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몇 주 전 일이다. 나는 어느날처럼 조부모님들을 뵈고, 평범하게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내가 이긴 대국의 수가 몇이나 될까? 아마 손에 꼽아야 할 정도로 적을 것이다.

 

하지만 뭐 상관없었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이 시간 자체가 즐거웠으니까. 아, 참 내가 이야기 하려던건 이쪽이 아니다.

 

그 날도 여전히 나는 처참하게 졌고,(속된 언어로 표현하자면 발렸다, 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을 거다.) 나는 누워서 폰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서랍장을 뒤지시더니 낡은 손목시계 하나를 꺼내셨다.

 

그 시계들은 전부 다 낡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시계들 뿐이었다. 그리고는 할아버지가,

 

“손자야, 이것 좀 검색해봐라, 이게 내가 보기에는 꽤 비싼 시계인데 저번에 39사단 입주자 세대 정리할 때 나왔던 기다.

 

“예?‘

 

당연히 다 가짜 시계들이었지만, 80세의 할아버지가 보시기에는 틀림없는 진품이었을 거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당연히 진품이 검색 되었으니, 할아버지는 뛸 듯이 기뻐하셨다.

 

비싼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계를 손봐서 나에게 줄 생각에 기분이 하늘을 찌르셨다고.

 

물론 그 시계가 가짜였다는 것을 안 것은 몇 분 걸리지 않았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그 시계를 버리려 했다,

 

“아버지, 이거 전부 다 가품이라니까예?”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기필코 기 시계들을 버리지 않겠다며 떼를 쓰셨다.

 

할머니께서는 원래 저런 성격이라며 나중에 몰래 갖다 버리시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다.

 

그렇게 밥을 먹고 할아버지와 나는 불을 떼고 있는 아궁이 앞에 앉았다.

 

“그... 할아버지가 미안하다 이런 짝퉁 시계밖에 몬주서.

 

“아입니다, 오히려 제가 할어버지한테 죄송하다고 해야지예.”

 

 

그러다, 할아버지가 아궁이 속의 불을 보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밝게 빛났고, 그 순간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가장 비싸고, 귀하고, 그 어느 것보다 정교한 시계를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과, 손, 심지어는 병이 들어가는 과정마저 시계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소설은 바빠서 못 쓰겠고, 짧은 수필이라도 드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