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칵테일,

누구나 살면서 이름을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칵테일,

남자라면 중고등학생 때 키득대면서 그 이름을 외쳤을 칵테일,

노래 제목으로도 유명한 그 칵테일.

바로,


섹스 온 더 비치(sex on the beach)이다.


레시피는 의외로 간단하다.

크렌베리 주스, 오렌지 주스, 피치 슈냅스(황도국물 맛 리큐르), 보드카를 얼음이 담긴 컵에 붓고 섞으면 된다.

내가 사는 기숙사에서는 주류 반입이 금지되다보니, 황도에이드와 크렌베리 주스, 오렌지 주스를 이용해 비슷한 맛을 만들어 보았는데, 새콤달콤함이 매우 매력적인 음료였다. 이렇게 알콜 성분이 빠지면 버진 온 더 비치(virgin on the beach, 원래 칵테일에서 알코올이 빠지면 버진이라는 이름이 붙곤 한다)라고 부르는데, 기회가 있다면 한 번정도는 만들어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칵테일이 왜 잘만 이용하면 순애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술 맛이 거의 안 나서 홀짝 홀짝 마시던 여자를 골로 보내 이상한 짓을 하기 좋다는 레이디 킬러(lady killer)라는 별명을 가진 칵테일 중 하나인데도, 왜 순애가 가능한 걸까?

그건 바로 이 칵테일에 있는 재미난 풍습 때문이다.

남자가 바에서 이 칵테일을 시켜서 여자가 그걸 마시면, 둘은 키스를 해야 한다는 풍습이 있다.

물론 명칭이나 풍습이나 바텐더가 어그로 강하게 끌기 위해 만든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바에서 만난 여자가 아니라, 애초에 가까운 사이인데 바를 같이 간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데이트 코스로서 바를 찾았을 때, 바는 처음인 여자를 위해 남자는 섹스 온 더 비치를 시키고, 그것을 여자에게 권하고, 풍습을 알려주며, 눅진한 키스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사랑이 넘치는 데이트 현장인가.

진도를 나가기 힘들었던 커플에게는 한 잔의 칵테일로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를, 이미 서로에 대해 많이 아는 오래된 커플에게는 사랑스러운 장난이 된다.

여자가 이걸 이미 안다 하더라도, 짐짓 그 의도에 넘어가주며 혀의 대화를 나누는 것 또한 매우 낭만적이다.

나도 아직 칵테일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고, 그냥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알 뿐이지만, 칵테일이라는 건 무기가 될수도, 사랑의 묘약이 될수도 있음은 처음부터 깨달았다.

취중진담이라고 하지 않는가. 취기를 빌려 서로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섹스 온 더 비치는, 매우 낭만적인 칵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