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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으로부터 며칠이 흘렀을까, 눈을 떠 보니 꽤 익숙한 천장이 눈에 보였다.
처음 내가 나노머신을 뇌에 투여받았을 때 회복하던 격리실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이 없는 건 둘째치고 EKG나 다른 의료기기들이 내는 소리가 들려야 함에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길 빨리 벗어나야겠단 생각이 들어 일어나려던 순간, 격리실 문이 열리고 처음 내가 봤던 모습의 일라이자가 들어왔다.

"어떻게.."

"오, 아직도 놀랄 정신이 남아 있었나요?"

"우리가.."

"해냈어요. 존! 항상 그랬듯이."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이번에는 같이 갈 수 없어요."

"뭐?"

"내 모든건 저 바깥에 있어요. 존을 깨어나게 하려고 겨우 버티는 중이에요."

"아니, 우린 같이 가야해. 서로 돌보기로 했잖아. 너하고 처음 연결되었을 때도 그랬고, 마지막 순간에도 그랬으니까. 이번만큼은 널 잃기 싫다고!"

"존...미안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일라이자는 격리실을 나갔고, 나는 낮선 천장 아래에서 깨어났다.

"환자분, 진정하세요. 아직 전뇌 동기화가 덜 되어서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어요."

"여기가 어디죠?"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입니다. 월터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 전뇌실이에요."

"얼마나 잠들어 있었죠?"

"대략 3주쯤 되었을 겁니다. 그 동안 근육량이 감소한 것도 있고, 전뇌화로 인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으니 적어도 5주는 여기 계셔야 할 겁니다."

"아, 그리고 어떤 분이 병문안 오시더니 이걸 놓고 가셨더군요."

내가 마지막 작전때 썼던 헬멧하고 AI칩, 퍼플 하트 훈장이다. 훈장은 그렇다 쳐도 헬멧하고 AI칩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이유가 있어서 나에게 돌려준 것 같다.
내가 헬멧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중에 기초 사정은 끝이 났고, 간호장교는 혹시 몸에 이상이 있거나 질문이 있으면 호출벨을 눌러달란 이야기를 끝으로 전뇌실을 나갔다.

그후 재활을 시작한 지 2주쯤 지났을까, 그 2주동안 전우들이 와서 심심하진 않았다. 그러나 일라이자가 살아 돌아오지 못한 것 때문에 전우들이 와도 상심은 지워지지 않았다.

재활 시작일로부터 3주쯤에 접어들기 시작한 날, 페르난도 상병이 왔다.

"존, 나 왔다!"

"상병님, 간만입니다!"

"간만이다. 너가 없으니까 소대가 조용하다."

"순환배치 지역은 정해졌답니까?"

"대한민국으로 간다던데? 일본으로 갈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좋지 뭐. 중앙아시아의 그 지옥보단 비교도 안 될 만큼 낫겠지."

"그러게 말입니다."

페르난도 상병이 내 상심을 눈치챘는지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남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줘야 간 사람들이 마음놓고 우리를 기다리지 않겠냐는 말을 하다가 페르난도 상병도 이내 말꼬리를 흘리며 울고 있었다.

그렇게 전뇌실을 적막으로 물들일 때, 내가 창가에 놓아둔 헬멧의 디스플레이가 일정한 신호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야, 잠깐만. 저거 꺼져있지?"

"네."

"저거 모스부호 같은데? 혹시 마지막 작전때 이상한 거 없었어?"

"헬멧에 업로딩이라고 떠 있었던 거 빼고는 없었습니다."

그러자 페르난도 상병은 어떤 게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바로 내 헬멧하고 AI 칩을 집더니 잠깐 빌리겠다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시간은 흘러서 내가 어느정도 전뇌를 다룰 수 있게 되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있게 될 때쯤이었다.
그날 퇴원 처리를 하고 병원을 나가던 중 멀리서 전투복을 입은 일라이자가 정비관님하고 같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기쁜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일라이자를 안아 주었고, 일라이자 또한 나를 토닥여 주었다. 정비관님은 물론 "아니, 이 녀석아 정 주지 말라니까 ㅋㅋㅋ 어휴 그리도 좋냐 ㅋㅋㅋㅋ" 라고 하셨지만, 작전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은 없었다.

이후에는 대한민국으로 순환배치가 되었고, 그곳에서도 지옥을 한 번 더 맛보긴 했지만, 이후 무사히 전역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