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 속 유독 들뜬 소녀가 있었다.


"시우야, 저거 봐. 먹을 게 엄청 많아. 저쪽에는 분수쇼도 하네. 어, 저쪽에는..."


"웬일이야? 이렇게까지 들뜬 건 처음 보네."


"부모님 이혼하시고 나서 축제 온 적이 없어서."


"그래? 앞으로는 자주 오자. 둘이서."


"애들 데리고?"


"응. 애들 데리고. 아니, 잠깐만. 무슨 애들?"


"당연히 우리 애들이지."


시우는 그 말에 뇌를 재부팅했다. 우리 애들? 뭔 애들? 내 여동생 말하나? 근데 '들'이라며. 새별이도 동생이 있었나? 


"무슨 뜻이야?"


"아, 저거 맛있겠다. 가서 사올게. 잠깐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당황한 시우를 두고 새별이는 쌩하니 사라졌다. 멍하니 새별이를 기다리고 있는 시우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안녕, 시우야. 여기서 뭐해?"


"아, 하윤아. 새별이 기다리고 있었어."


"새별이? 뭐야, 반장이랑 같이 온 거야?"


"응."


"둘이 무슨 사이야? 둘이 사겨?"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시우는 다급하게 부정했다. 하윤이는 그런 시우의 반응에 실실 웃으며 물었다.


"그럼 너가 짝사랑 중인가?"


"아니거든."


"에이, 맞는 것 같은데?"


"...시우야, 나 왔어."


두 사람 앞에 닭꼬치를 한 손에 한개씩 든 새별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하윤이는 새별이를 보더니 시우에게서 거리를 뒀다.


"새별아, 미리 말해두는데 그런 거 아니야. 시우에게 마음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난 이만 갈게. 데이트 재미있게 해."


하윤이는 가면서 시우에게 속삭이고 갔다.


"쌍방향이였네. 잘해봐."


"읏..."


하윤이가 총총걸음으로 사라지자 시우는 의자에서 일어나 새별이에게 다가갔다.


"...갈까?"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저 애랑은 무슨 관계야?


"하윤이는 그냥 친구야."


"...그냥 친구? 나랑은?"


"너도 친구지."


시우의 말에 새별이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시우는 자신이 지뢰를 밟았음을 깨달았다.


"흐응... 그렇구나? 하윤이도 친구고 나도 친구면 나중에 하윤이랑도 단둘이 놀러오겠네?"


"그건..."


"...안되겠다. 원래 나중에 할 생각이였는데."


"어? 뭐를?"


"고백."


"어?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맞아, 너한테 고백한다고 했어."


어안이 벙벙해진 시우를 두고 새별이는 말을 이어갔다.


"있잖아, 시우야. 너는 단순히 날 친구로 볼 지 몰라도 난 아니야. 친구관계로는 만족 못하겠어. 괜찮으면 나랑 사귀어줄래?"


"응, 물론이야...!"


시우의 대답을 들은 새별이는 시우를 와락 안았다.


"시우야, 사랑해. 사랑해. 앞으로 나만 봐줘야해?"


"응, 그럴게."


새별이의 성벽이 결코 무너진 것은 아니다. 성문을 활짝 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새별이의 성에 들어간 시우가 앞으로 열어갈 테니 그걸로 잘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