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y(일진) 이 나오는 미국 하이틴 영화 세계관임
Kasey Miller // 케이시 밀러 - 여주. 16살. 톰보이 일진.
Andrew White // 앤드류 화이트 - 남주. 17살. 자세한건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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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 밀러. 내 이름이다.
난 딱히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 흔하게 들어보는 학교 일진, 흑발 양아치, 동네 톰보이 헬창, 미친년, 등등..또 뭐랬더라?
어느 양아치가 턱이 비틀린뒤에 중얼거렸던게.. 모르겠다. 아무튼.
하여튼 난 그런 년이었다. 언제 누군가한테 총 맞아 죽어도 아무도 슬프지 않을 그런 년.
엄마는 내가 어릴적에 아빠 품에서 떠나보낸 기억이 마지막이고, 아빠는 그 충격 때문인지 워커홀릭이 되었다.
뭐, 집에 안 오고 직장에만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에 열중한다기보단 도피한다는게 맞는거 같지만.
무너져가는 우리 집 식탁에 가끔 아빠 손때가 묻은 돈 봉투만이 내가 받는 생활비이자 한 달 중 소소한 행복이었다.
물론 그 내용물을 꺼내보면 다시 상심할 뿐이지만.
워낙 집구석이 엉망이어서 집만큼이나 낡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그 구석에서 눈을 붙인 날이 대부분이었다.
끼니도 잘 못 먹는 처지라서 학교 복도에서 지나가는 얼간이들의 점심을 뺏어먹고 다녔다.
학교 급식 살 돈도 없다고 하기엔 쪽팔리니깐.
일진 패거리나 친구들은 없었냐고? 없다. 내가 병원으로 전송시켰다. 배송이라고 해야하나?
좀 친해지는줄 알았더니 천국 티켓이라면서 필로폰을 내 눈깔에 찌르려 하지 않나, 눈 좀 붙였다고 날 덮치려고 하지 않나.
우리 학교의 일진은 나 하나뿐이고, 곧 동네의 유일한 미친년이었을 거다.
지가 총만 있었으면 이겼을거라고 징징대는 옆옆학교 찌질이들만 잡은 뒤엔.
그 찌질이들보다 신경쓰이는건 이 꼬맹이였다. 며칠전에 전학온 꼬맹이 자식. 이름이 앤디 화이트 랬나?
나보다 한 살 나이가 많다지만 키가 한 뼘은 차이나는데 오빠는 무슨, 꼬맹이로 불렀다.
전학 온 첫날에 날 보곤 자발적으로 인사를 건네는 거도 짜증났다.
이 동네치곤 나름 고급진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녔던 행동은 내 눈에 충분히 거슬렸고, 결국 내 먹잇감이 되었다.
이 학교에 온 뒤로 이 녀석을 계속 부르면서 친구도 못 만들게 괴롭혔고, 점심도 주기적으로 뺏어먹었다.
뭔가 말라보이긴 했지만 내가 알 바는 아니니. 어디 아픈 애가 갑자기 전학을 올 리도 없고.
그 이후론 꼬맹이가 내 앞에서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면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서 입을 막았다.
꼬맹이가 나한테 대들면 안되지.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어도 소용없게 만들었다.
작고 연약한 이 꼬맹이를 괴롭히고 싶었으니깐. 그때까진.
..아무래도 이게 그 주마등이란 건가보다. 배의 구멍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와중에 이런 쓸데없는 일들이 생각나니깐.
평소처럼 그 꼬맹이를 가지고 놀던 날이었다.
갑자기 복도 모퉁이에서 약쟁이들 특유의 고함소리가 들려서 그 옆옆 학교찌질이들인가 했다.
그 꼬맹이를 한 손에 든 채로 모퉁이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옆옆 학교 또라이들이냐? 미쳤다고 내 구역로 와? 너네 눈구멍을 진짜 구멍으로 뚫어줄까?!”
그때, 남자의 로망을 보여주겠다며 그 미친 찌질이들은 약에 취한 채로 사냥용 라이플을 들고 나에게 돌진했다.
그 미친놈들은 약이 취했는지 지 패거리의 등과 나를 향해 무차별 난사를 시작했다.
주변은 열리지 않는 락커만 가득한, 피할 엄폐물이 없는 복도인지라 나도 돌격하기로 했다.
사격장도 안 다녀봤는지 비운 탄창 수에 비해 명중률이 낮아 마체테를 들고 닥돌했던 지난번보단 쉬운 공격이었지만, 그래도 총은 총이었다. 팔다리는 멀쩡했지만 배 쪽에 상당히 많은 구멍이 뚫렸다. 아프다. 존나 아프다. 엄마가 죽은 뒤로 오랜만에 울 만큼 존나 아팠다. 피가 우리 집 수도꼭지마냥 질질 새고 있었다.
그래도, 총을 든 갱을 혼자서 주먹으로 무찔렀다는 영웅신화라도 하나 세웠으니 됐다. 내 동네 패왕로서 후회는 없ㄷ....
아아아아악!!
왜, 왜 더 아픈건데! 편히 좀 쉬나 했더니...
천천히 감던 눈을 떠서 보니, 그 꼬맹이가 내 배 앞뒤로 지 교복을 찢어서 붙이고 구멍을 누르고 있었다.
미친 놈이 뭘 하는거야!
“케이시...일어나...일어나라고!!”
“ㅅ...썅... 야, 너 죽을래? 이게 니 복수 방식이냐? 좀 갈 땐 편하게 갈거라고 미친놈아!“
”닥쳐! 지혈...지혈하는거라고! 죽기 싫으면 닥치고 상처 덮고 있어! 탄이 관통했으니깐 출혈만 막으면 살거야!“
”왜.. 왜 살리려는건데! 아파서 뒤질려고 하는네 왜 너가 지랄이야!“
”난 몰라도 살 사람은 살아야지! 닥치고 너가 누르고 있어! 너가 더 힘은 세니깐!“
아파서 기절할거 같은 이 미친 상황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꼬맹이의 목소리를 큰 목소리로 듣고 있었다.
내가 점심을 뺏을 때는 알겠다고 웅얼거리기만 하더니...
상처를 누르면서 눈을 뜨니 주변의 상황과 꼬맹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갱단원은 은색 수갑을 찬 것을 제외하면 목이 비틀린 채로 내가 기절시킨 자세 그대로 있었다.
주변에는 구조대가 사람들을 나르고 있었다. 이 꼬맹이 말곤 다른 학생들은 안보였다.
이 꼬맹이...잠깐만..얘..?
”야...너...너 배...구멍이..“
”ㅇ...이제야 봤냐? ㄴ, 너가 싸우던 그놈들 총알이 박혔네. 널 뚫고 지나간건지 유탄인진 모르겠, 컥, 지만. 아무튼, 넌 닥치고 상처ㄴ...“
어눌한 그 말을 끝내지 못한 채로, 그 꼬맹이는 내 옆에 천천히 쓰러졌다.
그동안 괴롭히고 가끔씩 샌드백으로도 꼬맹이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봐서 당황스러웠다.
나보다 더 많이 피를 흘리면서 얼굴이 굳어가는 모습을 보니 낯선 감정이 들었다.
게다가 그런 상태에서 구조대가 아닌 나한테까지 와서...지혈을..
그 낯선 감정을 이해하기도 전에, 나도 그 꼬맹이 옆에서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