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시나요? 우리 인간만이 허상을 믿는다고 하네요"
석양을 등진 폐허에 여자가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그말을 들은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린뒤 말했다.
"허상을 믿는다니? 신같은 존재를 말하는건가?"
"그런 셈이죠 신이란 누구도 마주하지도 본적도 없는 존재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 허상에게 행복을 빌고 말씀을 따르죠
인간이 허상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이건 국가나 돈 같은것에도 해당돼요.
우리가 살고있는 나라는 실존하는걸까요?
우리는 우리가 살고있는 국가의 실체를 직접본적이 있나요? 수없이 국기와 국가의 우리속에 살고있지만 우리가 지배하거나 지배당하고 있는 존재를 본적있나요? 우리가 밟고있는 땅은 국가의 땅일까요? 아니면 그저 지구의 한 부분일까요?"
"갑작스러운 철학적 논의라니 너 답지 않구만"
남자는 그리 말하곤 담배갑이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으나 주머니는 비어있었다. 남자는 혀를 차더니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는 담배에 불을 붙이곤 입에 갖다 대려다 바닥에 떨꿔버렸다.
"무슨 일이 있나보군"
"글쎄요... 문뜩 두려워 지더라고요.
제가 살아있는건가...하고"
말 직후 여자는 아무말없이 석양을 응시했다.
"옛날 일이 마음에 걸리나?"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죠 십수년동안 거짓속에서 살았으니... 거짓된 가족...거짓된 친구...거짓된 꿈...거짓된 믿음...가끔씩 그런 꿈을 꿔요. 당신에게
구출받지 못하고 죽어버린 채 뒤늦게 깨달은 진실에 후회하는 꿈을요.
"아직도 떨쳐 내지 못했군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었건만"
"그런 꿈을 꾼 아침엔 모든것이 의심스러워져요. 이세상마저 허상이라면? 내가 아직도 그곳에 있다면? 사실 나마저 허상이라면? 이라고 말이에요."
여자의 말이 끝나자 남자는 여자가 떨어뜨린 담배를 줍곤 입에 갖다대며 말했다.
"너는 내가 보이나?"
"물론이죠"
"나도 너가 보인다. 그거면 된거 아니냐?"
"무슨 말을 하는거죠?"
남자는 담배를 피우다 발로 밟아 끄곤 입을 열었다.
"너의 말대로 너가 허상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너는 나를 볼수있어도 나는 너를 볼수없겠지? 하지만 아니야 나는 너를 볼수있고 너는 나를 볼수있지
너 혼자선 백날 고민해봐야 이곳이 허상인지 알지못할거다. 허상속에 사는 존재는 허상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할테니까.
하지만 둘이라면 다르겠지 내가 너를 볼수있다면 너는 존재하겠지 허상이라면 나는 너를 볼수없을테니까
만약 내가 허상이라면 보이지 않을테지만 보인다면 존재하는거겠지. "
남자는 그리 말하곤 가만히 꺼져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너가 말하는 대로 사람은 허상을 믿는다.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위해 싸우고 실제론 가치도 없는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며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국가를 위해 전쟁터로 뛰어드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허상을 믿는 사람만큼은 실재한다.
그건 사람이 허상을 구별할수있다거나
허상속에서도 실재하는 특별한 존재라서가 아니야 인간은 서로를 볼수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입증하기 때문이다.
나도 너를 볼수있다 너도 나를 볼수있다. 그거면 충분한거 아니겠나?"
그말을 들은 여자는 앉은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말했다.
"역시나 멋진 남자라니까"
"이제 안거냐? 집에나 가자"
석양 대신 달이 떠오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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