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자고있을 그녀 몰래 새벽에
일어나서 장을 봐오거나 전날 장 봐둔
식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흰 반팔위에 검은색 긴앞치마를 두르고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
베이컨 하나 둘
소세지 하나 둘

혹여나 냄새로 깰까봐 불을 끄고
헐레벌떡 까치발로 뛰어
방문을 닫을 때, 새근새근 자고있는
무방비한 얼굴을 보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살포시 문을 닫는다

까치발로 거실에가, 간밤중
화려했던 거리의 조명으로부터
나와 그녀를 가려주던
커튼을 걷어젖히면

해가 늦잠을 더 자겠다며 뒷산에 숨자
구름이 내쉬는 새벽솔바람을 느낀다

새벽 산책나온 까치 한쌍
무슨 이야길 그리도 재밌게 하는지
모두에게 아침을 알린다

식었을 아침밥이 생각나
부엌으로 뛰어가 다시 요리를 한다

커피를 갈아 직접 내려
그녀가 좋아 한다던 에스프레소보다
아침부터 그녀의 속이 아프면 안돼니
라떼를 내려 그 위에 하트를 그린다

키친타올 두장뜯어 물을 적시고
식탁을 정성스레 닦으며
식기를 다소곳히 놓는다

이제 방으로 뛰어가 문을 살며시
열고 그녀옆에 살짝 쪼구려 앉고


-공주님이 좋아하는 아침밥했어요
-얼른나와서 먹어야죠?


좀이따 먹겠다는 그녀를 못마땅해하다가
들어올려 공주님처럼 안으면
화들짝 놀랄 그녀의 모습

내려달라는 이야긴 들리지도 않고
오로지 귀여운 얼굴만 보일뿐이다






지친 저녁에 나또한 일에서
돌아와 쉬고싶지만

오늘 하루 혼자 외로웠을
그녀를 식탁에 앉힌뒤

맞지도 않는 정장을 갈아입고와서
어디서 본건 있어


-손님? 오늘 하루 어떠셨습니까?
-외로우셨다면 이건 어떠신가요?


좋아한다던 칵테일을 추천하며
셰이커에 재료를 넣은뒤
샤카샤카 소릴 내며 섞는다

잔에 술을 따라 붓고, 식탁에 슬쩍
밀어 건네며


-주문하신 칵테일 나왔습니다


살며시 받아 홀짝이는 얼굴을 보며
셰이커 덮개를 닫고, 다른 잔들을
천으로 살살 닦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라는 생각이 요새 누구 하나 만나고
자주듦

은근슬쩍 너는 결혼하고 뭐 하고싶냐고 묻길래
아침에 이러고 저녁에 이러고싶다는
얘기를 하니깐

5년뒤에도 이 얘기를 지킬거냐고 묻는데


난 지킬 수 있다





+안사귐, 서로 멀리있고, 제약도 너무많아

서로 맞는거 너무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