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lovelove/66151956)

사실 난 영웅과에 들어오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서현이의 무수한 권유와 모종의 사건 이후로 내 옆의 누군가가 위험에 처하는 건 보기 싫어서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학교 3학년 2학기 중간 점수 나오자마자 서류심사를 거쳐서 면접까지 봤고, 붙었다.
보면 알겠지만, 내가 여기까지 온 건 한 사건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은 언론에는 피의 새벽 사건이라 알려진 사건으로, 새벽 6시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의 감시대상 초능력자들이 일반인, 초능력자 할 것 없이 묻지마 학살을 저질렀던 사건이다.
그때 난 능력이 없는 일반인이었고, 서현이는 임시면허를 갓 따놓은 상태였다.

대략 아침 7시쯤이었던 것 같다. 지하철 역사로 겨우 대피했을 때 쯤 서현이 부모님께서 인파 속에서 서현이를 놓쳤다고 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지하철역 밖으로 뛰쳐나가 서현이를 찾았다.
하지만 내가 서현이를 찾았을 때 쯤, 서현이는 이미 감시 대상자 중 하나에게 붙잡혀 죽을 위기에 있었고, 나는 그 감시 대상자를 붙들고 서현이가 도망갈 시간을 벌었다.
그 대가는 내 목숨이었고.
그러나 놈한테서 서현이가 도망갈 시간은 너무 짧았다.

놈은 날아다니는 모기 새끼를 죽이는 거 마냥 손쉽게 내 배를 타공했고, 난 쓰러진 채 서현이가 죽기 직전의 모습을 보며 죽어갔다.

여기서 죽을 순 없었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죽는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난 건지, 아니면 발현되어야 할 초능력이 발현된 건지는 몰라도 난 배에 난 구멍이 메워진 채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씨발 뭐야? 분명 내장이 흩뿌려진 채로 죽어 있었는데.."

"야 최승재 도망가라니까?!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안 가. 널 구하기 전까진 절대 안 가."

그 말과 동시에 내 손목에서 뼈로 된 칼날이 살갗을 뚫고 나왔다. 그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앞이 다시 보였을 때 감시 대상자는 토막난 채 죽어 있었고, 서현이는 피칠갑이 된 나를 보며 떨고 있었다. 그 순간 근처를 수색중이던 특수부대원들이 우리 둘을 발견했고, 구조를 요청하려고 몸을 돌린 순간 총탄을 맞고 기절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구속복을 입은 채 취조실 안에 있었다. 부모님께서 취조실 안으로 들어오려 하셨지만 헌병이 제지했다.
이후에 그 사건에 대한 건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검사 측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끝냈지만, 그때 내가 쓴 능력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낸 부모님은 내게 병원에서 추가적으로 검사를 하도록 하셨고, 검사 결과 비정상적일 정도의 신체회복능력이 있다고 판명이 났다.
그때 의사가 말하기를 세포 하나만 있어도 신체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회복 능력은 암세포에도 적용이 되었고, 웃기게도 킬러T 세포 수치는 일반인 수준이라 사실상 초능력을 제어하기 이전엔 폭주와 평생 암덩어리를 지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그날부터 초능력 억제제를 맞고 살게 되었다.

개학 당일, 반 친구들과 서현이가 나를 멀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럴만도 하다. 나는 어찌 되었든 살인자고, 폭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니까.

그렇게 왕따당한 채 중학교 1학년 2학기를 시작했다. 2학기가 중간쯤 접어들던 날, 서현이가 나를 불러냈다.

"질문 하나만 하자. 그때 왜 도운거야?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었어. 그런데 왜 너같은 멍청한 애가 날 도운 이유가 뭐야?"

"그때 도와 달라고 하는 눈빛이었으니까."

"뭐?"

"말 그대로야. 그때 도와 달라는 눈빛이었으니까. 넌 어째서 남의 도움이 받기 싫은 건데? 아무리 잘난 영웅이라 해도 어려운 때에 도움은 필요한 거 아니야? 너가 어려울 때 도움 주겠다는 사람 바보 취급하지 마. 그 사람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너만큼, 아니 너 이상의 용기를 냈으니까. 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게 괴로웠을 지 몰라도 난 누군가가 도움을 못 받고 버둥거리는 게 더 괴로워. 알아?!"

이 말을 마지막으로 돌아서서 교실로 들어가려고 발을 뗐다. 후문에 거의 도착한 순간, 몸이 부드럽게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다시 서현이 앞으로 끌려왔다.

"미안해."

그 말과 함께 서현이가 나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그렇게까지 괴로워할 줄은 몰랐는데..."

그 날부터 염동력자는 나의 나날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