 자라버린 동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됨


이런 식으로 순애타락하는 인큐버스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