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7화




“….. 너는 정말 취향이 특이하군.”




“네…? 왜요? 놀이동산이자나요.

 집 근처에는 놀이동산이 없기도 하고 온적이 없는데 마참 잘 된 것 같아요.”



긴 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데이트 장소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본 저승사자님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이동시간이 좀 길어 걱정하긴 했다만…

 사람도 거의 없고 너무 어둡군.


 이건 그냥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녀는 신이 나서 노래가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이.. 이봐 앞도 안 보이면서 다치지 않게 조심해.“



”그러면… 자. 손 잡아주세요.”



“그래. 차라리 그게 낫겠군.“



저승사자님은 내가 내민 손을 잡아줬고

나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그와 걷기 시작했다.



”이제 주위에 있는 모든 걸 제게 말해주세요.

 제가 그중에 하나로 선택을 할게요.“


”하지만…. 움직이는 것 같은 것은 얼마 없다만…


 흠… 저건 어떤가? 대관람차라고 써 있ㄴ…“



”네! 좋아요! 그럼 그걸로 해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신이 나서 말했다.






”….음 별거는 없군. 야경도 별로 멋지지 않고..


너는 정말 오늘 하루를 이렇게 써버려도 괜찮은 건가?

내일이 네 마지막 날이 될텐데..“



“네. 괜찮아요.

 물론 어제도 오늘도 이동하는데 시간을 다 쓰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요!”




죽어서도 사람이 추억을 할 수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은 아마도 


그와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와 긴 시간동안 어딘가로 이동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서로 함께 나누는 것


이런 것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 궁금한게 있어요.”



“뭐지? 뭐든 말해보거라.“



”혹시… 저승사자님이 했다는 그 ‘거래’가 무엇인가요?“




”•••••••• 간단한 것만 말해주마.“


 조금 진중한 표현으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전생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전생에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종의 이후로 사망한 이후 

 나는 저승사자를 만났다.


 그는 내가 전생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 대가로 나는 죄값을 치루기 위해 


 저승사자가 되어 내 전생의 삶의 10배에 해당하는 

 150년간 과거로 가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사연을 듣고 

 불쌍한 이들을 구제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지금까지… 대략 100명 정도를 이끌어 주게 되었지.“



”전생에… 15살에 돌아가신 건가요..?

 제 친구랑 똑같네요.“



”흠… 나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연이겠지.

 미안하지만.. 그 친구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는가?“



”그 친구도 꽃을 참 좋아했는데..

 그가 특히 좋아했던 꽃은 민들레였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을 때도 

 학교에서 민들레 꽃을 보고 있었죠.


 민들레는 그 어떤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노란 민들레의 꽃말은 행복, 그도 마음속으로 민들레와 같은 행복을 바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음••••   


 너 그 친구를 좋아했는가?“ 




”••••••••• .


 진짜 좋아했어요.  진짜…. 진짜… 좋아했어요.

 그를 보고만 있어도 뭔가 기분이 이상해지고 마음이 설레고 

 

 그래서… 사실 중학교 2학년의 겨울에 

 크리스마스 날에 고백하고 싶었어요…..!


 그는 평소 바뻐서 제대로 같이 놀기도 힘들었고 그래서…

 좀 제대로 날 잡고 고백하고 싶었는데…



 하……………………..




 하필 10월 15일에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지 제가 어떻게 알았겠나요..



 나중에 찾아보니 10월 15일의 탄생화는 

 ‘스위트 바질‘이라는 꽃이라고 하더라고요.


 꽃말이… ‘좋은 희망

 이탈리아에서는 작은 사랑을 의미한다고….


 이 어이없는 꽃말을 알게 된 것은 크리스마스 이브…



 제가 첫 자살 시도를 한 날이었죠.


 



 크리스마스날은 

 살아남은 자에게 너무나도 가혹했어요.



 그냥 마음 편하게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학교 옥상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어요.



 저는… 너무나도 기뻐요.

 드디어 제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소녀는 얼마나 마음이 망가져 있는 것인가…

도대체 어떤 아픔을 지금까지 짊어져 온 것인가…




“••••••••••••”


저승사자는 조용히 다가가

민들레처럼.. 강인하면서도 가냘픈 소녀를 조용히 안아줬다.




“부디… 잊어다오.

그리고… 기억하길.. 너는 아무런 죄가 없다.“



”그 말… 처음 만난 날에도 해주신 말이죠..?

 그래도… 부디 짊어지게 해주세요. 이 아픔을..

 

 


 만약 제가 죽고 나면 

 당신은 저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 것 같나요?“






”•••••••••• 나는..“



”아 아니에요. 말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래도… 부디 저를 기억해 주세ㅇ…”




말하는 순간 밖에서 무언가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 저게 뭔가? 폭죽인가? 

 이승에서 폭죽 터지는 것을 본 것은 꽤 오랜만이군.”




저승사자는 놀라운 밖의 광경을 바라보며 옆에 있던 소녀의 반응을 살피려고 했다.



“아…..“



그때 저승사자의 반응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던 소녀와 저승사자는 눈이 마주치고, 소녀의 얼굴은 조금 붉어졌다.




”아…. 아 네.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굉장한 것 같네요.“



소녀는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둘은 대관람차에서 내려와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비록 죽기 전 마지막 하루를 장식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하루였지만 


둘에게는 평생동안 기억될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내일의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잔혹한, 슬픈 하루였다.