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들의 순애 농도 측정을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될거에요!






"우진씨 방도 봐도 되나요?"



하늘씨가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막 특이한 건 없을 텐데. 


그냥 궁금한 거려나?



"정말 별거 없는데... 이쪽이에요."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을 열어서 보여주었다. 


옷장과 침대, 책상과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그게 전부였다. 


안방에 따로 화장실이 있긴 한데, 여기는 욕조가 없고.



"원래 장식이나 그런건 전혀 안 두나요?"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안 뒀어요."



컴퓨터 본체 위에 천을 덮어두긴 했는데 이것도 장식에 들어가려나? 


그게 아니면 책상 위에 있는 액자 정도가 전부겠지.



"어, 이거..."



하늘씨가 책상 위에 있던 액자를 보고 행동이 멈췄다.



"네. 형 사진이에요."



고등학교 때 다 같이 찍었던 가족 사진이었다. 


이쪽 책상을 쓸 일이 없어서 그냥 올려두었는데... 


역시 하늘씨는 형을 알고 있구나. 


저 사진은 형이랑, 어머니도 있는 사진이긴 하지.



하늘씨는 그 앞에서 가만히 사진을 보고 있었다. 


가족인 나보다 더 인상을 잔뜩 쓰고 안타깝게 보고 있네. 


형이 죽은 걸 오늘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가까운 건 아닌가?



"이전에 카페 사장님이 하늘씨가 웃는 얼굴이 된 건 제가 오고 난 이후라고 하더라고요. 


하늘씨가 형을 아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넌지시 물어보았다. 


하지만 하늘씨는 조용히 나를 끌어안았다. 


머리카락에서 나는 녹 냄새가 코를 가득 채웠다.



"관련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어요."



"시원하게 말해주면 안되나요?"



그렇게 물어보았는데,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하늘씨가 얼굴을 대고 있는 셔츠가 조금씩 축축해지고 있었다.



"울어요?"



"말해주면 많이 때려야 할 텐데..."



하늘씨가 울먹거리면서 나를 올려보았다. 


눈이 새빨갛게 되어서 올려다보는 게 토끼 같네.



"왜 때려요?"



"그 때 약속했단 말야... 잊어버리면 두들겨 맞고 알려주기로."



다시 고개를 파묻은 하늘씨는 내 옷에 얼굴을 파묻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억지로 소리를 참는 게 아니다. 


아예 울 때의 습관이 이렇게 된 듯이, 흐느끼지도 않고 그냥 조용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울었으면 좋으련만. 


도대체 어떤 인생이 있었기에 이 작은 몸으로 울분을 꾹꾹 눌러 참는 것이 익숙해진 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진씨가 얼른 기억해줘요..."



주마등이라도 체험해야 하나. 


아예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것 같은데. 


하늘씨처럼 특이한 사람을 잊어버리기도 쉽지 않을 텐데, 왜 잊어버린 거지.



나에게 매달려서 한참을 운 하늘씨는 곧 침대에 걸터앉았다. 


슬슬 떨어져서 내가 앉혀놨는데, 바닥에 발이 안 닿네. 


침대가 좀 높긴 하지... 휴지를 가져와서 닦아 주고, 침울해져 있는 하늘씨를 다독여 고개를 들게 했다.



... 아직 언제 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리고 사장님 말이 맞아요. 


우진씨랑 다시 만난 이후부터 웃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웃을 일이 없었으니까."



"하긴, 제 얼굴이 좀 웃기게 생기긴 했죠."



"아니에요. 우진씨는 잘 생겼어요."



뭐지. 아까 사준 핸드폰의 위력인가. 


아니면 집이 커서 그런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 생긴 건 아니잖아?



"그럼 그 전에는 왜 웃지 않았어요?"



나는 하늘씨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지만. 


그리고 하늘씨의 가정사를 생각하면 마음을 닫고 무미건조하게 사는 것도 이해는 갔다. 


폭력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었을 테니까. 


오히려 그런 환경이 그대로인데 지금 웃고 다니는 편이 조금 더 이상하다면 이상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모네에서 사는 건 힘들어요."



아직 눈물이 흐르고 있는 하늘씨의 눈가를 직접 닦아주며 이야기를 들었다. 


내 옷이야 뭐 나중에 세탁하면 되니까 큰 일은 아니고.



"좋은 일이 하나도 없지는 않았을 텐데..."



친구랑 놀았다거나, 맛있는 밥이 있다거나, 하다못해 이전에 보았던 것처럼 귀여운 고양이가 따르기만 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게 사람이니까. 


일상에서의 행복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언제나 일상을 지내다보면 똑같죠. 


그런 건 정말 잠깐 스쳐 지나가는 거에요."



하늘씨는 평소처럼 작게 웃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흐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저는 그렇게 버텼어요. 


아무리 좋은 일이 있더라도 제 상황을 바꿔놓을 수는 없으니까. 


저를 도와줄 사람도, 구해줄 사람도 없으니까요."



어둡지 않은 곳에 있더라도, 어딘가에 빛이 있더라도 더 이상 밝아질 생각이 없는 그녀를 보며... 


밝아지기를 거부한 검은색 도화지가 생각났다.



"제 인생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좋은 일에 마음을 빼앗겨 뒤따라 오는 불행에 먹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늘씨는 웃고 있는 거다. 


'아무렇지 않아요'라는 뜻으로.


정말 마음을 꽉 닫아버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대부분의 것들을 다 포기했으니 어떤 충격도 고통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다.



"그러니까 울 일도, 웃을 일도 없죠."



"세상에 대해서 아무런 감흥도 없으니까?"



하늘씨는 난처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하나 예외가 있었어요."



중요한 일이구나 싶어서 하늘씨와 눈높이를 맞췄다. 


눈물을 닦던 휴지도 잠깐 옆에 내려놓았다.



"뭔데요?"



그걸 잘 이용하면, 하늘씨가 조금 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세상에 고통도 많고, 고난도 많겠지만 그래도 빛이 들 때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진씨요."



무겁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나를 끌어안는 하늘씨의 몸무게가... 그 인생의 무게가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너무 터무니 없는 계약을, 가벼운 마음으로 질러버린 게 아닌가?



이미 어둡게 완성되어 나온 도화지를... 


억지로 밝게 만들어주겠다고 노력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노력해서 하늘씨를 웃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을 하늘씨는 원하고 있을까?



"그래서 난 웃을 수 있는 거에요."



반사적으로 마주 끌어안고 있지만, 도대체 하늘씨의 마음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인상을 쓴 채로 하늘씨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를 조금만 빨리 기억해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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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ovelId=1067079

본편 주소. 여기 올리는 것에는 이전편이랑 이어지는 부분이나 복선 등을 잘라내고 올리고 있습니다.

직접 보시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해요.


약간의 가정 폭력은 묘사되어 있지만 피폐, 후회가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