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lovelove/66151956)

(1.5화: https://arca.live/b/lovelove/66154574)

(2화: https://arca.live/b/lovelove/68452137)

오늘도 평소처럼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중이었다.
내일 영웅기초학 수업이 있다보니 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들떠 있었던 날이었다.
하긴, 여기 오기 전까지 초능력 사용을 통제받다가 쓸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난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누군가를 지키려는 목적이었지만 첫 사용부터 죽음을 불러왔고, 그때 얻은 초능력도 나를 갉아 먹고 있으니까.

오늘도 서현이는 나를 띄운 채 가고 있었다.

"넌 좋겠다."

"갑자기?"

"너는 너한테 주어진 능력을 자유로이 쓸 수 있잖아."

"너도 쓸 수는 있지 않아?"

"쓸 수는 있지. 그런데 능력을 쓸 때마다 몸을 갉아먹힐 각오를 해야 하니까 쓰기가 꺼려져. 그리고 그때 그일 때문에.."

"나도 처음 초능력 썼을 때 사고 많이 쳤어.
특히나 염동력 같은 경우에는 그 특성 때문에 거의 성인기까지도 보호관찰을 받는 경우까지 있는데도 나 여기까지 잘 왔잖아? 너는 이제 겨우 시작이고 앞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는데 과거의 일에만 묶여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

"그렇긴 하지. 그렇지만 마냥 잊고만 살기에는 너무 무거우니까."

"그 짐, 나도 같이 져도 될까? 너가 전에 말 했잖아. 누군가가 도움 못 받고 버둥거리는 게 더 괴롭다고."

"고마워."

그렇게 집까지 거의 다 왔을 때, 반 친구 하나와 조우했다. 첫날부터 상당히 의기양양한 태도로 학교생활을 했던 친구였고, 여러모로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한 친구였다.

"너, 승재 맞지?"

"내 이름을 아네?"

"같은 반 된지 며칠 됐는데 이름 정도는 외워야지."

"그렇겠지. 그래서 네 이름은 뭐냐?"

"아차, 통성명을 안 했네. 내 이름은 박준석이니까 기억해 두고.
무슨 일인 진 모르겠지만 많이 힘들어 하는 거 같은데, 좀 도와줄까?"

"뭘?"

"눈치 못깠냐?"

"뭔데."

"누가 최고의 영웅이 될 지."

"아니, 내 마음대로 생각할 건데."

"네 이야기 좀 들었어. 아는 사람들하고만 노는 거 좋아한다며?"

"처음 보는 사람한테 느닷없이 도발거는 건 또 뭐냐? 네가 탑*의 그 재수없는 녀석인 줄 아냐?"

"무슨 말을 하는 진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재미있는 친구네 ㅋㅋㅋㅋ 내일 참 기대가 된다. 내일 보자!"

이후에 서현이에게 저 친구에 대해서 대강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게 의기양양한 이유가 있었다.
피의 새벽 사건 당시, 급박한 상황으로 인해 가면허를 취득한 초능력자들까지 소집했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저 녀석도 가면허 소지 상태로 진압 작전에 참가했는데, 피의 새벽 사건의 주동자로 알려진 감시 대상자를 체포하는 데 큰 공헌을 해서 저런다고 한다.

"그런데, 너는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나도 그때 가면허 소지자라 소집대상이었거든."

"아..."

오늘도 똑같이 서현이는 나를 집 앞에 내려 주었다. 다만, 오늘은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도 서현이가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새로이 들었다.
그것도 모른 채 난 나보다도 무거운 짐을 지던 서현이에게 부담을 지운 것이고, 남이 도움 못 받고 버둥거리는 게 괴롭다고 하면서 난 나보다도 더 괴로워 하는 이를 짓누르고 있었던 거다.

"나 간다. 내일 보자."

"서현아, 잠깐만."

"좀 당황스럽네. 너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안아주는 성향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